책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셨나요?
2020년은 독서하는 해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더 많이 읽게 되고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여전히 안 읽으면서 지내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는 사람도 일 년에 책 한 권 읽기가 어려운 현실.
빈익빈 부익부는 경제분야에서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인기도, 명예도, 실력도, 독서도, 가진 자는 점점 더 많이 갖게 되고, 빈한 자는 좀처럼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아닌지.
그런데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늪 같은 현실에서 그나마 자유의지로 빠져나올 수 있는 분야가 나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신께서 인간에게 주신 유일한 평등의 기회가 아닐까.
나이가 들면 눈이 아파서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하시는 어른을 많이 만난다. 정말 안타깝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따라주지 않아서 읽고 싶은 책을 원 없이 읽지 못하는 것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어려움과 같다. 나는 독서와 식욕은 같다고 본다. 왜냐면 신께서 인간에게 주신 생존에 관한 욕구이기에.
책을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 그 이유는 뭘까.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그렇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많이 읽어본 분야의 책은 큰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다.
분야를 넘나들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의식과 상식 선에서 자신이 이해 가능한 분야의 도서라면,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가능하다. 그것은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뇌 속에 책에 대한 감각이 형성되고 활성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거의 읽지 않은 사람이 책을 읽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아프거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책장이 넘어가지 않거나 무슨 내용인지 읽을수록 미로에 갇히는 기분이 들어 이내 책을 덮어버리고 치워버리기 쉽다.
그래서 책은 읽을수록 더 읽게 되고, 독서가 꾸준히 유지되려면 책을 꾸준히 읽는 수밖에 없다.
독서하는 습관이 독서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갖고 있는 느낌, 생각, 경험, 의지 등이 문자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느낌은 저자가 갖고 있는, 저자의 머릿속에 있는 '영상'이다.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이 독자의 머릿속으로 다이렉트로 흡수되기는 어렵다. 한 이불 덮고 자는 남의 편 속도 헤아리기 어려운데, 일면식도 없는 어느 저자의 속에서 나온 활자들이 내 머릿속으로 온전히 이해되기란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신께서는 우리에게 글자를 주셨고, 사람은 글자로 교감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렇기에 책을 읽을 때 글자로 표현된 것을 눈앞의 사람과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듣듯이 영상으로 떠올리는 느낌으로 책을 읽으면, 책의 내용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오는 효과가 있다.
독서가 어려운 것은,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이 본인의 독서 연령보다 지나치게 높은 경우이다.
흔히 베스트셀러나, 그 나이 때쯤 읽어야 할 책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책을 선정할 때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되어 있는지를 자신이 살펴야 한다. 작가의 필력이 좋다고 좋은 글은 아닐 것이다. 내가 소화 가능하고 이해가 되는지, 교감할 수 있는지, 공감할 수 있는지, 그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가려운 내 뒷다리가 아니라, 남의 뒷다리 긁는 기분이면 아무리 긁어봤자 시원하지도 않고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맥적으로 어려운 구문이 자주 반복된다면 꾸준히 읽기 힘들다. 우선 나의 가독력을 높일 수 있고 책 읽는 동안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흥미를 주는 책, 나에게 반영이 되고 도움이 되고 내 삶의 울타리에 들여놓고 싶은 책. 단어 하나에서도 느낌이 와 닿는 책인지 살펴보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너무 의미를 두면서 읽지는 않아도 된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굳이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은근슬쩍 넘어가기도 하면서,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면 좋겠다. 책의 페이지 전체를 일일이 파악하면서 넘어가야 제대로 독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읽으면서 알아지는 것들도 독서의 과정이며, 뇌에 독서 감각이 형성되고 활성화되면서 점점 편안해지는 시기가 온다. 내 나름의 이해력을 키워가면서 책이 안내하는 데로 가다 보면, 올해는 독서와 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책은 짝이다.
내 영혼의 짝, 내 인생의 짝, 그리고 어디든 꼭 들어맞는 짝. 한 권을 읽고 홀수로 끝나버리면 뭔가 아쉽다. 책 한 권을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혼자만 읽으면 뭔가 아쉽다. 누군가 같이 읽고 얘기를 하고 싶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살아가는 일은 내 삶을 살아가는 것과 닮았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가는 삶이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내는 것과 닮아서, 나는 책이 좋다.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인연이 좋고, 읽어가는 동안 알게 되는 인연이 좋고. 책이 좋은 건지 인연이 좋은 건지, 둘 다 좋아서 책이 참 좋다.
올해는 마음껏 독서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좋아하는 책날개에 가만히 내 손을 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