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진단을 받기 전, 지금 생각해보니 몇 가지 전조증상이 있었다. 지극히 내 경우에 한해서 생각해보면, 의학적으로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몇 가지, 나답지 않음을 느꼈던 몇 가지 순간들이 있었다.
1. 눈 떨림 현상
사람들은 마그네슘 부족이라고 했다. 바나나를 먹으라고 했다. 바나나도 자주 먹고 했는데 때때로 눈 떨림 현상이 자주 느껴졌다. 정말 마그네슘이 부족한 건가 궁금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한번 시작하면 꽤 크게 느껴지는 떨림 현상이 나타났다. 의례 지나가겠거니 생각하고 무시하다 보면 또 그런 증상이 사라져서 나도 잊은 채로 지내왔다.
2. 으슬으슬 감기 기운
지나고 봤을 때 사람들이 말하길 면역력 부족 현상으로 나타난 증상이라고 했다. 내 신체가 면역력이 부족하고 체력이 부족하다는 증세였던 것 같다. 중학교 이전에는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편도선 수술을 한 이후에는 병원에 간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건강에 대해서는 마음 놓고 지냈다.
그런데 날씨가 추운 것도 아니고 무리하진 않은 것 같은데 늘 으슬으슬 추운 느낌이 들고 감기가 오려나 생각했다. 그럴 때 몸을 더 챙기고 건강에 관심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3. 머리 뒤쪽 부분에서 '딱'소리가 난 것 같은 느낌
뇌경색 진단 하루 전, 나는 흔한 말로 빛의 속도로 머릿속에서 '딱' 소리가 난 걸 느꼈다.
방금 '딱' 소리가 난 건가 싶게 빨리 지나간 느낌이지만, 분명 '딱'소리가 났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의외로 나처럼 '딱'소리가 났다는 분들이 있었다.
4. 어지러움
한 번씩 핑 도는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뇌경색 발병 부위인 좌뇌 쪽 신체균형 담당 부분 혈관에 문제가 생기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5.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
이 두통은 결혼한 뒤에도 주기적으로 찾아왔으나 예전 종합검진 때 아무 이상 없다고 한 말만 믿고, 나는 이유 없는 두통으로 여기고 가만히 쉬었다. 약도 듣지 않았다. 그저 누워서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깨지는 두통이라고 표현하지만, 조금 더 자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두통이다.
그럴 땐 병원에 가야 했다는 것을 지금은 알게 되었다.
6. 언어장애
내가 하는 말이 자음, 모음이 정말 뭉개져서 외계어 같이 들렸다. 내가 방언을 하는 것인지, 외계어를 하는 것인지, 내 머릿속에 누가 살고 있는 것인지 섬찟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내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 대잔치가 무서웠다.
뇌경색 발병 부위가 조금만 더 컸다면 나는 반신불수에 실어증이 왔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7. 맞은편 사람의 얼굴 반쪽이 흐릿해 보임
내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서, 오른쪽이 흐릿하게 보였다.
눈이 나빠진 거면 전체가 흐릿해야 하는데 정확히 2분의 1로 나뉘어서 오른쪽이 흐릿하고 조금 작아 보이기도 했다.
7가지 종합적인 증상이 뇌경색을 향하고 있었음을 그땐 무지했다. 늘 내 몸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컨디션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조금만 바람이 푸근해지면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조절도 하고 체력관리를 하려 한다. 식단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휴식과 수면도 병행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주 놀고 있기에는 좀이 쑤셔서 글도 쓰고 아이들 수업도 조금씩 하고 있다.
유료 구독자님들이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셔서 힘을 보태주고 계시기도 하다.
브런치 독자님들도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감사한 생활 중이다. 글을 통해 만난 모든 인연들이 경이롭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소중하게 생각되는 분들이다.
다들 뇌경색이 나았냐고 물어보시는데, 뇌경색은 낫고 말고가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하는 증상이라고 들었다. 당뇨처럼. 평생 약을 먹어야하고, 후유증이나 다른 병으로 찾아올수 있지만 당뇨가 무서워서 내내 우울하고 아무일을 안할수는 없듯이, 게다가 나는 나이도 젊은데...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또 힘있게 감당해나갈 것이다. 다른 점은 앞으로는 아이들 + 내 몸 돌보기 하나가 추가된 느낌이다. 잘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