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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Feb 03. 2020

하마와 같은 우리의 인연이기를

"당신을 하마해요"♡

“거대한 몸집의 하마가 물속을 첨벙첨벙 걸으며
바닥을 헤집으면 하마의 몸을 씻어 주던 물고기들의 먹이가 노출됩니다.  
청소부 물고기들이 그걸 잡아먹지요.  
하마가 지상으로 올라오면 황새가 그 등에 타고 앉아 하마가 헤집어 놓은 풀밭에서 달팽이를 찾아 먹습니다."

- 신술래 저(著) 《만물은 서로 이렇게 사랑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몸길이 4m 어깨 높이 1.5m 몸무게 3톤인 하마의 주변에는 많은 생물들이 군집해 있다고 한다.  
하마의 전속 청소부인 어류가 20여 마리나 된다는 것이다.


“하마는 몸집이 큰 만큼 배설물도 많습니다.  
그 배설물에 여러 가지 식물, 세균, 곤충류의 유충과 갑각류들이 붙어삽니다.   
이 생물들은 또한 여러 종류의 물고기의 좋은 먹이가 되니,  하마가 가는 곳마다 항상 많은 생물들이 살게 마련이지요.” (24쪽)


하마를 통해 먹고살고, 하마가 먹여 살리는 생명이 이렇게나 많다니, 하마의 삶은 혼자만의 삶이 아닌 것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나의 삶은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생각해볼 때, 글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고, 희망을 얻어 감사하다는 선의의 댓글을 대할 때 마치 내가 그분들에게 도움을 드린 것 같은 착각 속에 잠시 행복해진다. 그러나 곧이어 정신이 차려지는 것은 그분들의 말씀을 통해서 오히려 내가 살아지고, 희망을 갖고 위로를 받고, 도움을 받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마에 비유하자면, 작가가 수많은 독자를 살리는 하마가 아니라, 독자들이 작가를 살게 하는 존재인 것이다.

수많은 독자들의 시선과 호흡이 작가를 먹여 살린다. 독자들의 걸음과 움직임에 따라 작가는 신나게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얻고, 글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의미를 알아가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쓸 때에는 마치 귀한 손님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대접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서 쓰려고 한다.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에 껌을 씹으면서 마주할 수 없고, 어려운 어른을 대할 때에 몸가짐과 옷매무새를 한 번 더 살피듯, 글은 쓸수록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나서서 가르치는 일이 나는 어렵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의 글을 가르칠 재주는 없어 보인다.

다만, 나의 글을 씀에 있어서는 독자들에게 기쁨이 되고 선물 같은 만남이 되고 싶다.

길가다 반가운 사람을 마주친 것 같은 반가움, 오가다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드디어 찾은 것 같은 행운, 살다가 알게 되길 바랬던 사람을 정작 만났을 때의 기쁨. 다시 돌이켜봐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 이상 작가에게 더한 상이 있을까.


그래서 나도 하마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고,

하마와 같은 독자님들을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 그것이 작가로서 내가 꿈꿔보는 욕심이다.



"날 떠나지마~~~" by 아인잠's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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