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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이 우리 모두의 슈퍼파워가 필요할 때

'코로나'는 두렵지 않게

by 아인잠

방학이라고 아이들이 신나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개학을 앞두고 '아~ 이제 늦잠 못 자네'하면서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개학을 준비하는지 해 뜨는 것 보고 잠자고 해가 중천에 뜨면 일어나던 버릇을 고치겠다며 슬슬 취침시간을 앞당기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가 개학을 맞이하는 일말의 양심이었다. 놀다가 자던 버릇을 고치겠다면서 개학 일주일 전부터는 자정 전에 취침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마냥 아무 생각 없이 놀지 않고 나름 계획이 다~ 있구나 싶어서 흐뭇했다.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하자,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것이 우리의 가훈이기 때문에 나는 "고마해라, 마~이 놀았다 아이가"를 한번씩 외치면서 이왕 오는 개학을 기쁘게 맞이하자고 했다.

"이 때는 몰랐지, 바로 개학할 줄 알았지" by 아인잠's girl.


그러다 최근 개학이 일주일 연기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이들이 "오~ 예!"하고 좋아했다. 늦잠을 일주일 더 잘 수 있게 되었다면서 남은 방학을 원 없이 놀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개학이 재차 연기가 되었다고 공식 발표되었다. 그나마 3월 9일로 연기되었던 방학이 23일로 더 연기가 되니 이제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은지 "아~ 제발, 학교 가고 싶어요, 학교 좀 보내주세요~"하면서 아쉬워한다.

놀다가 놀다가 너무 노니 노는 것도 지켜워지려던 참인가 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3월 새로운 반 편성이 확정 나서 누가 누구와 한 반이 되었는지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던 중인데, 또다시 개학이 연기되니까 어서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드는 것 같다.


나도 개점휴업 상태로 학생들과 만나지 못한 채 어서 이 비상사태가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학교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교육청에서는 학원이나 개인교습자에게도 휴업을 권고하고 있다. 당연한 조치이고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현실인지라, 재난 비용을 일인당 50만 원씩 지원해달라는 청원이 반갑기까지 하다. 대기업도 이때를 위함이라며 그동안 성원해준 국민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거액을 기부하기도 하고 연예인 기업가, 일반인들도 그 대열에 많은 분들이 동참하고 있기도 한 점에서, 사람들은 위기 앞에서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선한 의식을 갖고 있음을 본다. 감사하고 따뜻한 현실이기에 그런 뉴스가 들리는 것만 해도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다. 희망으로.



https://brunch.co.kr/@uprayer/352


지난번에 썼던 글이 몇 일째, 브런치와 daum에 오르내리면서 내가 적금 깬 이야기가 세상에 많이도 읽혔다. 조회수 7만 돌파했다는 알람에 내가 괜한 엄살을 부린 건가 싶기도 하다. 나보다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들이 더 많이 계실텐데 말이다. 리고 (사실 깰 만 해서 깼지만) 적금을 너무 진작에 깬 것 같다. 최소한 앞으로 한 달은 더 남았는데...

그러나 한 편으로는 개학이 연기된 것처럼, 나의 깨진 적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음 학기가 제대로 건강하게 시작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좋은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올 봄을 상상하면 희망이 차오르고 희망의 엔도르핀이 행복의 세로토닌을 만들어주어서 내가 웃고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람들은 내가 걱정이 되는지 적금도 깨고 애들도 키우고 일도 해야 하고 아프기까지 하는데 괜찮냐며 자꾸만 안부를 물어온다. 오늘은 아예 작정하고 나의 상황을 지인들께 알렸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걱정은 걱정을 거들뿐, 해결되지 않는다. 나의 걱정에 남의 걱정까지 얹어주는 일이어서, 나의 지게에 더 많은 짐을 짐 지우는 일이다.

서로를 배려한다는 전제에 걱정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와 희망을 더하는 말을 많이 나누었으면 한다.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희망적이고 단합되는 이야기들을 나눠가지며 제대로 된 덕담을 나누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새해 인사도 급하게 형식적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넘어간 적이 많다. 새해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를 다시금 나누면서 다가올 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모두가 맞이하게 되기를 바란다. 진짜 새해는 아마도, 코로나가 물러가야 제대로 시작될 것 같으니. 모름지기 학생이 학교를 가야 새 학기 제대로 시작되는 것이니.

학교가고 싶어요 이제 by 아인잠's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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