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책의 분야가 어찌 되었건 나의 관심사와 형편에 따라서 달리와닿는 글귀들이 있다. 경제서적을 읽는다 할지라도 나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시를 읽으면서도 교육을 생각할 수 있으며, 교육도서를 읽는다 할지라도 동화를 떠올릴 수도, 삶의 철학을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책의 묘미이기도 하다.
요즘 읽고 있는 고광윤 선생님의 저서 <영어책 읽기의 힘>에서 근래에 보지 못했던, 내 정신이 훅 빠져들어가게 만드는 문구를 발견했다.
"단순한 앎이나 이해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길 줄 알며 주변의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라도 끝까지 갈 수 있는 그런 엄마나 아빠를 만나는 행운을 당신의 아이도 누리게 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23p)
책은 영어 읽기에 대한 저자의 경험을 쓴 책인데, 읽으면서 독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영어, 교육, 삶에 대한 철학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 관심 있게 읽고 있다. 처음엔 나의 영어공부에 관심이 많아 선택했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주문 해지만, 내가 재미있게 읽고 있다. 모든 책은 재미를 느껴야 읽어지는 원리와 같다.
무엇보다 독서에 대해 강조하는 문장에 밑줄을 100번은 긋고 싶었는데 '영어'라는 단어만 빼면 독서에 대해 아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한부분과도 맞닿는다.
"무엇보다 아이가 (영어) 책 읽기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영어) 책을 읽는 것이 더 즐거워 더 많이 더 열심히 읽고 싶어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좋아하면 더 많이 읽게 되고, 더 많이 읽으면 더 잘 읽게 되고,, 더 잘 읽으면 더 좋아하게 되어 더 많이 읽게 되는 즐독과 다독과 잘독의 선순환이 시작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너무 많이 자주 만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책 읽기를 심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저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내 마음이 위로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책을 읽고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고 적용해서, 힘을 내어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인생사 뜻대로 안 되는 게 참많지만, 책 읽기도 참 그렇다.(어찌 보면 책 읽기가 가장 쉬운듯도 하다.)
어쩜 그렇게 책을 싫어하게 된 건지 안타깝고 답답할 정도로 아이들은 아무런 호기심과 의욕 없는 눈빛으로 책을 대한다(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빈익빈 부익부. 읽지 않는 아이는 점점 더 안 읽고 책을 싫어하고, 책을 읽는 아이는 점점 더 많이 읽고 책을 좋아한다).
세상 관심 없어 무심한 얼굴로 그렇게 책을 읽으면 책이 재미가 없다. 무슨 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다. 아예 책은 재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읽기 싫은 눈으로 보는 아이에게 책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것 같다.
책이 우리를 늘 짝사랑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읽는 사람들만이 갖는 풍요와 혜택은 읽는 사람들만의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만이 갖는 혜택과 풍요를 동경하고 부러워하듯이, 책 읽는 사람들의 혜택과 풍요도 부러워하면 좋겠다.
저자도 책에서 말했지만, 부모라면 아이가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책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고 그 책임은 아이와 가장 많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화분에 물 주는 일을 여러사람이 맡으면 이미 준 화분에 또 물을 주고 또 물을 주면서 물이 고이고 뿌리가 썩어버리게 된다. 반대로 누가 주겠거니 하고 물을 주지 않으면 화분은 이내 말라버리고 죽어버린다. 그와 같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책임지는 누군가가 주로 엄마라면, 엄마는 아이가 책을 얼마나 읽고 어느 정도로 읽으며 어떤 때 읽는지, 어떤 책을 보는지, 재미있게 읽는지 빠르게 읽는지, 책을 대하는 아이의 자세가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 여유와 기다림은 필수다.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하고 학습 성과를 보고 싶어 하는 조급함이 아이의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독서생활을 편안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그리고 그 성급함은 선생님에게도 전해져서 아이의 속도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안에서 담을 수 없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담을 수 없다. 안에서 담으면 밖에서도 담을 수 있다. 가정에서 책 읽기 하는 모습 그대로 밖에서도 책을 읽는다. 나는 아이들 모두가 책 읽는 아이들로 자라나면 좋겠다.
"어린 시절 좋은 책에서 얻은 감동과 깨달음은 평생을 지탱해주는 힘과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중략)
머릿속 한쪽 구석에 자리 잡아 사라지지 않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느낌들이 이후의 삶을 이끌어주는 영감이 되고 시련과 역경을 이겨낼 힘과 지혜의 근원이 됩니다." (26p)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는 만 5~7세 사이가 책 읽기를 배우는 가장 적합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지나면 점점 자의식이 커지고 호기심이나 열정은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골든타임에 쉽게 갈 수 있는 것을 어렵고 힘들게 꾸역꾸역 가려니 보는 사람이나 당사자는 오죽 힘들까.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책 읽기를 통해 지식과 지혜가 늘고 창의성이 발달하면 나중에 더 좋은 직업이나 직장을 갖게 되고 그만큼 더 크게 성공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아이들의 성공적인 삶을 기대하고 원한다면, 인생의 안전벨트, 책 읽기 운전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적절히 밟으며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도록 모든 아이들에게 책 읽기 능력을 심어주고 싶다. 능력이 된다면 해리포터처럼. 마법이라도 부려서 말이다.
마법의 빗자루로 (그림출처: 픽사베이)
"단순한 앎이나 이해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길 줄 알며 주변의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라도 끝까지 갈 수 있는 그런 엄마나 아빠를 만나는 행운을 당신의 아이도 누리게 하고 싶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