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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Sep 14. 2019

글쓰기 연습 2. 생각, 감정, 느낌 쓰기

 톡 까놓고 말해서, 글쓰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 말을 제일 싫어한다.


"너의 생각을 써봐"



무슨 생각을 쓰라는 건지, 아무 생각이 없다는 얼굴로 쳐다본다. 생각하기도 싫어한다.

특히 책 읽고 생각하는 것은 더 재미없다. 이렇게 일반화시키기엔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의 경우, 상당수 학생이 느끼는 문제일 것이다.

그나마 반항기가 없으면 다행이다.

반항기를 가득 담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면 그 기세에 글이 먼저인지, 인간을 만드는게 먼저인지 헷갈리게 되는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쓰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이가 어떻게 쓰는지, 써내는지, 썼다가 지우는지 라도 봐야 한다. 그래야 좌회전을 시킬지, 우회전을 시킬지, 직진을 시킬지 가늠할 수 있다.


하늘에 구름이 있는 것을 보고 '하늘에 구름이 있다'라고 쓰면 한 문장이다. 그렇게라도 쓴 다음에 구름이 무슨 모양인지, 하늘이 무슨 색인지, 오늘 내 기분은 어떤지, 구름이 솜사탕 같은지 쿠션 같은지, 구름이 흰구름인지 비구름인지라도 얘기해볼 수 있다.

한 문장을 쓰면, 두 문장을 쓸 수도 있고, 세 문장까지도 나갈 수 있다.

그런데 두세 문장 쓰는 애를 한 페이지 쓰게 하려면 벅차다. 차근차근 기다려주어야 한다.

문장은 문장을 불러온다. 문장이 이끄는 힘이 있다.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글로 풀어낸다는 것은 아이가 세상을 자신의 힘으로 그려낼 수 있는 잠재력도 이끌어내는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글쓰기 표현은 문장부터 시작한다.


글을 쓰려면 필요한 일이 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그리 다양한 감정이나 상황을 경험할 확률은 낮다.

늘 오가는 출근길, 등굣길, 하굣길, 퇴근길, 주로 만나는 사람과의 약속, 사귐, 매일 보는 가족들과의 잠깐의 대화 등에서 우리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대꾸를 할 뿐이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다양한 상황과 인물과의 만남이 필요하고 그런 경험 속에서 얻는 생각과 감정이 풍부해질수록 글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끊임없이 독서와 연관되고, 독서가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꾸준한 독서는 사색을 이끌어내고 사색한다는 것은 가만히 두어도 스스로 굴러가는 자동차와 같다. 생각의 엔진이 두뇌 속에서 작용하게 되는 일이다.


글쓰기의 블랙홀은 '(꾸준한) 독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처럼 글을 쓰려니 책 읽기가 싫고, 책을 읽자니 글쓰기는 귀찮은...

어려운 감정만이 뒤틀린채 답답하게 자아 속에서 돌고 돈다.

그래서 임시처방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되는 방법,

문장 하나를 골라서 생각을 써보는 연습법을 소개한다.


책이든, 신문이든, 아이 스스로 하나의 문장을 고르게 한다. 그 문장으로 글쓰기 연습을 할 것이기 때문에 잘 골라보라는 정도로만 힌트를 준다.

(성인도 이런 방식으로 문장 쓰기 연습이 가능하니 심심할 때 해보시기 바란다.)



예) 나만 기분이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클로이도 갑자기 공격을 쏟아붓거나 좌절감을 드러내는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 문장 활용 연습하기

-  나만 게으른 것이 아니다. 내 친구도 늦게까지 낮잠을 자거나, 청소가 밀리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  나만 배고픈 것이 아니다. 지수도, 철수도 아침을 먹지 못했다. 오전에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  너만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 나도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상해서 불쾌해졌기 때문이다.

-  나만 시험을 망친 것이 아니었다. 내 친구들도 평소보다 점수가 낮게 나와서 울고 있기 때문이다.

-  나만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동생도 열심히 청소했고, 내가 하기 힘든 부분은 엄마가 도와주셨기 때문이다.



예문으로 삼을 문장을 먼저 고르고, 그 문장의 형식과 비슷한 구조로 내용을 꾸며 쓰면 된다.


이렇게 하면 이미 5줄을 자기도 모르게 쓴 것이다. 잘 쓰고 못쓰고는 상관없다. 했다는 자체가 용기이고, 꾸준히 한다면 한 줄 쓰기 정도는 어느새 어렵지 않게 끄적거릴 수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도 저도 않겠다면, 도리가 없다. 

이마저도 하겠다면, 도리가 있다.

써보자.


6학년 딸이 마우스로 그린 그림 by 아인잠'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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