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 생활에 미친 영향

by 아인잠

코로나 바이러스로 개학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3월에도 일주일간 세 아이들과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12월 하순부터 방학이었으니, 참으로 기나긴 겨울방학을 보내게 생겼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워낙 독박 육아를 경험하여 경력이 된지라, 지금은 오히려 자유롭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그만큼 커서 자율적으로 하는 부분이 많고 서로를 도우며 나아가 엄마를 도와주기까지 하는 공동체로서 지내고 있으니 나로서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고, 이렇게 또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으니 좋다. 좋은 것만 생각해야지 나쁜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고 좋아지는 것 아니면, 좋은 것만 생각하려 한다.


집에서 아이들 독서논술을 가르치고 있지만, 지난주부터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보내지 않으면서 다음 달까지 벌어들일 수 있는 예상 수입이 절반 이하로 감소할 예정이다.

다행히 한 달 정도는 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니 크게 염려는 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렇게 사태가 길어지면 곤란해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건, 3개월은 집에 있는 식량으로 먹고살 수 있으니 불안하지는 않다.

문제는 월세와 고정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가장이 된 엄마로서 갖는 현실적인 고민들.

나처럼 영세한 개인과외교습자도 이렇게 타격이 큰데 큰 학원이나 영업장을 운영하시는 분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마트, 극장, 식당이 텅텅 비었다고 하는데, 바빠지는 것은 배달하시는 분들.

그분들도 나름 얼마나 고초가 크실까 생각하면서 나에게 닥친 상황도 또 잘 감당해보리라 생각한다. 예정된 수업이 취소되고, 상담도 연기되고 나는 요즘 드문드문 시간이 많다. 그래서 밀린 책도 읽고 글도 열심히 쓰고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엄마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아이들의 needs를 파악하는 방법은 '몸'으로 함께 있어주면 되는 것이다.

내 경우는 '몸' 중에서도 '손'이었다.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금방 시간이 지나가게 느끼는 마법이다.


지문이 닳도록 색종이를 접고 오리던 시절.

창문에 붙인 것보다 100장은 더 많이 만들어 뿌려져 있던 거실. 그에 비하면 요즘엔 신선놀음이다. 아이들이 까꿍이일 때가 가장 손이 많이 간다.


접고 오리기 귀찮으면, 아이들이 마음껏 손을 이용할 수 있게끔 내버려 두는 전략이 편하다.

물풀을 사서 약병에 옮겨 담아 두고, 빈 풀통에는 물감을 물에 타서 넣어둔다. 몇 가지 색만 만들어주어도 아이들이 온갖 글자에 그림을 만들어가며 재미있게 한참을 논다. 엄마는 해방되는 순간이 온다.


이도 저도 안되고 아이들의 마음을 통 모를 때에는 뭘 하고 싶은지 '마음 시계'를 만들어서 붙여둔다. 원하는 쪽에 시곗바늘을 슬그머니 옮겨놓으면 엄마가 시간이 될 때 아이의 마음을 들어준다. 가능한 '시간이 될 때'가 아니라 시곗바늘이 옮겨진 순간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엄마의 시간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럴 때 아이의 마음은 1분 만에도 달래지고 금방 웃게 만들 수 있다.


아이가 어릴 때 단어를 토하는 상자를 만들어서 글자를 익히기도 했다. 글자카드가 와락 쏟아질 때 아이가 까르르 웃어 넘어가는 것을 보면 엄마의 마음 주름까지 활짝 펴지는 듯했다.

단어가 코로나와


어렸을 때 이것저것 하면서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잊힌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다 기억을 하고 있었다. 문득문득 그때 했던 것들을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노는 것을 보면 육아는 순환되고, 추억되고, 교육이 되는 것이라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도 소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함께 놀고, 마음에 귀 기울이고, 엄마가 포기하고 노력한 시간들을 기억한 아이들이기에 "엄마 잠깐 쉴게, 엄마 책 볼게, 엄마 좀 도와줄래?" 하는 말들에 아이들은 바로바로 반응한다.

남들 놀러 갈 때 못 가고, 남들 먹을 때 안 먹고, 남들 쉴 때 안 쉬었더니, 남들 못 놀 때 놀고, 남들 안 쉴 때 쉬고 남들 못 갈 때 놀러도 가는 자유도 생기더라.


그나저나 아이들 수업이 stop 되어서 어서 수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온라인 수업이라도 만들면 어떨까. 일주일에 두어 번 글을 받아서 아이들 첨삭을 해주면 도움이 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본다.

엄마의 생각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아이들은 엄마가 수업을 하지 않고 자기들과 논다는 것이 그저 즐겁다. 나도 즐겁다. 이 순간은.

고민은 아이들 잘 때 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