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26일, 화요일의 일기
내가 아는 아저씨.
직업은 의사.
1남 1녀의 자녀를 두었음.
혀가 짧다.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아들하고 똑같이 생겼다. 너무 똑같아서 웃음이 나온다.
숫자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집 전화번호를 못 외운다.
"그래서 어떻게 의사가 되셨어요?"라고 물었더니 "하면 되죠"한다.
그리고 옹졸한 인간 앞에서 "돈이 왜 아까워요? 아까우면 시간이 아깝지"라고 한다.
젊은이에게 말씀하신다.
"자네 꿈이 뭔가?"
"공부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학비와 생활비가 걱정됩니다."
"젊은이는 돈을 아껴야 하는 게 아니고, 시간을 아껴야 하네!"
나의 삶은 그분을 만나기 전과 만나게 된 후로 나뉘는 것 같다.
내게 그토록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려주신 분.
지나가는 말로 무심코 던지듯 하신 말씀이지만 나는 그분의 진지한 눈빛을 보았고
부드럽지만 확신에 찬 어조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뒤로 나는 나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기 시작했다. 그나마 그런 노력으로 무심히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나에게 늘 채워지는 재산이었고, 변하지 않는 친구였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시선이었다.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용기였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동지였다.
슬플 때 안아주는 담요였고, 화날 때 추스르게 해주는 저울이 되어주었다.
시간 속에서 나는 울고 웃고 했지만, 시간은 나의 어떤 모습에도 외면하지 않고 늘 나를 바라봐주는 것 같았다.
"젊은이는 돈을 아껴야 하는 게 아니고, 시간을 아껴야 하네!"
나의 모토가 되어준 시간에 대한 조언.
누군가의 말이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지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남은 시간이 이제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음도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무궁할 것만 같은 시간, 한정 없는 시간이 아니라 전지전능한 신이 나를 내려다보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초침을 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이제는 든다.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나는 지금 사막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타르 사막에 다녀온 지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인생이라는 이름의
가장 멀고 긴 여행을, 생존이라는 이름의 황량한 사막 위를 횡단 중이다.
사진 출처 : 픽사 베이모래폭풍이 사라지면 낙타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묵묵하게 목적지를 향해 또 한 걸음 내딛는다.
<사막 위의 두 남자>, 배영호, 북이십일
*** 내 맘에 say : 지금 내가 걷는 길이 황량한 사막인 것 같다. 쉴 새 없이 모래폭풍이 휘몰아치고 나 혼자 그 폭풍 가운데서 나의 옷깃을 여며 쥐고 서있는 것만 같다.
바람아 불어라, 나는 낙타처럼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켜 또 한 걸음 내딛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또 한걸음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