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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Apr 25. 2019

나의 인생은 지금 어디쯤 와있는 걸까

2000년 9월 26일, 화요일의 일기

내가 아는 아저씨.

직업은 의사.

1남 1녀의 자녀를 두었음.

혀가 짧다.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아들하고 똑같이 생겼다. 너무 똑같아서 웃음이 나온다.

숫자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집 전화번호를 못 외운다.

"그래서 어떻게 의사가 되셨어요?"라고 물었더니 "하면 되죠"한다.

그리고 옹졸한 인간 앞에서 "돈이 왜 아까워요? 아까우면 시간이 아깝지"라고 한다.


젊은이에게 말씀하신다.

"자네 꿈이 뭔가?"

"공부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학비와 생활비가 걱정됩니다."


"젊은이는 돈을 아껴야 하는 게 아니고, 시간을 아껴야 하네!"



나의 삶은 그분을 만나기 전과 만나게 된 후로 나뉘는 것 같다.

내게 그토록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려주신 분.

지나가는 말로 무심코 던지듯 하신 말씀이지만 나는 그분의 진지한 눈빛을 보았고

부드럽지만 확신에 찬 어조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뒤로 나는 나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기 시작했다. 그나마 그런 노력으로 무심히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나에게 늘 채워지는 재산이었고, 변하지 않는 친구였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시선이었다.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용기였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동지였다.

슬플 때 안아주는 담요였고, 화날 때 추스르게 해주는 저울이 되어주었다.

시간 속에서 나는 울고 웃고 했지만, 시간은 나의 어떤 모습에도 외면하지 않고 늘 나를 바라봐주는 것 같았다.



"젊은이는 돈을 아껴야 하는 게 아니고, 시간을 아껴야 하네!"


나의 모토가 되어준 시간에 대한 조언.

누군가의 말이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지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남은 시간이 이제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음도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무궁할 것만 같은 시간, 한정 없는 시간이 아니라 전지전능한 신이 나를 내려다보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초침을 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이제는 든다.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나는 지금 사막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타르 사막에 다녀온 지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인생이라는 이름의
가장 멀고 긴 여행을, 생존이라는 이름의 황량한 사막 위를 횡단 중이다.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모래폭풍이 사라지면 낙타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묵묵하게 목적지를 향해 또 한 걸음 내딛는다.

<사막 위의 두 남자>, 배영호, 북이십일



*** 내 맘에 say : 지금 내가 걷는 길이 황량한 사막인 것 같다. 쉴 새 없이 모래폭풍이 휘몰아치고 나 혼자 그 폭풍 가운데서 나의 옷깃을 여며 쥐고 서있는 것만 같다.

바람아 불어라, 나는 낙타처럼 아무렇지 않게 몸을 일으켜 또 한 걸음 내딛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또 한걸음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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