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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Apr 27. 2019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로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 언젠가는, 이상은





동네 할머니를 만났다. 우연찮게 할머니들의 모임 곁에서 그분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인생에 대한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젊을 때는 젊은 줄 모르고 시간이 지나가더라,
늙으니 힘든데 아픈 곳만 생기고
지나고 보니 세월이 가있더라
좀 살만하다 싶으면 이제 죽을 때 된다더라
그게 인생이더라...




마치... 가수 이상은 씨의 노래 <언젠가는>의 80대 버전 노랫말 가사 같다.





인생은 언제 떠나게 만들지 모를 죽음과 맞닿아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인생을 생각하다 보면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내가 삶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주하듯 어느 날 죽음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홀연히 내게 다가오겠지...


언젠가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닥뜨리게 될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은 사람들에게, 내 아이들에게 기억될까.


나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좋아한다.

그래서 휴대폰 카메라 기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뭔가, 내가 글이나 말로 남기지 못하는 것을 사진에는 담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인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날 첫째 아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내게 물었다.


"엄마는 사진을 왜 찍어?"


'기억해두고 싶어서 그렇지.'


"다 기억해둬서 뭐하게? 죽을 때 다 가지고 갈 거야?"


'남겨두고 가려고 그렇지... 엄마의 기억을... 내 아이들이 보라고, 이렇게 엄마가 생각했구나, 사랑했구나 하고 간직하라고, 엄마 보고 싶을 때 꺼내보라고...'


"......"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찰나의 기회마저도 없는 영원한 이별이라 아프고 슬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막연히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의 끝까지 가본 적이 없는 이유는 너무 아파서 피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 목사님께서 죽음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잠겨있는 자녀들에게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겠지만, 목사님은 담담히 이렇게나마 말씀을 전하신다고 하셨다.


'죽음이란,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가 두 발로 힘차게 뛸 수 있는 세상으로 가시는 거라고.

심장이 안 좋으신 어머니가 힘차게 뛰는 심장으로 아름다운 꽃길을 거닐 수 있는 세상으로 가시는 거라고.

죽음이란, 부모님이 가장 건강하고 고통 없는 모습으로 떠나시는 세계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한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셨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죽음 앞에서 '슬픔'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은 명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겪어보지 않은 일이기에 깊이 이해할 수는 없으나,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가 두 발로 힘차게 뛸 수 있는 세상으로 가시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심장이 안 좋으신 어머니가 힘차게 뛰는 심장으로 아름다운 꽃길을 거닐 수 있는 세상으로 가시는 것이라면, 부모님이 가장 건강하고 고통 없는 모습으로 떠나시는 세계라면, 기꺼이 보내드리며 이생에서의 이별은 남겨진 나에게 슬픔을 감당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힘이 되어 주지 않을까.



해 저무는 하늘을 보면,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에게로...

내가 있어야 할 집으로...


*** 내맘에say : 내가 지금 바르게 잘 찾아가고 있는 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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