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가시가 돋친 고슴도치, 정작 가시는 고슴도치를 찌르고 있는지도.
자기가 아는 동물들이 다 가시가 있다고 상상해보았다.
모두 다 고슴도치네 집으로 왔다. 코끼리는 가시 때문에 나무에 올라갈 수 없었다. 가지마다에 걸렸기 곰의 가시에서는 조금 전까지 먹으면서 돌아다닌 케이크의 꿀이 흘러내렸다.
나비의 날개에도 가시가 돋아 있었다.
잉어와 메기는 물 위로 가시가 가득한 머리를 내밀다가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가시가 돋은 개미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두더지는 자기 가시 위에 지렁이를 얹어 놓고 장난을 쳤다.
부엉이의 가시들은 서로 편지를 쓰고 있었다.
달팽이의 등엔 가시 집이 있었다.
고슴도치는 이 세상에서 가시가 없는 유일한 동물이었다.
<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아르테
나는 이상해, 겁을 주고, 외롭고, 자신감도 없어. 내겐 가시만 있어. 그리고 누군가 나를 찾아와 주길 하면서 또 누군가 오는 걸 원하지 않아.....
나는 대체 어떤 동물이지!
"움직이지 않고 가만있는 것도 춤이라고 하면 어때."
달팽이가 대꾸했다. "멈춤, 그렇게 부르는 거야."
<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아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