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울트라러닝>을 읽고 있는데 한 여성이 소개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녀의 천재성에 대해 집중하기 쉽지만 나는 그녀가 갖고 있는 독서의 힘과 집중력이 달리 보인다. 그리고 그 점이 탁월하게 느껴진다.
스코틀랜드 과학자인 메리 서머빌은 '태양광 스펙트럼 중 보라색 대역의 자기장적 특성'이라는 논문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는 왕립학회 역사상 두 번째 여성이고. 서머빌은 이후 수학, 천문학, 물리학, 지질학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시네마 사이언스] 이뉴스투데이 참조. 여용준 기자. 2020.2.15)
또한 서머빌은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인 에이다 러브레이스의 과외교사로도 알려져 있다. 에이다는 영국의 유명한 시인인 바이런의 딸이기도 한데 에이다는 가정교사였던 서머빌과 매우 친근하게 지냈다고 한다.
(바이런은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말을 남긴 시인이다.)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에이다에게 서머빌은 당시 영국의 수학교수인 '찰스 배비지'를 소개했고 에이다는 찰스 배비지가 연구하고 있던 부분에서 더 심화해서 나아가 결국 현재까지 알려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바이런, 에이다, 서머빌.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독서'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 바이런, 그의 딸 에이다. 당대 지식인들은 그 부녀를 가리켜서 이렇게 표현했다.
"아버지는 마음의 프로그래머이고 딸은 기계의 시인이다."
그리고 서머빌 역시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자랐다.
그녀의 숙모가 서머빌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서머빌의 어머니에게 말했다고 한다.
"자네는 왜 메리가 책을 읽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내버려 두는가? 남자도 아닌데 바느질도 못하면 어떻게 하나?"
18세기 스코틀랜드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서머빌의 시대, 고등교육이 여성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지던 때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서머빌이 책을 읽는 것을 못마땅해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학비 때문에 서머빌이 학교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을 때에 비로소 그녀가 책을 읽게 내버려 둔 걸 후회했다고 하니, 그 이전에는 서머빌이 책을 읽도록 마음으로 지원했을 것이다.
서머빌이 얼마나 책을 좋아하고 지적 호기심이 탁월했는지 알 수 있는 사례가 책에 소개되어 있다.
(<울트라러닝>, 스콧 영 지음, 이한이 옮김 비즈니스북스, 2020)
"청소년 시절 독서용 촛불을 물리고 잠자리에 들고 나서도 그녀는 머릿속으로 유클리드의 수학 이론을 더듬었다. 지인들은 그녀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서 식물학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공부를 하는데 한 시간을 바쳤다. 라플라스의 <천체역학>을 번역. 증보하는 위업을 이루는 동안에도, 그녀는 아이를 기르고 요리를 하고 집 청소를 했다." (117p)
이에 대하여 <울트라러닝>의 저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녀 같은 상황에서, 그러니까 끊임없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사회적 지원은 거의 없고, 해야 할 일들이 계속 나타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주제들을 폭넓고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학문 수준에 관해 프랑스의 수학자 시메옹 푸아송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녀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프랑스에서 스무 명이나 될까?" (118p)
아이를 기르고 요리하고 집 청소를 하면서 번역, 증보한 라플라스의 <천체역학>은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이래로 가장 위대한 지적 성취라고 여겨진다고 한다. 라플라스는 서머빌이 자신의 책을 이해하는 유일한 여성이라고 말했다.'(116p)
나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뒤편에는 꾸준한 독서와 독서를 위한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서머빌 역시 결혼하여 여성의 교육에 대해 심하게 반대한 남편에게 얼마나 많은 부딪힘이 있었을까. 그 인내의 시간 속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서, 밥을 차리면서, 청소를 하고 궂은일들을 하면서도 이뤄낸 독서가 그녀의 탁월한 점을 이끌어내었던 것이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자신을 계발하고 꿈을 이룬 여성의 사례는 너무나 많아서, 나 역시 독서를 통해 내 삶을 이뤄나가고 싶다. 단, 이렇게 독서를 통해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성공을 위해서 독서를 이용하고 책 읽기를 과시하지 않는 것이다. 독서 자체를 좋아하고 독서를 통해 마음 가득히 차오르는 지적 기쁨을 느끼며 자신의 꿈을 꽃피워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당연히 책 읽기 위한 자신의 시간을 따로 떼어내야 한다. 책에 이끌리는 마음이 항상 자신 속에 내재되어있어야 한다. 그럴 때 책이 읽힌다. 의무감이나 목표를 위한 독서는 가다가 금방 숨이 차고 즐겁지 않다.
책읽기는 연애와 같다. 한창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함께 있으면서도 헤어질 때 아쉬워하듯이,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 때는 하루에 만났던 책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마치 유영하듯(물속에서 헤엄치며 놀듯) 움직인다. 아침에 깨어날 때는 책 읽을 하루를 기대하며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안배한다. 그래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책 읽을 시간을 낸다. 그렇게 독서는 이루어진다.
어떻게 하면 독서를 할 수 있을까?
책 <울트라러닝> 에서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야구에서 배트로 공을 치기에 가장 효율적인 곳)을 찾아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스폿은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아침, 점심, 저녁, 밤, 새벽 중에서, 틈틈이 낼 수 있는 시간 속에서, 또는 책상, 화장실, 카페, 침대 등 자신이 편안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독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몇 시간 오롯이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으려면 직장인들에게 무리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 젖을 물리고 집안일들을 하면서도 공부와 독서를 멈추지 않았던 서머빌을 떠올려보면, 내가 바쁜 일상이 그보다 더하지 않을 것이다.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대통령도 나보다 더 바쁜 사람들이지만 나보다 더 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해보면, 내 일상에서도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은 오히려 충분함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독서를 하겠다면 시간을 낼 수 있다.
하루에 잠깐의 5분 틈새시간도 10번이 모이면 50분이다.
아이작 뉴턴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더 멀리 보고 있다면 그건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거인의 어깨는 '독서'밖에 없다. 그 이상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택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인류 역사에서도 증명되는 '독서의 힘'이란, 내가 알 수 없는 우주적인 신비로 가득한 영역이다.
그 영역에 닿는 길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독서가 좋고, 독서를 위한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독서를 통해 새로운 날들을 이뤄갔으면 좋겠다.
"학교를 떠난 뒤에도 공부를 멈추지 말아야 하며, 따라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스스로 함양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 스콧 영
*참조 <울트라러닝>, 스콧 영 지음, 이한이 옮김 비즈니스북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