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작가인 박금선 저자가 쓴 책 <어떤 삶을 살든, 여자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평범한 하루에 감사한다는 것은 평범한 하루에 든 권태와 지루함도 고마워한다는 뜻’이라는 말. 저자가 책의 서문에 밝힌 이 부분에 머물러 나는 잠시 생각했다. 코로나의 위기가 지루함까지 안겨주는 요즘이지만, 진정 우리가 기다려온 평범한 하루란 권태와 지루함까지 가득했던 번잡스러운 일상이었다. 지루함도 번잡스러움도 그리 달갑지는 않으나, 우리는 지루한 가운데 번잡스럽던 일상을 떠올리고, 번잡스러운 일상에서는 지루한 일상을 바라게 되기도 한다. 세 끼 밥을 먹고, 매일 보는 사람들과 일하거나 자주 보는 사람들과 만나고, 똑같은 집, 똑같은 방, 똑같은 이불을 사용하며 우리는 매일 아침 똑같은 거울 앞에 서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똑같은 하루가 소중하다 못해 그립더니 이제는 지루하게 기다리는 시점이 된 것이다. 그래도 번뜩 다시 떠오르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에 대하여 생각함이다. 이 순간이 소중한 것은 100년 전에도, 1000년 전에도 누군가의 삶에서 간절하게 원했던 날들이며 누군가는 지키고자 했고, 누군가는 얻고자 했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저 값없이 매일 채워지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특별한 것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본다. 저자는 다시 서른 살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조금은 덜 불안해하고 덜 버거워하는 사이사이, 그때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애써 발견해가며 조금은 더 즐기고 싶다.”
저자의 말대로 지금의 불안함과 불편함 사이에 덜 버거워하며, 지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애써 발견해보는 오늘이면 좋겠다.
오늘의 발견
파리의 바게트 민족이 나타났다.
우리 집엔 왜 왔니?
지도 보고 찾아왔다는?
코로나로 자가격리 중
인형놀이의 신세계를 탐험하는 요즘.
인형놀이 어디까지 해봤니
아이들은 스스로의 놀이를 통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며 할 수 있는지를 알아간다. 어디까지 해볼 것인지 하루하루 꽉꽉 채워지는 시간 속에서 마음껏 시도하고 표현해본다.
아이들에 비하면 나는 몹시도 게을러서 겉으로 보기엔 제일 한가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많은 말을 하고 많이 움직이고 많이 먹고 많이 웃는 사람은 단연 아이들이다. 아이들에 비하자면 나는 참으로 재미없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엄마를 웃겨주고, 자신이 한 작품을 가져와 기쁘게 선보이고 다시 똘똘 뭉쳐서 뭔가를 하며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내가 어떤 힘을 내야 할 것인지 저절로 알아지는 것이 있다.
저자는 ‘즐기며 하는 일의 힘도 믿지만 '억지로' 하는 일의 힘도 믿게 되었다’고 한다. 마음을 실으면 그 일은 다른 방향으로 덩굴을 뻗어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를 키울 수도 있고 내가 생각지 못한 사람으로 – 인내하며 헌신하는 따뜻한 엄마, 책임과 의무를 감당하며 힘 있게 일하는 엄마, 공부하고 노력하며 발전하는 엄마- 로 성장시켜갈 것이다. ‘그러니 우리, 너무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눈앞에 놓인 시간들은 우리를 더 아름답고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때로는 즐거이, 때로는 힘들어도 진정을 다해 이 시간 안으로 들어가자’는 저자의 말에 기대어본다. 지금 우리는 인생 최고의 공부를 하고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전 국민이 다 함께 위기를 넘어가고 있고, 누군가는 불가능하다던 일을 해내며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때가 아닌 이 시대, 오늘을 살면서 우리가 단순히 지루한 불편함속에 갇혀있기보다는 이 와중에 생산적인 일, 창의적인 일을 해내며 남다른 나날들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매일이 새롭고 특별한 일상으로 채워져 갈 때 어느덧 맞이하게 될 '우리가 기다리던 일상'이 더욱 특별한 감동으로 와 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