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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n 10. 2020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고 믿는 착각에 대하여

“우리 애는 책을 좋아해서요, 게임은 딱 1시간만 하기로 약속했고
텔레비전은 딱 2시간만 보라고 했어요”

요즘 아이들 독서교육에 대해 상담하면서, 엄마와 아이를 관찰하면서 공통점을 느낀게 있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엄마가 흔히 하는 착각 중에 하나, 가장 큰 착각은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아이는 책을 좋아한다.’
아마도 땡! 틀렸을 겁니다.
엄마 옆을 맴돌며 계속해서 핸드폰을 달라고 조르고, 심심하다고 징징대고 어른들 모임에 톡톡 끼어들어서 참견한다면 귀하의 자녀가 책을 좋아할리는 없어요. 아마 앞으로 더 그럴 겁니다.
귀댁의 자녀는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어떤 환경에 가더라도 책이 어디에 있는 지부터 찾아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누가 뭐라 하든 무슨 난리가 나든 자기가 택한 자리에 편한 자세로 앉아서 용건이 끝날 때까지 책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보이는 특징입니다.


어릴때 책을 좋아하고 잘보는 것은 당연한것이지 특별하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더많이 읽어주고 이야기나누지못하는 엄마의 상황을

오히려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치고 책을 안 본다면 그것은 단지 현재 상태에서 책을 안 보는 상황인 것이 아니라 이미 책과 멀어진 상태이고 책 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책과는 서서히 멀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길게 잡아서’ 초등 저학년 시기 아이들이 제대로 읽건 안 읽건 책을 안 본다면 그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책을 읽지 않더니 일주일에 한 권을 읽기가 힘들어집니다.
아이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최대한 합의한 것이 ‘일주일에 동화책 한 권 읽기’가 된 현실이라면 그건 걱정스럽습니다.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고 이해력, 사고력이 필요한 고등 독서 시기가 되면 따라잡기가 어렵습니다. 그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들을 만나보면 지독하게도 책을 안 읽어요. 물론 읽는 아이는 읽죠, 문제는 내 아이가 책을 안 읽는 것입니다.
주변에 책 보다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요.
옛날 사람들은 마당에서 돌멩이 치고 풀 뽑고 냇가에서 홀딱 젖어오면 집에 오면 밥 먹고 공부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원 없이 놀지를 못하니,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못 놀았다, 놀고 싶다, 공부하기 싫다, 책 보기 싫다.’ 그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안타깝고 끔찍한 현실이에요. 책을 안 보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우니까, 짜증 내니까, 힘들게 하니까 너무나 이른 나이때부터 쉽게 핸드폰을 건네주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유일하게 남은 방안은 저는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어야만 합니다. 아빠도 읽고, 엄마도 읽고, 언니도 읽고, 누나도 읽고, 동생도 읽고, 모두가 읽어야 책을 읽는 일이 현실이 되고 호흡이 되고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자리 잡습니다. 가족의 문화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가 좋아요, 왜냐하면 늘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책을 보면 아이들이 군말 없이 책을 봅니다. 부모가 책을 보지 않으면 아이들에게는 책을 안 보는 이유가 너무 많아요. 집에 읽을 책이 없다, 엄마 아빠도 안 본다, 엄마 아빠도 매일 핸드폰만 본다. 언니도 안 보고 오빠도 안 보고, 동생도 안 보는데 내가 왜 책을 봐야 하냐고 물어요.
부모가 하지 않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당연히 책으로부터 멀어지기가 더 쉽습니다.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엄마부터 책을 읽어야 합니다.
엄마는 책 읽기 싫다고 대놓고 얘기하면서 내 아이는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 것도 답답한 노릇이에요. 책 읽고 누구와 대화할 사람도 없는데 아이가 무슨 재미로 책을 읽을까요.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은 신께서 부어주신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초등 저학년 어느 시점이 지나면 아이는 분명히 선택합니다. 책을 보지 않기로요.
책 보는 아이와, 책 보지 않는 아이로 나뉜다면, 내 아이는 어느 편에 서기 쉬울까요.
그걸 알려면 현재 집 문화를 보면 됩니다.
우리 가족이 책을 단체로 안 읽는데 내 아이만 특출 나게 책을 좋아하긴 쉽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아이는 어딜 가더라도 책을 볼 아이가 맞고요.
책을 보며 책을 따라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합니다. 그런 아이 뒤에는 분명히,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있어요. 그리고 꾸준히 읽게 만드는 동기가 있고요, 책을 통해 알아가는 즐거움을 아이가 알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는 판단을 쉽게 내리지 않으시길요.
지금까지 볼 때 책을 진정 좋아하는 아이는, 불행히도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거든요.
그만큼 책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게임할 것 다하고, 웹툰 보고 TV 보고 유튜브 보고... 그러면서 책을 읽는다는 건?
가뭄 사이에서 콩 하나 태어나는 일과 같다고 봅니다, 저는.
책을 싫어하고, 책을 좋아하지 않고 가끔 읽으면서 책의 유익은 다 얻고 싶어 하고 그럴 거라고 믿는다면 오산이에요. 책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독서한 ‘시간’이 쌓일 때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책 안읽는 아이들의 말하기와 글쓰기, 독서력에도 연관된다는 사실입니다.

그 모든 것이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에요.
시간을 쌓아가는 일, 부디 미루지 말고, 아이와 함께 시작해보시면 좋겠어요.

책읽는 시간, 글쓰는 시간, 말하고 생각하는 시간, 그리고 듣는 시간, 생각이 머무르고 자라는 시간...

그 시간이 쌓이려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미룰 시간이 없어요.




독서를 위한 뇌 기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의 뇌와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다르다고 한다. “능숙하게 독서하는 뇌는 망막을 통해 정보가 들어가면 문자들의 물리적 속성을 특화된 일련의 뉴런으로 처리하며 이 뉴런은 문자에 대한 정보를 자동적으로 더 깊숙한 곳에 있는 다른 시각 프로세싱 영역으로 들여보낸다.” 

다시 말해, 독서를 할수록 뇌의 시각 피질이 달라지고, 문자나 문자 패턴, 단어 등 시각적 이미지를 담당하는 세포 망이 가득 채워져 자극에 대한 반응을 효율적인 신경 회로망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이렇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뇌 전체에 퍼져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지적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장석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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