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혹시 남편이 은퇴하여 연금을 충분히 받고 아이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작업하기를 유보할까 봐 염려스럽다."(56p)
당신이 아내라면 남편이 은퇴하기를, 아이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글쓰기를 유보하고 있진 않나요?
혹은 지금 힘든 상황이 지나가기를, 조금 여유가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진 않나요?
예전에 저에게 글쓰기를 배우기로 신청하신 분께서 갑작스레 취소하신 적이 있어요.
이유는 이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땐 저 역시도 이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솔직히 제가 이혼을 앞두고 책을 두 권 쓸 동안, 다른 두 분은 이혼을 이유로 글쓰기를 유보하신 것이죠.
국문학과를 졸업한 제 친구들 중에도, 아직도 왕년에 글 좀 썼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얘기하면서도 여전히 하루 한 장 일기 쓰기도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많은 분들이 글쓰기를 미루고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글을 완수하려는 의식을 갖고 계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내가 본래 요리를 잘하지만 지금은 좀 바쁘니까 다음에 형편 되면 제대로 만들어서 맛보게 해 드릴게요' 하는 느낌이랄까요?
이에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에서 저자는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사자처럼, 해적처럼 경솔하고 무모하라!'라고 말이죠.
"모든 사람이 재능 있고 독창적이지만, 그 재능과 독창성은 종종 오랫동안 자신 속에 갇혀 있곤 한다. 사람들은 너무 겁을 내고 너무 자의식에 빠져있고 너무 자존심이 세며 너무 부끄러워한다. 그들은 구성과 줄거리와 통일성과 전체와 일관성 따위에 관해 지나치게 많이 배운 것이다." (84p)
작가도 글쓰기를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작가들이 처음 20년 동안 겪는 또 다른 골칫거리는 특출해야 하며 깊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초조함이다. 그들은 허세를 부리며 글을 쓴다. 그러지 않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고 고백합니다.
그녀 역시 글을 쓰기 위해 온종일 커피를 마셔대고 담배를 두 갑이나 피워대곤 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며칠간 밤낮으로 써대도록 자신을 몰아세우기도 했고, 가식적이고 상투적이고 진실이 아닌 것들이 여기저기 섞여있는 것을 깨닫기도 했답니다. 그럴 때 그녀는 톨스토이의 말에서 힘을 얻었어요.
책의 저자인 브렌다 유랜드마저도 노르웨이 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을 만큼 대단한 작가였는데, 더 위대한 톨스토이마저도 그녀와 같았거든요.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쓰기 시작할 수도 없고, 설령 시작하더라도 계속할 수가 없다'
톨스토이도 이렇게 고통스러웠는데 내가 뭐라고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그렇게도 생각해보면 어때요?
톨스토이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내가 느끼는 고민과 힘듦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애초에 목표가 톨스토이만큼 위대한 글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면,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 좀 써보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될까요?
애초에 목표를 어디에 두고 글을 쓰고 싶으세요?
나의 글쓰기 목적과 의미는 무엇인가요?
무엇을 쓰고 싶으신 건가요?
당신이 글쓰기 힘든 이유에 대해 톨스토이는 말합니다.
아무런 쓸거리가 없다거나, 쓰고 싶은 것이 당신의 의식 속에서 아직 덜 성숙하고 겨우 희미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뿐이라고요.
이에 브렌다는 말합니다.
'당신이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며, 좋은 착상을 짜내려고 서두르는 것은 나쁜 계획이다.
당신이 억지로 그렇게 한다면 돌연 많은 착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 생각들이 반드시 특별히 좋거나 흥미롭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52p)
천천히 써보라는 것입니다. 천천히 생각하고, 조급하게 여기지 말고, 때론 게으르게, 때론 경솔하고 무모하게도 써보라고요...
글쓰기 힘들어하는 분들께 어떤 말을 전해드릴까 하다가 한 부분을 골라봤습니다.
이 글이 동굴 속에서 움츠리고 계신 분들에게 한 줌 햇살이 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글쓰기를 원한다면 이렇게 해보라. 혼자서 당신의 방에 틀어박히라. 고요 속에서 적어도 한 시간 동안 느릿느릿 하찮은 일을 해보라. 연필을 집어 들거나 타자기 앞에 앉은 채 창밖을 내다보라. 그리고 하늘에서 본 것이 무슨 색인지, 정확히 표현하려고 애쓰면서 조용하게 꿈꾸는 듯한 주의력을 기울여 적거나 이름 붙여보라.
"별... 네 개의 점들... 노랑." 하는 식으로, 그러나 하고 싶지 않다면 굳이 문장을 만들려고 애쓰지 마라. 혹은 당신의 머리를 스치는 것들을 꿈꾸듯이 아무렇게나 써보라.
"난 오늘 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아. 이 후덥지근한 느낌은 무엇일까?"
아니면 그저 게으르게 끄적거려라. (중략)
당신은 뭔가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더 많은 이야기가 나타날 것이다. (5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