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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n 14. 2020

글쓰기에 대한 고민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란 책에서 사랑의 5대 속성을 말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을 갖는 것, 존중하는 것, 책임감을 느끼는 것, 이해하는 것, 주는 것.'

그가 말한 사랑은 관심에서 출발해서 한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그것이 연인이건 자녀이건, 사물이건, 우리는 관심으로 시작하는 많은 감정을 경험한다.

최근에 내가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아이들 교육에 관한 것이고 글쓰기에 관한 것이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에 관한 것이다. 이전과 다른 점은 조금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내 삶이 약간 덜 곤란했다는 점만이 지금과 다를 뿐이다. 하지만 내면의 상태에 관한 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뭔가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 이미 생각하고 믿고 사랑했던 것을 지금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믿고 사랑한다는 점이다." - 반 고흐


반 고흐는 또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안에 나는 작품 하나만을 완성하면 충분하다. 스스로를 재촉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한다고 좋을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완전한 평온과 고요 속에서, 최대한 규칙적으로 집중하여, 최대한 단순하고 간결하게, 계속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런 반 고흐의 충동이, 의식이, 목표와 계획이 우리에게도 있다. 단지 어디에 집중하고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다를 것이다.

나는 글쓰기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많은 분들이 글을 쓸 때 (모두 다 그렇진 않겠지만) 바로 책을 쓰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을 갖고 계신 것이 느껴진다. 책은 글이 차오르면 3-4개월 안에도 너끈히 만들어질 수 있다.

어떤 글을 쓰느냐 하는 것이 어떤 책이 만들어지는가 하는 문제와 연결되지만, 반드시 모든 글을 책을 염두에 쓰고 쓸 필요는 없다.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에서 저자는 말한다.

'나를 짓누른 억압과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나의 글이 과연 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늘 이런 생각에 골몰한다면, 당신의 작품은 공허하고 건조하고 타산적이며 생명력을 갖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돈도 벌지 못할 것이다. 혹은 실제로 돈은 벌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다. 출판된 당신의 글들을 볼 때마다 언짢은 기분에 시달릴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의 고뇌와 번민 중에 반 고흐의 삶을 통해서 답을 찾았다. 그것은 글쓰기란 '자신이 갖고 있는 느낌과 진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망'이다. 그것은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만약 그들이 듣고 싶어 한다면 그들에게 그 느낌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만약 사람들이 관심 없어한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단지 '나는 할 말이 없고, 중요한 사람도 아니며, 재능도 없다'거나. 반대로 '대중은 양질의 작품을 원하지 않는다'는 양극단에 다시는 빠져들지 않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자 그 후로 저자는 '자유롭고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으며, 조금도 위축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라고 한다. 글쓰기란 성취가 아니라, 관대함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글쓰기를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 고흐는 위대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의 그림 전체로 벌어들인 금액은 겨우 109달러였다. 지금 그 그림들은 200만 달러나 나간다. 그는 몹시 힘든 삶, 즉 고독과 가난과 영양실조 끝에 정신병에 걸리고 만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 삶은 그 전의 어떤 삶보다도 위대했다. 가장 행복하고 가장 열정적으로 불타오른 삶이었다. 그리고 보라, 그가 남긴 몇 마디 말이 그가 죽은 지 한참 후에 이제 나의 삶 전체를 변화시켰다!"

-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 중에서. 브렌다 유랜드.



글과 그림은 후대에까지 남는다. 그래서 생명력이 있고 힘이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일생을 바쳐, 영혼을 바쳐 써도 작가 스스로는 무참할 정도로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깊은 고뇌와 최선에 공감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 작품은 생명력이 있다. 급하게 이루어낸 성취는 잠깐 반짝일지 몰라도 오래도록 빛을 발하지는 못할 것이다.

살아서 힘들고 고뇌했던 반 고흐의 작품이 이토록 오래도록 울림을 갖는 이유는 그 깊은 고뇌와 고통이 이 시대에도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감하고 끌리고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을 위로하고 감동시키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 그것이 위대한 작품이고 고전이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비록 지금은 고뇌에 그치고 썼다 지웠다 내 손에서 사라지는 글이 더 많을지라도, 그런 고뇌의 시간들이 쌓여서 내 글이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글은 그래서 나의 고뇌를 먹고 자란다. 나의 눈물과 아픔으로 커지고, 나의 인내와 노력으로 조금씩 움을 틔운다. 고작 1미리의 전진일지라도 계속해서 쓰는 것, 그 글 위에 뿌려지는 나의 땀과 눈물이 글을 자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할 것이다.

하루 이틀, 일년 이년, 꾸준히 쓰는 것. 그것이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이다.

당장 잘 써지지 않는다고 매순간에 낙담하지 않기를, 나의 글쓰기가 나의 호흡과 같기를, 나를 숨쉬게 하고, 살리고, 움직이게 하고 일하게 하기를, 걷고 뛰고 웃고 바라는 모든 순간에 글이 함께 있기를, 글은 그래서 나 자신이고 나의 영혼의 힘이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을 가진다.


'소크라테스와 그리스인들은 영혼은 아마 영원히 존재할 것이므로, 인간의 삶은 '영혼을 돌보는 일'에 바쳐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에게 영혼이란 지성, 상상력,정신,이해,개성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글쓰기를 해야하는 까닭을 저자는 끊임없이 말한다.

"당신은 다시 글을 써야합니다. '창조적 작업'에는 불가피하고 생명을 주는 그 무엇이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치 수도꼭지 같습니다. 만약 당신이 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지만, 더 많이 틀어 놓을수록 더 많이 쏟아져 나올 테니까요."


우리 모두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 브렌다 유랜드 지음, <참을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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