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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n 15. 2020

'브런치'라는 스몰월드에서 피어나는 꿈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사람마다 먹고사는 방법이 가지각색이지. 누구는 축축한 날에 일해야 하고, 누구는 마른날에 일해야 하고.”  

   

누군들 축축한 날에 일하는 것이 좋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일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있다. 그리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해서 생활을 영위해나간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내 한 몸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모들의 경우, 그 어깨에 진 짐이 때론 너무 무거워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서 수입이 반감되고 기회가 적어지고, 원치 않는 재택근무나 근무 아닌 ‘재택’만 이루어진 경우. 당장 닥치는 것은 통장 입금내역의 변화이다.

내 경우, 어차피 프리랜서로 일해서 출퇴근의 개념은 없지만, 코로나 이전과 지금은 분명 차이가 있고, 앞으로도 이런 일에 대해서는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속수무책으로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관심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내겐 독자들...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시고 글을 쓰도록, 용기 내어 살아가도록 오히려 나를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다.

브런치를 통해서 대부분의 독자께서 응원과 격려를 많이 보내주신다. 자주 눈에 띄는 분을 보면, 꼭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럴 때 참 신기하다. 어떻게 내가 아는 작가들을 그분들도 아실까. 또는 그 반대로, 그분들이 아는 작가를 나도 알고 있다. 매번은 아니더라도 2-3명의 작가들의 글을 보다 보면, 꼭 그 아래에 댓글에서 아는 닉네임을 만날 수가 있다.     


“아무리 넓은 세상이라 하더라도 ‘다리’ 몇 개만 통하면 서로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스몰 월드 현상이다. 6차원의 벽이란 말은, 스몰 월드 속의 다리가 아무리 많아야 6명 안에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가 없어도 6명만 거치면 초등학교 2학년 때 짝꿍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 유민호, <행장> 중에서     


아! 그렇다. 브런치 안에 진정한 ‘스몰 월드’가 있다.

브런치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대부분 얼굴을 알지는 못하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그분의 느낌, 그분의 마음이 그분의 얼굴이다.

비록 자세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스몰 월드 안에서 만나지는 몇 개의 ‘다리’들이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느낌이다. 내가 건너갈 수도 있고, 나에게로 건너올 수도 있는 다리.

비록 ‘초등학교 2학년 때 짝꿍’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겠지만, 현재의 내게는 초 2때 짝꿍보다 지금의 독자가 더 소중하고 알고싶다. 나는 요즘 스몰 월드 안에서 ‘다리’를 건너 다니며 또 다른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그것은 산책이기도 하고, 소풍이기도 하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가야 할 마라톤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라톤은 출발한 지점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나의 출발점, 나의 브런치를 계속 지켜나가야 할 이유가 된다.

모든 브런치 작가에게 브런치는 좋은 네트워크이자 플랫폼이자, 자기만의 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성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브런치를 통해 행복한 글쓰기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면서 세상의 이야기들과 나만의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그것은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일이다.


중학생이 된 딸아이에게 아주 똘똘한 단짝 친구가 있다. 딸아이 말로는 전교 1등 하는 아이라는데, 늘 공부하고 공부할 생각을 하고, 공부를 하며 지낸다고 한다. 뭘 하고 있나 싶으면 공부를 하고 있고, 뭘 할 거냐고 물으면 공부를 할 거라고 한다는.

또 다른 친구는 책을 아주 좋아해서 뭘 하고 있나 보면 책을 읽고 있고, 왜 안 오나 싶으면 책 읽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라서 늦는다고 한다.

그런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말에 계속 좋게 지냈으면 하는 엄마의 음흉한(?) 욕심도 들켰다.

무튼, 공부 잘하는 친구가 내 아이에게 얘기한 바로는,

개인 sns에 공부하는 사진을 올리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 진다고 했단다. sns에 올리기 위해 공부를 하고, 그러면서 다음 공부는 무엇을 할까 생각하고 또 공부하고 또 sns에 올리고...

그러다 보니 공부가 재미있고 공부가 알아지고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단다.

그 말에 내 아이는 ‘아! 공부해야겠다!’가 아니라, ‘아! 나도 그림 그려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게 세상 행복한 얼굴이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행복해지는 것이다. 동시에 나도 생각했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고 행복한 이유도, 나의 글을 언제든 보일 수 있는 브런치 공간이 있어서임을.


하버드 대학이 아이폰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조사한 검사가 있었다.

"‘행복 찾기(Trackyourhappiness.org)’란 앱을 통해 나타난 과학적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눈앞에 닥친 일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훨씬 낮게 나타났다.”라고 한다.

(유민호, <행장> 참조)

     

지금 눈 앞에 닥친 일에 몰두할 때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이다.

내 아이의 눈 앞에 닥친 일은 그림 그리기.

내 아이 친구의 눈앞에 닥친 일은 공부하기, 책 보기,

그리고 내 눈앞에 닥친 일은 글쓰기.

우린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을 하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     

지금 내 눈앞에 어떤 일이 떠오르는가.

그것을 붙잡아보자. 허공 중에 떠있는 생각으로서가 아니라, 내 생각 속에 떠다니는 그 ‘좋은 일’을 붙잡아서 지금 해보자. 나를 행복하게 하고, 성장시키고, 내 삶에 의미를 채울 수 있는, 그로 인해 ‘나의’ 세상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그 일을 도모하면서 행복지수를 높이면 좋겠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좋은 일'들 중에서 하필 글쓰기에 한해서는 자꾸만 다음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좋은 글쓰기, 같이 하자고 아무리 말해도 선뜻 용기내기가 어려운 듯 하다.

시작이 어렵지, 하나 하나 써가다 보면 그래도 채워지는 것이 있을텐데... 누군들 처음부터 쉽게 써지진 않았을텐데 어쩌면 '누군가'의 글로 기준을 너무 높게 잡는 건 아닌지.

내가 써야할 글은 나의 글이고 나만의 글, 나만의 경험과 나만의 생각이 담기는 그릇이어서 다른 사람의 그릇과 비교하면 내 그릇이 종지만큼 작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비록 간장종지에서 시작하더라도 나중엔 국도 담고 잡채와 갈비찜도 담을수 있는 넓은 그릇으로 키워가는 재미와 보람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그렇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렇잖아도 안 좋은 소식들이 서로 앞다투어 들려오는 이 시대에, 나로부터 좋은 소식들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그러다 보면 더 좋은 세상이 올 수 있도록.

브런치 안의 스몰 월드에서 빅픽쳐가 그려지고 빅드림이 일어나고, 빅 월드가 되기를 꿈꿔본다.



어서 그림그려야지 by 아인잠's girl.





https://brunch.co.kr/@uprayer/460


https://brunch.co.kr/@uprayer/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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