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다른 학과의 수업을 들을 기회도 많아서, 한 학기는 유아교육학과에 가서 한 과목을 수강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들었던 교수님의 말씀이 내내 잊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당시에 타이커 우즈 선수의 활약이 대단했었는데 자녀교육에 대한 얘기를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 같은 사람을 키워내려면, 부모가 '라이언'이 되어야 할까요?"
이 말이 지금까지도 내 가슴에 남아서, 교육에 대한 나의 가치관으로 심어져 왔다.
아이들을 보면서 때론 내가 '타이거'를 뛰어넘는 '라이언'이 되어야 할 것인가 고민되는 시점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대부분 읽고 쓰는 부분을 잘 지도하면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학교생활하는 것이 굉장히
편안하다. 심지어 칭찬받고 상도 받아오고,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놀고먹고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을 하는 듯했다.
그런데 요즘 큰 아이를 보면서, 내가 뭔가 더 도와주고 애쓸 부분이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하니 좋은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싶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어야 하는지, 좋은 물감을 사줘야 하는지,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하는지, 어디에 견학을 갔다 오게 해줘야 할지, 누구를 소개해줘야 할지, 무슨 작품을 보여줘야 할지... 그런 것들.
내가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던 분야에 딸이 홀딱 반해버린 지금,
나는 틈틈이 웹툰의 세계를 공부하고 있다.
내가 웹툰 작가는 안되더라도, 웹툰이 뭔지는 알고나 있는 엄마이고 싶은 생각. 그래야 할 것 같은 생각. 딱 거기까지가 현재 내가 다가갈 수 있는 영역이다.
김연아 선수의 엄마는 김연아만큼 피겨여왕은 아니지만, 이론 부분에서는 김연아 선수를 능가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녀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푸름이 어머니는 푸름이만큼 많은 책을 읽었다. 어릴 때부터 두 아이에게 읽어준 책이 어마어마했다.
에디슨의 엄마는 여성이 인정받지 못하던 그 시절에 이미 교사의 신분이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어머니도 그 이상의 지적 능력과 학식을 지닌 분이었다.
물론 한글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무수히 많은 어머니들이 훌륭하게 자녀를 키워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그분의 삶이, 평소의 언행이 모범이고 가르침이 되었다.
그러나 요즘, 나를 포함한 젊은 엄마들은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을까.
삶이 모범이 되고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되고 교훈이 될까, 따르고 싶은 존경스러움이 있을까.
타이거 우즈는 과거의 영광에 비해 최근까지 주춤한 경향이 있지만, 그는 여전히 굳건하고 부호이며 자신을 잘 관리해가고 있다. 올 초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컷 통과 선수 중 최하위에 그쳤던 이유는 허리가 아파서였다. 허리에 문제가 생긴 이후 부진해 보였지만, 선수로서의 기량은 유지되고 있다. 페어웨이 적중률 100%를 기록했고 장타를 재는 홀에서 롱기스트가 됐다. 2020년 현재 기준 가장 돈을 많이 번 현역 운동선수이기도 한 우즈.
신문기사에서 그의 활약상을 보면서 내 시선을 사로잡은 부분은 이것이었다.
"우즈는 역전당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0.5.26. 중앙경제)
그 비결이 뭘까. 역전당하지 않는 힘!
2013년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뒤, 기자가 "과거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이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우즈는 이렇게 답변했다.
I don`t care. As long as I win. (제가 이기기만 한다면 누가 이기든 상관없어요.)
우즈는 '레저'로 보이던 골프를 '스포츠'로 확고히 인식시키는데도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타이거 우즈의 라이벌은 전성기 시절 타이거 우즈 그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골프계에서는 실력과 영향력 등 관련된 모든 부분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였으며, '스포츠'임에도 대중의 인식 속에서는 '레저'로 보이던 골프를 '스포츠'로 확고히 인식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나는 흑인 골퍼가 아니라 그냥 최고의 프로 골퍼가 되고 싶다.”라는 말로 본인을 둘러싼 인종 관련 이야기를 셧다운 시킨 적도 있다. (나무 위키 참조)
그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어떻게 자라온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다시 돌아가 대학 때 들었던 질문을 떠올려본다.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 같은 사람을 키워내려면, 부모가 '라이언'이 되어야 할까요?"
교수님은 웃으시며 타이거 우즈를 키우기 위해 부모가 '라이언'이 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많이 사랑해주고 지지해주고, 꿈을 펼치도록 넓은 초원을 마음껏 뛰어다니게 하라고 하셨다.
훗날 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아버지에 대해 이런 글을 남겼다.
"아버지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훌륭한 롤 모델이었다. 아버지가 많이 그립다. 앞으로도 그리울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삶에서 이룩한 위대한 일들을 생각하면 깊은 감명을 받는다. 당신은 훌륭한 아버지이자 코치였고 멘토이자 친구였다. 당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이자 코치이자, 멘토이자 친구였던 아버지, 아버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우즈.
그동안 어렴풋이 짐작했을 뿐 교수님이 생각해보라고 했던 명확한 답을 알 수 없었던 나는 이제 그의 글에서 답을 찾은 듯하다.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은 '라이언'이 아니라, 부모이자, 코치, 멘토, 친구이면 되는 것.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어떤 코치가, 멘토, 친구가 되어야 할지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지지하고 믿고 인정하는 것, 함께 하는 것,
그래서 어느 날 이 세상에 부모가 존재하지 않게 되더라도 아이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어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