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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n 18. 2020

우리의 삶에 반짝임이 되는 글을 쓸 수 있기를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유혹>은 글쓰기의 고전이고 글쓰기에 대해 알 수 있는 최고의 책이라 생각한다.

글에 대해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하더라도 브렌다 유랜드 작가를 뛰어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글의 본질에 가장 가깝고, 글을 이해하기에도 쉽게 쓰여있다. 사실 많은 책들이 있지만, 목적지향적인 설명 뒤에 글의 본질은 조금은 가려져있지 않을까 생각 드는 책도 많다. 출판을 목적으로 하거나 나를 드러내고 글 자체를 보이기 위해 급조된 책은 오히려 글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책에는 그녀에게 배우는 학생 중 '어린 가정부 소녀'의 글이 소개되어 있다.



빨리! 빨리!

- 미스 리 프리슬리 지음.


저녁을  준비하느라 부엌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그런 다음 식사 시중을 들고,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과 해야 하는 사소한 일들을 챙긴다. 그런 다음 접시들이 높다랗게 쌓이고, 부엌을 치우고, 아이들을 꿈나라로 데려가고 도대체 몇 시일까 추측해본다. 힘든 하루 일이 끝났으니 9시는 이미 한 시간 전에 지나가버렸음에 틀림없다. 빨리! 빨리! 그렇게 급하게 빨리하면 정말이지 더 이상 빨리 할 수가 없다. 나는 이 단어를 너무나 많이 들어서 다시 듣기가 지겹다.

나는 진심으로 언젠가 시내로 산책 가고 싶고 원하는 속도로 여기저기를 정말로 어슬렁거리고 싶고 "천천히, 천천히"라는 말이 내 귓가에서 울리는 걸 듣고 싶다 - 쓸 돈이 한 푼도 없어서 단지 윈도쇼핑을 하더라도.



(어쩌면 내 마음이, 100년 전에 살았던 어린 가정부 소녀와도 같지는 않은가!)


그녀의 글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자신의 영혼에 떠오른 몇몇 문장을 서둘러 썼고, 나는 그녀가 느낀 그대로 느낀다. 내가 감염된 것이다. 톨스토이의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이 글은 예술이다.'


앞서 톨스토이는 예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위대한 예술은 자기 시대의 삶에 대해 가장 숭고한 인식을 지닌 위대한 인간이 자기가 느끼는 바를 말할 때 탄생한다."

예술적인 인상, 즉 감염이라는 것은 오로지 작가 자신이 어떤 감정을 스스로에게 진실한 방식으로 경험하여 이를 전할 때에만 얻어지는 것이지, 자기에게 전에 전달된 타인의 감정을 그저 다시 전하기만 해서는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너의 경험과 감정을 쓰라는 이야기)


우리는 '어린 가정부 소녀'의 글을 통해서 그녀가 느낀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잘 쓴 글은 우리의 상상력에 더해져 감동을 받고, 내가 달라진다. 때로는 문장부호 조차 제대로 찍지 않은 누군가의 글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동과 교훈을 얻게 되는가. 시골 촌부의 글에서도, 거리의 택시운전사의 글에서도, 알지도 못하는 요양원에서 일하는 누군가의 글에서도, 사람은 한 편의 시와 같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예술에서 얻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글을 쓸 때에 '그저 고요하게 정직해야만 하며, 그리하여 다만 그 정직함이 글에 있는 전부여야 한다'라고 했다.


글을 쓸 때 어려움이 느껴질 때, 고요히 내 마음에 더 집중해본다. 무엇이 느껴지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때로는 의식을 거치지 않고 마음에서 손끝으로 바로 적어 내려 갈 때가 있다.

그렇게 써진 글이 독자에게는 더 깊이 스며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글을 '글'로 배운다. 마음으로 배우고 몸으로 겪은 이의 글은 눈으로 보고 쓴 글과 다르다.

아픔으로 쓰고, 외로움의 끝에 쓰고, 가장 힘든 순간에 고통을 토해내듯 쓴다.

그렇게 탄생한 글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어가 같은 아픔과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게 한다.


인권 운동가 리베카 솔닛이 말했다.

"이야기 없이 지내는 건 북극의 툰드라나 얼음뿐인 바다처럼 사방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는 당신이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혹은 그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가늠해보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너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이야기이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그럴 때 우리는 이어지고 함께 살아간다.

공감이 부족한 시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독서와 글쓰기가 필요하다. 거미줄처럼 얇은 관계 속에서도 이슬은 맺히고 그 이슬에 햇살은 반짝인다.

나의 이야기가 세상의 어느 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삶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글로 쓰면서 내 삶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삶에서 반짝일 수 있기를, 그 반짝임이 우리 세상을 가득 채워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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