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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Jul 28. 2020

미혼과 기혼 사이, 이혼.

병원에 입원을 했다. 입원을 하기에 앞서 우선 인적사항을 적는데 간호사가 나에게 말했다.

“미혼이세요 기혼이세요?”

순간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대답했다.

‘글쎄요. 결혼은 했었는데 얼마 전 이혼을 해서요.’

(그냥 조용히 '기혼'이라고 말해도 되었으나-서류 떼서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누가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나는 꿋꿋하게 굳이 '이혼'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내가 이혼하겠다고 쓴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이럴 때 생색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그 간호사님, 맘에 들었다.

당당하게 ‘미혼’에 체크를 하는 것이었다.


미혼?     


입원해있는 동안 병실에서 할머니가 나를 자꾸만 관찰하시더니 물었다.

‘결혼을 한거여, 안한거여. 학생 같기도 하고, 색시 같기도 하고’

그런데 답을 안 해도 되었다.

다행히(?) 치매를 앓고 계셔서, 혼자서 계속 여러 가지 말씀을 이어서 하셨기 때문이다.     

미혼도 아니고, 기혼은 기혼인데, 법적인 배우자가 없는 상태. 그리고 독립된 상태.

나는 미혼과 기혼 옆에, 이혼이라는 말도 있으면 좋겠다.


'결혼은 했었는데 남편은 없고, 아이는 셋입니다.' (나의 스펙)


이혼하자고 얼마나 피땀 흘려서 노력했는데, 마치 죽을 고생을 해서 대학 합격을 했는데 대학생이라고 체크할 항목이 없는 느낌이랄까?

죽어라 노력해서 대학 졸업을 했는데, 대졸쯤은 알아주지도 않는 세상에 온 느낌이랄까.     

나는 이혼했다. 그래서 당당히 말하고 다니는 중이다. 어쩌면, 한창 그럴 때인지도 모른다. 이혼했다고 생색내고 싶은 시기.

적어도 법적 이혼 후 1년간은 신혼여행 온 듯, 행복할 듯하다.


이혼했다.

고로 나로서 존재한다.

법원에서 온 이혼판결문을 들고 이혼신고를 하러 갔다.     

그런데 미리 배운 것도 아니고, 옆에 샘플 서식이 있지만 그래도 뭔가 복잡하게 느껴졌다.

글쓰기는 좋아해도, 문서작성은 영 취미에 없어서~

항목에 따라 뭘 써야 하는지 헷갈리는 게 있어서 물어보니 담당공무원은 귀찮은 듯이 판결문을 잘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건성으로 말했다.

나는 아무리 판결문을 읽고 또 읽어도, 이혼 신고서 항목에 뭘 적어야 할지 헷갈렸다.

(거참, 바쁘신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이혼신고서 작성하러 온 사람한테는 눈길이라도 한 번 따듯하게 마주쳐 줍시다. 전쟁을 치르고 왔으니까요.)


특히 이혼한 남편의 성까지 한자로 적고, 본적까지 한자로 적어야 하는 것, (아니, 이혼하는 마당에도 남편 뒤 치덕 거리를 해야 하다니! 본인을 불러서 직접 적으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등록기준지는 또 뭔지, (알고 보니 혼인신고했던 당시의 주소!)

그 아래 주소는 현재의 주소지를 적는 것.

양가 부모님의 주민 번호는 변호사님께 문의했더니 지난번 제출했던 서류에서 찾아 알려주셨지만, 시부모님의 주민번호를 적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갔던 나로서는, 당장 가족관계 증명서를 뽑아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어머님, 죄송한데요, 이혼신고서를 적어야 하는데 어머님 주민번호가 필요해서 알려주셔요"이렇게?)


컨디션 난조로 어질어질하는 과정에서, 머리와 정신줄을 붙잡고 썼다!

이혼신고서는 이렇게 생겼다.


내가 갔던 곳에는, 이혼신고서를 작성하는 바로 옆에는 친절하게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혼신고 포토존은 없구먼...


"나 오늘 이혼신고했어요"




저의 두 번째 에세이,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저의 결혼 독립기. 응원해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읽어보시면 (의외로) '재미있으실거에요'^^


http://naver.me/5nDFZabe


http://naver.me/GbxI4D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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