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잠 May 01. 2019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하늘이 주신 축복

내 삶의 이야기들도 써나가고 있는 중...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때문에,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우리들의 할머니 스무 명이,  글과 그림을 배워 전시를 하고 책을 내셨다. 

책 제목이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인 것은 그 삶 속에 배우지 못함으로 인하여 받은 무시, 멸시, 냉대의 한이 스며있기 때문 아닐까.

아직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읽고 있는 내내 마음이 아려오는 것은 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그분들의 삶의 애환 때문이다. 


나는 아직 나의 삶을 다 살지도 못하였지만,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남편은 자기 생일날 밥을 빨리 안 준다고 상을 엎어 밥상이 망가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상을 새로 안 사고 석 달 동안 땅바닥에 밥을 줬더니 
그 뒤로는 상을 안 엎었습니다.”
 - 권정자 외 공저(共著)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남해의 봄날, 2019



첫 아이를 낳았을 때 나를 보러 온 친구의 마음이 고마워, 친구가 가는 길에 쌀을 퍼준 적이 있다. 그것을 알고 남편은 그날 저녁 밥상을 들어 엎었다.

첫 아이를 낳고, 둘째가 만삭일 때 시댁에 김장하러 갔었다. 만삭인 배로 거들 수 있는 것만 거들고 있는데 남편이 나에게 소금에 절인 배추를 수레에 담아 옮기라고 했다. 

그 수레는 4발 달린 수레가 아니라 바퀴가 1개 달린 수레여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하면 수레에 담긴 배추를 엎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몇 번 하다가 잘하지도 못하겠고 만삭인 배로 무리가 느껴져서 그만두었는데 집에 오는 길에 표정이 좋지 않았고, 말을 한마디도 안 하고 버텼다. 나는 몹시 지치고 화가 나있었다.

그랬더니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한편에 차를 세우고는 운전석 문을 열고 내가 앉아있던 조수석 뒷자리 쪽으로 와서 내 멱살을 붙잡고 내리게 했다. 그는 그만큼 성질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못지않지만.

그때는 더했다.


내가 밥을 차려주지 않으면 그는 차려먹지 않고 버틴다.

그는 밥을 차려먹을 줄도 모르고, 몹시 귀찮게 생각한다. 자기 배에 밥 들어가는 일도 귀찮아하는구나 싶어 기가 막힐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없을 때는 아이들 밥을 해서 먹이지도 않는다.

쫄쫄 굶고 있다가 생라면을 찬물에 부셔 넣고 불은 라면을 떠먹고 있던 둘째 아들 모습을 보았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동굴 속에서 있었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할머니들이 책을 쓰신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제야 할머니들은 편한 마음으로 발 뻗고 주무실 수 있으시리라...

하고 싶은 말을 하시면서, 앞으로도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시면서 그렇게 못다 한 배움의 기쁨 속에 편안히, 즐거이 사셨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 남해의 봄날 홈페이지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아인잠' 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