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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대끼는 삶 Nov 08. 2024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1)

에너지와 물질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지금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면서 자판을 두드려 글을 쓰고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따뜻한 커피가 짙은 향을 풍기며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예쁘게 노란색을 품고 있는 카스텔라가 접시에 담겨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아파트가 보이고, 포장도로 위를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습니다. 거실 너머로는 낙동강과 하늘이 보이고, 하늘에는 태양이 강 끝으로 넘어가면서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고 있습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질문지를 그림의 모서리에 담았지만, 과학은 생명을 포함하여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기원에 대해 탐구해 오고 있습니다.

        

20세기 초까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는 세상은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고, 과거에도 있었고 오늘도 있으며, 내일도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우주는 말 그대로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놓여 있다는 믿음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일반상대론 장방정식의 내용이 우주의 팽창을 담고 있어서 자신의 믿음과 다른 것을 알아챕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이른바 ‘우주상수’를 임의로 방정식에 추가합니다. 이렇게 추가한 우주상수는 에너지 밀도의 차원을 가지는데, 방정식에 담겨 있는 팽창의 내용을 상쇄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실험물리학자라면 실험데이터를 조작한 것과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팽창이 밝혀진 후에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큰 실수를 하였다고 자신의 잘못을 용기 있게 인정하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믿었던 정상우주론과 달리, 현대 과학은 빅뱅(Big Bang) 우주론으로 세상(우주)은 주어진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이란 것을 밝혔습니다. 빅뱅 우주론은 고온 고압의 한 점(특이점: Singularity)이 갑자기 폭발하듯이 팽창하며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거대한 우주의 크기를 감안할 때 고온 고압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상상이 안 되지만, 온도와 압력은 모두 운동에너지를 가진 운동이 만드는 것이므로 특이점은 엄청난 크기의 운동량을 가지고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빅뱅 이론에 의하면 지금도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그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힘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를 열심히 찾고 있는데, 지금까지 찾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찾는 것을 가정하고 이미 ‘암흑에너지’라고 이름부터 지어두고 있습니다. 암흑에너지가 밝혀지면, 정상상태를 만드는 우주상수가 아니라 가속 팽창을 반영하는 우주상수를 장방정식에 다시 추가하여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암흑에너지의 유무와 관계없이 빅뱅이론은 “세상은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에너지는 보존된다고 하니, 빅뱅에서 공급된 에너지는 지금도 그대로 있으며, 팽창하는 우주에서 에너지 밀도만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에너지 밀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우주의 팽창을 다르게 해석하여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빅뱅우주론은 ‘무(無)에서 유(有)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므로 언어 표현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과학은 “특이점은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가 아닌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대해선 명쾌한 답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사물을 인식할 때 차이를 구분하여야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고 오직 하나만 있는 상태라고 새롭게 이해하면 특이점 상태를 무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원숭이 무리가 있을 때 개별 원숭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하나의 원숭이 무리가 있을 뿐, 개별 원숭이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빅뱅을 다른 말로 하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지요.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은 단연 세상을 담고 있는 공간입니다. 공간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공간은 어떤 성질이 있는지 그 본질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공간을 가득 채운 것은 특이점을 구성하고 있던 엄청난 크기의 운동에너지였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 운동에너지는 우주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른 구성 요소로 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과학이 밝힌 내용은 6종류의 쿼크(quark)와 전자, 중성미자 같은 17개의 기본입자가 먼저 만들어집니다. 과학이 아름다운 형태로 정리한 기본입자의 표준모델 표를 참고하세요. 

이들 입자는 질량(mass)과, 전기전하(electric charge), 색전하(color charge), 스핀(spin) 같은 것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이 먼저 만들어졌거나, 입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들 성질을 함께 가지게 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전하가 전기력을 작용하게 하는 전하인 것처럼, 색전하는 강력(strong force)을 작용하게 하는 근원으로 3종류가 있습니다. 각각의 쿼크는 한 가지 종류의 색전하를 가지고 있으며, 3가지 색전하가 모이면 상쇄되어 힘을 작용하지 않게 됩니다. 6종류의 쿼크 중에서 업(up)쿼크와 다운(down)쿼크는 빅뱅 이후 1초가 지났을 때 양성자(uud)와 중성자(udd)로 바뀝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3개의 쿼크가 결합하여 만들므로 강력이 상실되어 색전하가 중성이 됩니다. 이 성질은 양전하와 음전하가 모이면 상쇄되어 전기적으로 중성이 되는 성질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빅뱅 이후 3분이 지났을 무렵에 에너지 환경이 많이 변하고, 양성자와 중성자는 다른 소립자의 도움을 받아 한 덩어리로 뭉칩니다. 이렇게 뭉쳐진 덩어리를 헬륨 원자핵이라고 부릅니다. 이어서 38만 년이 지난 다음에 양성자(수소 원자핵)와 헬륨 원자핵이 전자와 결합하여 다시 하나의 개체를 만드는데, 이런 구조를 가진 것을 과학은 원자라고 합니다. 원자는 원자핵에 들어 있는 양성자의 숫자에 따라 종류를 나누는데, 과학이 자연에서 찾아낸 종류는 양성자가 1개 있는 수소부터 92개를 가지고 있는 우라늄까지 92종류가 있습니다. 과학은 이들 개별 원자를 원소라고 하여 구분합니다. 이러한 원소가 결합하여 만물을 구성하는 물질을 만듭니다. 물질이 만들어진 후에는 세상은 에너지와 물질로 공간을 가득 채우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물질은 상태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로 구분합니다. 물론 전자가 핵에서 분리된 플라스마(plasma) 상태도 있지만 생활 속에선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생명체가 생기기 전까지는, 지구 표면은 마그마가 식은 화성암(바위)의 형태와 바위가 부서진 가루(흙)의 형태로 되어 있었습니다. 달의 표면이나 지구형 행성의 상태가 이러합니다. 하지만 지구엔 액체인 물도 있고, 대기의 기체도 있어서, 암석이 물과 바람의 침식을 받고 물에 의해 운반되어 퇴적암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화성암이나 퇴적암은 지구 내부의 열과 압력을 받아 물질의 조성이 바뀌면, 새로운 암석인 변성암이 됩니다. 이때까지 자연이 만든 지구 표면의 물질은 돌과 흙뿐이었고, 모든 물질은 광물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물질은 생명체가 만드는 물질과 구분하여 무기물이라고 합니다.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난 이후엔 물질의 구성이 매우 다양해집니다. 생명체는 햇빛이나 물질의 분해를 통해 에너지를 흡수하고(광합성 또는 화학합성), 원소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ATP), 저장된 에너지를 분리하여(ADP) 여러 가지 변화(물질대사와 물질의 합성)에 사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물질의 합성이 6개의 탄소를 결합하여 포도당(6탄당)을 만드는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입니다. 생명체가 만드는 물질은 탄소와 수소의 공유결합을 기반으로 하므로 통칭하여 탄화수소화합물이라고 합니다. 또는 무기물과 대비시켜 유기물이라고도 합니다. 생활 속에서 매우 친근한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핵산 등이 모두 탄화수소화합물입니다.  

    

이때까지는 인간이 생활 속에 사용하는 모든 물질은 자연이 생산한 천연물이었습니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물질은 대부분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었는데, 건축재료로는 돌이나, 흙, 나무, 시멘트가 사용되었습니다. 용품을 만드는 재료로는 금속이나 합금, 유리 등이 사용되고, 피복은 직접 동물의 가죽을 이용하거나, 면화(면)나 마(삼베나 모시), 견(비단), 동물의 털(모)에서 섬유를 추출하여 직물을 만들었습니다. 난방이나 연료로는 나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이 사용되었고, 기술과 공업이 발달하면서 석유가스와 셰일가스(shale gas) 등을 추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고무나 수지를 자연에서 추출하여 생활에 사용하였습니다.

      

20세기 중엽에 들어와 화석연료인 석유를 분해하여 탄화수소화합물을 기반으로 다양한 물질을 합성하는 석유화학공업이 급속도로 발전합니다. 이렇게 만든 물질은 자연이 만든 물질과 구분하여 합성물질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합성물질로는 다양한 종류의 합성섬유, 다양한 종류의 합성수지(플라스틱), 다양한 종류의 합성고무 등이 있습니다. 주위에 있는 용품에서 합성물질을 제외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는 현실에서, 합성물질이 얼마나 깊이 생활에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세기 이후 인간의 삶은 전기에너지와 합성물질로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습니다.

        

인간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노력은 반도체와 트랜지스터, 집적회로(IC: Integrated Circuit), 다양한 반도체칩을 만들고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소재로는 초전도체, 탄소 섬유, 그래핀(graphene) 등을 개발하였고, 세라믹 신소재와 바이오 물질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세상은 빅뱅으로 만들어지고, 빅뱅이 세상에 공급한 것은 에너지로 그 양은 보존됩니다. 그리고 만물을 구성하는 온갖 것은 그 생성이나 변화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지만 모두 에너지를 그 기원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논리적 추론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질량이 에너지와 등가인 것에서 하나의 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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