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p Side Apr 06. 2017

S백화점 | ② 백화점 다니는 남자의 속사정

3년차 (퇴사), 남자


Part1(https://brunch.co.kr/@upside/107)



Part 2 시작



내가 알기로는 샵들마다 본사에서 사람을 채용해서 보내는 것이었는데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 그분들의 진짜 보스는 해당 브랜드 사람들일텐데, 정작 매장에서의 관리는 신세계 직원들이 하는 것인데. 일하면서 부서간 충돌은 없나.



아.. 그거 되게 복잡하고 좋은 질문인데.. 애매해. 요구하는 바가 상충될 때가 굉장히 많아. 일단 두 사람의 KPI가 달라. 브랜드 영업관리자는 당연하게 매출이 가장 큰 목표야. 매장에서 물건을 많이 파는 것. 하지만 신세계 본점 직원들은 매출도 중요하지만 백화점이라는 공간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 고객만족, 전반적인 환경 관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그래서 브랜드 본사 직원들은 엄청 큰 광고판 같은 걸 하고 싶어 할 수 있지만, 신세계에서는 그런 것들을 컨트롤 하려고 하지. 가이드를 주고, 그런 것들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구.

동시에 중간다리 역할도 많이 해. 예를 들어 설화수에서 월말이 되면 회계적인 지표들을 모아서 파악을 할거 아니야. 그럼 내가 우리 회사 본사 회계팀이랑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거지. 혹시 착오가 생기거나, 돈이 비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그의 일상..


그럼 하루 일과는 보통 어땠나. 매장에 출근했을 때.

보통 모든 백화점이 10시 반 오픈이라 한시간 전에 출근을 해. 출근을 하면, 커피를 한잔 하지 ㅋㅋㅋ



그 다음에 그날 행사나 이벤트가 있으면 각 매장에 들러서 준비 상태를 점검해. 예를 들어서 봄 맞이 립스틱 특집 이런걸 하면, 해당 매장에 다 들러서 확인을 해. 이벤트 걸어놨는데 재고가 없고 이러면 안되잖아.

그리고 점포 오픈 띵- 하면 이런 저런 잡일들을 해. 백화점 책자 같은 걸 DM이라고 하잖아. 요즘엔 인터넷 전단, 카카오 플러스 친구 이런 것도 하고. 이런 거 문구 확인도 하고, 가장 크리티컬한 건 광고 나간 제품들의 가격 같은 것도 꼼꼼하게 확인을 해. 9만9천원 짜리가 9천9백원으로 찍히고 이러면 난리가 날테니까. ㄷㄷㄷ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기도 해. 그럼 막 사람들이 줄서서 와 ㅋㅋㅋㅋ 그럼 정말 난리 나는거야... ㅠㅠ


뒷모습에서 포스가 느껴진다

                        

            

생각만해도 두렵다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스팟성 일들이 많아. 누군가 와서 이것 저것 요청하는 것도 많고, 사무실에 대기하거나 매장에서 대기하고 있으면서 들어오는 일들 처리를 해. 그러다가 영업 종료 시간이 오면 정리하고, 퇴근 하는 거지. 되게 다른 사무직에 비해서, 시간단위로 뭘 하고 한다기 보다는 공오면 쳐내는 일들이야.

그래서 적성에 맞는 사람은 되게 잘 맞을 수 있어.

해야 할 일 리스트 만들어 놓고 하나씩 해나가면서 한다거나, 혼자 집중해서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백화점은 최악이지. 적응 못하는 사람 되게 많아. 나같은 경우는 오는 일 바로바로 처리하고 이런 것을 좋아하는 편(위에서 이야기한 공 오면 쳐내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들릴 수 있어서, (사실 완전 반대인데) 문장을 좀 다듬어주면 좋을듯! 계획을 세우고 순서대로 해결하는 걸 좋아한다던지)이라서 나쁘진 않았어.

이건 장단이라기 보다는 차이니까. 백화점 입사를 하고 싶다면 고려해볼 만한 지점인 것 같아.





2년 반정도 일하고 나왔는데, 계속 지점에서 근무를 했나.


아니지, 일을 하다가 본사 조직에서 전반적인 영업을 관리하는 팀으로 왔어. 주로 매출이나 마진, 손익 이런 것들을 보는 일들을 했어. 회계와 마케팅 중간에 있는 일이랄까.

마케팅 실적 분석이라고 해야할 것 같아.
예를 들어 마케팅 팀에서 3월에는 레드를 컨셉으로 마케팅을 해보겠다. 10만원 이상 사면 레드컬러의 어떤 사은품을 주고, 빨강색 아이템 몇가지를 특별할인을 하겠다. 이런 계획을 했다고 쳐봐.


그럼 예산도 나오고, 기대효과도 나오겠지?
그럼 나는 3월이 지나고 나서, 그 마케팅 플랜 효과에 대해서 분석을 해. 얘네가 이런 마케팅을 해서 화장품 같은 경우는 레드 컬러가 많으니까, 확실히 신장을 했다. 근데 비용 대비 효율이 별로 였다. 이런식으로 보고서를 쓰는거지. 그리고 상사한테 보여주고. 이런 일들을 했었어.



약간 레벨에 따라서 유통 관리자를 키우는 느낌은 있는 것 같다. 현장 경험 시키고, 본사에서 하는 일도 경험 시키고. 

그렇지 사실. 분명히 현장에서 배우는 건 도움이 많이 되긴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기피하게 되는 것 같아. 물론 적성에 잘 맞는 사람은 잘 맞을 수도 있지만 말이야.



그럼 회사 자체의 복지 이런건 어떤가? 백화점 카드 같은게 나온다고 하던데.

기본적으로 할인이 되구. 계열사게 되게 많으니까 계열사 할인 혜택 이런게 많지. 생활에 오는 혜택이랄까. (ㅋㅋㅋ) 나는 내 와이프가 아직 신세계 다니거든.


사...사내연애 한거야..?!?!


헛!!!


아 , 이얘기를 안했구나. 사실 나는 이 회사 인턴이 끝나고, 나는 꼭 신세계 다니는 와이프를 만나야 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어.


(ㅋㅋㅋ계획적이다...) 

일단은 여자가 다니기 굉장히 좋은 회사인 것 같고, 동시에 쭉 오래 다니기 좋은 회사 같아.

기본적으로 업 자체가 여성이 강점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정유나 기술 쪽으로 가면 남성 취향을 겨냥한 제품들이 많기도 하고, 업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도 남자가 많은 반면, 백화점은 여성분들 업무 만족도도 높고, 회사 자체도 배려가 좋은 편이야.

거기에 더해서 앞에서 말했듯이 계속 업무를 순환시키기 때문에, 내가 육아로 2년 휴직하고 돌아와도 전혀 문제가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차피 2년 이상 있지 않아. 한 보직에 오래 있어야 하는 일이라면 복직 하고 나서, 같은 동료들 간의 격차라던가, 예전보다 전문성이 조금 부족해진 것 같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여기는 그게 아니니까.

대부분 휴직하고 돌아오시고, 휴직도 하고, 업무 이동도 계속 일어나니까.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야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어쨋든 꿈을 이루었다는 것은 알겠다. (껄껄)

그런 셈이지. 유통업이 다 이런지는 모르겠는데, 최소한 신세계는 여자가 다니기 참 좋은 회사 같아. 워크앤라이프 밸런스도 좋은 편이구. 와이프도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어. 최근에 진급도 했구.

다른 백화점들과 비교해도 일하는 문화가 좋은 편 같아 보이긴 해. 인력으로 갈아넣는다던가 하는 게 없어서. 굳이 사람이 달라 붙어서 해야하는 일이 아니라면, 강요하거나 하지 않거든.



그래도 큰 틀에서는 비슷할거야.
어딜 가나 팀바이팀이고 팀장바이팀장이잖아 ㅋㅋㅋ



동시에 팀원이 많이 바뀌는 것처럼 팀장도 많이 바뀌지. 난 거기 일하면서 1년 이상 같이 일해본 팀장님이 없는 거 같아. 한 네번 바꼈나? 그럼 팀 분위기도 확 바뀌고. 장단이 있는 포인트야.



그럼 콕 찝어서 말하긴 어려울 순 있어도, 신세계에 다니면서 느꼈던 좋았던 점과 싫었던 점을 비교해 본다면?


좋았던 점부터 일단 말하자면, 다니기 힘든 회사는 아니었던 것 같아. 기본적으로 신사업이나 새로운 것을 하는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 생활 자체에 리스크가 별로 없고, 기본적으로 관리 직이잖아. 그래서 새로운게 별로 없어. 동시에 업 자체도 스테디하게 쭉 갈거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다고 느꼈어.

요즘 신 유통업이다, 오프라인 상점의 위기 이런 말들이 나오지만, 내 생각은 달라. 유통업이 쭉 갈거라고 믿고, 나이가 들면서 몸소 체험하고 있어.


            


오? 어떤 맥락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건가. 자세하게 말해달라.


나는 대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백화점에 가본적이 거의 없어. 가봐야 식당가에 가거나, 더우니까 에어컨 쐬러 가는 정도? ㅋㅋㅋㅋ 그래서 '백화점에서 요즘 누가 사? 백화점 망하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지.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도 돈을 버니까,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건 되게 편하고 좋아. 할일 없으면 '백화점이나 갈까? 마트나 갈까?' 하는 생각을 하는거지. 차끌고 명동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별로 없고, 오면 영화관도 있고 밥도 먹을 수 있고 등등 한번에 주말 여가를 해결 할 수 있어.

동시에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인터넷에서 사면 천원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인터넷에서 살래. 이게 안되는 거지. 지금 다 입어봤고, 결제하면 바로 들고 갈 수 있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어지는 거야. 이정도 차이면 그냥 사자, 라는 게 점점 생기는 것 같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애들이랑 가족데리고 차끌고 가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볼 수 있는 곳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대형 유통몰, 백화점 밖에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스테디하게 갈 거라고 생각해 (웃음)


싫었던 점은, 이런 업의 특성과 믿음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되게 없어.  옷이나 잡화가 얼마나 바뀌겠어. 물론 새로운 브랜드는 계속 생겨나. 하지만 그래봐야 옷이나 잡화 안에서의 트렌드잖아.

이런 관점에서 보니까 '나의 20년 후가 대단히 다르지 않겠다'라는 것이 크게 다가왔어. 


동시에 특정 장르를, 이를테면 옷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회사에 되게 많아.

                        
            

본인이 이미 맡은 장르의 매니아인거지. 나는 그런 사람들이 이 회사에 있는 것이 굉장히 맞다고 느껴졌어. 밖에서 볼때 백화점 다니는 사람들은 허세, 과소비, 번 돈 꾸미는 데 다 쓴다.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해. 난 그사람들이야 말로 자기 일이 열정이 있고, 전문가적인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



스스로 이 회사에서 나는 별로 경쟁력이 없다고 느끼는 지점이기도 했어. 나는 이런거에 별로 관심이 없거든. (ㅎㅎㅎ) 즐기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보다 낫다고 하잖아. 이런 점에서 이 일이 나에게 장기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지.

회사가 맘에 안들고 이런 건 전혀 없었어.



아.. '본질적으로 나라는 사람이 이 업에 맞는가?' 라는 고민이 제일 컸었다는 건가.

그렇지. 생각보다 되게 색깔이 강한 회사였던 거지.
나는 매장 나가는게 되게 스트레스였어. 내가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심도 많지 않고 하니까. 근데 이걸 좋아하면 얼마나 좋겠어.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 싸여서 일을 하는 거잖아.




듣고보니 정말 그렇다. 그럼 퇴사를 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였나?


엉뚱하게도 결혼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 결혼을 하게 되면서 뭔가 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해, 돈을 더 모아야 해.' 이런 부담에서 조금 자유로워 졌다고 해야하나? 일단 와이프도 돈을 벌고 있으니까. 나는 나까지 대기업에 다녀야하나? 라는 생각을 했어.



뭐.. 뭐라는거지



다시 말해서, 대기업은 리스크가 적은 직장이라는 것은 맞아. 그런데 와이프랑 내가 둘 다 대기업에 다니는 건 반대로 리스크가 된다고 생각했던거야. 어떻게 보면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는거니까.


그래서 '나는 그만둬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 오히려 내가 대기업을 나와서 다른 일을 하면, 가족의 리스크는 줄겠다고 생각을 한거지.

업 자체가 나랑 안맞다고 느끼는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되었어. 그냥 참고 다니면 계속 회사를 다닐 수는 있겠는데, 흥이 안나더라구.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찰나에, 친구의 페북 포스팅을 통해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알게 되었어.



어 뭐지? 하고 들어가봤는데, 구인구직에 대한 글이 있었어. 그래서 연락해봤지. 당시엔 세일즈 쪽으로 어필을 했고, 인터뷰를 하고 들어가게 되었어. 

보니까 여전히 세일즈는 굉장히 수요가 많아.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결국 물건을 하나라도 팔아야 매출이 일어나는 건데 일반적으로 세일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잖아. 학생들은 보통 "마케팅을 하고 싶어요", "전략을 하고 싶어요" 하지, "세일즈를 할거에요" 라고 하지 않듯이 말이야.


하지만 여전히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은 세일즈라고 생각하는데, 이 중요성에 비해 세일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이 회사에서는 세일즈 할 사람을 못 구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나는 세일즈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회사가 유통기업이다 보니, 잘 알겠구나 싶었던 거겠지. 이렇게 조인하게 되었어.




그런데 이 회사를 진짜 가도 되나? 이런 걱정은 없었나.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니었을텐데.

음... 일단 우리회사는 대학생 벤처 이런게 아니었어. 대표님이 관련 업계에서 꽤나 유명하시고, 능력을 인정받은 분이었어. 대표의 커리어가 확실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신뢰가 생기더라구.



'이 사람이 그냥 대충 한번 해보려고 한 건 아니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지.


그리고 앱 서비스 만들고 이런 회사가 아니라,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라는게 좀 더 신뢰를 줬지. 재고가 남고, 금형이 들어가고 하는 일이니까, '실질적이고 재미있게 배울게 많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 나는 지원할 때도 '스타트업에 들어간다'라는 생각보다는 '중소기업에 취직한다'는 생각으로 했거든.

실제로 연봉도 맞춰주셔서, 이직을 한 셈인거지.


그리고 늘 내가 하는 말이 있는데,
 "나는 언제 어디있던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라는 거야.
갑자기 가족들의 사정으로 인해 내가 방콕으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해도,
뭔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

            


그럼 구체적으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영업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일단 영업으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커버하고 있는 일이 많아. 사업 관련 업무를 전부 맡고 있어. 우리 회사에서 디자인/개발을 제외하고는 모든 자잘한 일들을. 오퍼레이션에 관련된 다양한 업무들을 하고 있어. 초기 회사에서 어떤 펑션들이 다 배정이 안된 상태에서, 추진력을 갖게 할만한 다양한 일들을 하는 역할이랄까. 누구한테 주기 애매한 일들을 전부 하는 거야 ㅋㅋㅋㅋㅋ


이.. 이런느낌..?


법인세 결산도 하고, 재고 관리도 하고, 생산 공정도 체크하고, 계약서 검토하고, 물건을 어떻게 싸게 들여올지 통관이나 선적에 대한 고민도 하구. 재고 시스템도 짜고, 어떤 채널에 입점해서 물건을 팔지 전략을 짜서 그쪽 엠디나 바이어 만나서 세일즈 미팅도 하고.

그 다음에 씨에스 처리도 하고, 마지막으로 회계 결산도 하고.

비어있는 부분을 조금씩 다 채우고 있다고 보면 돼. 아직은 작은 회사기 때문에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지.

근데 이렇게 일을 하다보니까 우리 같은 문과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스타트업에 들어가든 어딜 가든 이런 비슷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은 각 분야마다 깊게 파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인데, 지금 나는 아주 얉고 넓게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야.

그래서 이 회사가 되게 잘 되었을 때, 나는 어떤 포지션으로 어떤 능력으로 기여를 한걸까? 내가 이 회사를 나갈 때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회사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은 것은 맞지만, 이직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떤 포지션에 내가 맞는 걸까?라는 고민이 생겼어.

초기 세팅 전문가가 되어야하나? 이런 생각도 들구. 그렇다고 지금 이 일 중에 어디 하나에 집중하자니,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럴 거리도 없는 상황인거지. 





그래도 영영 그런 상태로 가진 않을 것이다. 회사가 커지면 각 분야의 전문가를 데려온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렇지, 점점 우리 회사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최근에 세일즈 전문가가 왔어. 나는 세일즈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럼 나는 나머지 부분에 더 집중해서 하면 되는 거지. 근데 이런 것들이 반복되고 나면, 나에게 뭐가 남을지, 총괄로 남을까? 씨오오 자리를 줄까? 라고 생각해보면 내 경력이 그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분명히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 거잖아. 그럼 난 그때가서 뭘 선택해야 하나. 이런 생각들을 요즘 계속 하고있어.

그 중에 뭔가 하나를 선택하는건,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힘든 일 같아. 선택권이 나한테 있을지도 모르고 사실.

                        
            



동의한다. 이럴 때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를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나?

일단은 이 회사가 지금 셋업이 열심히 되고 있고 성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궤도에 오르는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거라고 보고 있어. 매달 조금씩은 인지도가 올라가고, 관련 업계 사람들은 조금은 안다 정도는 되거든.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이 조금씩 우리 제품을 알게 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계속 꾸준히 물건이 팔리는 것을 보는 것도 고무적이고. 쭉 해봐야지.

지금은 다음 커리어에 대한 생각은 정말 아무 것도 없어. 일단 이 회사의 성공을 보고 싶어 :)




이직을 하고 나서 특히 배우는 것들은 어떤것들이 있나. 대기업에서 작은 기업으로 옮겨보니.

무엇보다도, 재미있어. 그리고 나는 어떤 일에 대해서 중압감을 많이 받고 그러지 않는데, 요즘엔 그런 중압감을 많이 받아.

예전에는 내가 어떤 것을 잘못하면, '아 ㅠㅠ 팀장님한테 혼나겠다'라는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내가 뭔가 잘못 챙기면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은거지.

큰 회사는 나에게 실질적으로 월급을 주는 사람이 누군지 굉장히 모호하잖아. 회장님 돈으로 주는게 아니라, 법인이 주는 거고, 주주들이 주는 거잖아. 그런데 우리 회사는 자기 사비로 내 월급을 주고 있고, 내 옆에 있으니까 확실히 그 사람이 화를 내거나 나를 쪼거나 하면, 느껴지는 바가 달라.

내가 화장실 가고, 담배피고 오고 하는 시간들에 대해서도 저 사람이 나에게 급여를 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게 조급하고, 저럴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페북에서 유명한 짤이지요..하지만 희망을 갖는거지!!



이야기를 나눠보니, 지금 회사로 옮기고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직원으로 시간을 보내고,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책임감과 모티베이션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까.



맞아. 스타트업은 점점 성장하는 자체가 엄청나게 큰 모티베이션이야. 


큰 회사의 성장률이 10%든 한자리수를 계속 유지하든 사실 직원한테 아무 상관이 없잖아. 내 사무실이 갑자기 커지는 것도 아니고. 근데 우리는 잘 되면 사무실도 옮기고, 사람도 몇배가 될거고. 물론 월급도 오르면 좋은 거고.


이 맛에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에디터가 자주 인용하는 스피노자의 말이 있습니다. "깊게 파기 위해서는 일단 넓게 파야한다"는 것 입니다. 비록 아직은 어떤 우물을 깊게 파야 할지 모른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묵묵히 스타트업이라는 정글을 헤쳐나가고 있는 친구를 응원합니다. 언젠가는 나만의 깊은 우물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S백화점 | ① 인턴 전원 합격의 비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