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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Apr 18. 2017

대기업 회계/스타트업 | ②스타트업으로 이직하니 어때?

퇴사, 남자

Part 1. [대기업 회계/스타트업 | ① 대기업 회계팀은 무슨 일을 할까?]
https://brunch.co.kr/@upside/110


Part 2.

그럼 주로 스타트업 회사 위주로 찾았던 거야? 다음 스텝으로 고려했던 선택지들은 뭐가 있었어?

음..나는 무조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찾아봤어. 


그랬던 이유가 따로 있어?

큰 회사에 가면 어차피 내가 가질 수 있는 권한은 아주 작을거라는 점에서 원래 있던 곳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어. 


같은 대기업일 수는 있었어도 직무를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있었잖아?

뭐, 회계보단 액티브한 직무로 갈 수는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이면 좋겠다 생각했어.

그런건 대기업에서 이뤄지기 힘들 거라 생각했지. 같은 회사 동기들이나 다른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이랑 이야기 해봐도, 다들 비슷하더라고. 그래서 아예 크기가 작은 곳으로 옮겨보는 게 어떨까 결심하게 된거야.



그래? 근데 스타트업도 산업이나 종류가 엄청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여기를 지원해 봐야겠다고 선정한 기준이 있었을 거 같아. 어떤게 있었어?

한가지는 매출이었어. 즉, 고객이 한 명 더 늘면 매출도 비례해서 늘 수 있는 수익구조를 갖춘 회사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상품을 파는 회사 위주로 봤고, 플랫폼회사 등은 전부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어. 
그리고 나는 CEO와 가까이서 일해보고 싶었어. 면대면으로 말이야. 그래서 근무 환경이 어떤지도 고려했고.


두번째 기준같은 경우에는 왜?

응. 조금 더 자율적으로 일해보고 싶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CEO 중에 비범하신 분들이 많으니까 가까이에서 그들은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는지도 알고 싶었고, 또 그들의 강점도 배워보고 싶었지.


근데 오빠 지금 회사는 인턴으로 시작했잖아? 
정규직이 아니라 다시 인턴으로 시작하는 건데도 지금 회사에 들어가야 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뭐야?

일단 이곳은 ‘유형의 물건’을 취급하는 회사잖아. 그러니까 매출이 바로바로 나고. 그게 아까 내가 이야기했던 기준에 적합했어.
그리고 사실 요즘 온라인 판매 채널이 굉장히 핫하잖아?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경력을 쌓는 게 나중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어.
마지막으로 CEO도 마음에 들었어. 트랙레코드도 좋은 편이고, 사업 운영 방식 면에서도 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이 사람이랑 가까이서 일하다보면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


그렇구나.. 여튼 여기에서는 다행히 인턴 마치고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서 다니고 있는건데, 그럼 인턴 때는 어떤 일을 했고, 정직원이 되어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

인턴 때는, 내가 전략 팀 인턴이긴 했는데 엄청 다양한 일을 했었어.
간단하게 예를 좀 들어보면, 컨설팅 펌 RA처럼 데이터 분석 작업을 하거나 해외 선진 기업들을 우리가 어떻게 벤치마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레포트를 쓰는 일을 했었지.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 상품 패키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일반적으로 전략팀에서 담당할 것 같지 않은 일에도 참여했었지ㅎㅎ
덕분에 진짜 이것 저것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어.

정규직이 된 지금 하는 일은 앱 개발 팀에서 기획을 맡고 있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라고 보면 될거 같아. 
프로젝트 일정 맞추고 개발에 필요한 사항 있으면 다른 팀에 협조 구해서 받고 하는게 주된 업무지. 기획도 물론 하고.



음..확 와닿지 않는데 혹시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 그걸 알면 좀더 이해가 잘 갈 거 같아!

일단 출근하고 나면 아직 프로젝트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획서를 만들지. 
그냥 기획서라고 하면 잘 이해가 안될 테니까 들어가는 콘텐츠 예시를 들어보면, 앱의 화면은 이렇게 구성하고, 기능들은 이렇게 넣고 사진은 이정도 크기로 해서 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하자, 뭐 이런 거지.
우리 프로젝트 팀에 있는 디자이너랑 개발자들이 내 기획서를 보고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작성하는거야. 


그걸 오빠 혼자 하는거야?

아니, 나랑 UX 디자이너 둘이 만들어.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 개발자들이랑 계속 논의하고 협의해 나가면서 만들지.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있어서는 그들이 전문가니까.


그럼 그렇게 회의하면서 기획서를 만들어 가는 게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면 될까?

지금은 그래.


그런데 어플리케이션 개발이라니.. 일하면서 개발을 잘 모르는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어?

응 요즘 좀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 일을 해보니까 어플리케이션 기획이라는 게 이렇게 해주세요~ 하고 그림만 그려주면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기획자보다 PM에 더 가깝기 때문에 그런게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 
왜냐면 기획이라는 게 결국 기획서를 쓰는 게 끝이 아니라 이걸 쓰는 동안 프로젝트 전반을 지휘하는 역할도 해야 하거든. 예를 들면, 이 시점에서는 서버 단에서 어떤 걸 준비해야 한다, 라는 식으로 개발자들에게 가이드를 준다든지 말이야.
이렇게 화면이 움직이려면 뒤에 시스템 단에서 API가 이렇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이드를 줄 수도 있어야 하고, 서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고. 어플리케이션이 잘 구동되려면 보이지 않는 서버나 시스템이 잘 받쳐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더라고. 우린 특히나 커머스 쪽이기 때문에 물류랑도 엮여 있어서 특히나 더 까다로운 것 같아.

그런데 그런 부분을 내가 잘 모르다 보니, 개발자들에게 가이드를 하나도 주지 못하는거야. 그러다 보니 내가 PM인데 개발자들에게 끌려다니게 되는 거지. 개발자들이 오히려 ‘지금 이거 개발 들어가야 한다’, ‘저쪽에 이거 요청해야 한다’는 식으로 내게 가이드를 주게 되니까. 

그래서 스스로가 좀 답답할 때가 많아. 내가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배우는 속도도 느려서 성장해 나가는 속도도 느려지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그럼 이걸 회사에서 따로 배울 기회는 없는걸까?

사실 회사에선 이걸 따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지. 배우려면 외부에서 배워야 할 텐데 가르쳐 주는 코스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또 있다고 해도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으니까 쉽지 않은 것 같아..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 만약 내가 대기업에서 비슷한 업무를 맡았다면, 나 이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이 분명 있을 테니까, 그 사람이 나를 가르쳐 줄 수 있을거야. 하지만 지금 회사는 앱 기획하는 일에 참여하는 사람이 내가 처음이야. 그래서 그렇지 뭐.


그러게.. 스타트업은 '스승'이 없어서 힘들지 않아?

음..그런데 나같은 경우는 내가 개발 쪽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서 그런거 같아.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니까.. 
하지만 이런 특수한 분야가 아니라면 회사 내에서 얼마든지 도움을 구하고, 배우거나 혹은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가능해!
그래서 이건 스타트업인 것에 더해 내가 하는 일의 특수성 때문에 생기는 이슈라고 생각해.


그렇구나! 그럼 회사 이야기 좀 더 해보자. 지금 다니는 회사 구조는 어떻게 돼?

일단 물류센터랑 본사로 나눌 수 있어. 
본사는 MD, 콘텐츠 파트가 있어. MD는 물건 소싱해오는 쪽이라고 보면 되고, 콘텐츠는 그걸 소비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상세 설명 란을 구성하는 일을 해. 설명문을 쓰고, 사진을 찍고 디자인하는 일을 담당하지. 
그리고 다른 팀으로는 개발팀, 마케팅 팀, 그리고 우리 전략 팀도 있지. 인원은 굉장히 소수지만.


그럼 전략 팀에서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거야?

사내 컨설팅 펌 같은 느낌이야. 두산 Tri-C같은 곳이라고 보면 될 거 같아. 일반적으로 CEO와 CSO가 큰 그림을 그리고, 우리에게 임무를 맡기지. 예를 들면, A라는 업체와 제휴를 하기로 했다, 라고 하면 우리에게 그들과 협상해오라는 업무가 떨어지는거고. 아니면 물류 창고에서 상품 불량률이 높아졌다 하면, 그런 불량률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우리가 고민하는 거야. 


듣다보니까 일이 프로젝트 식으로 계속 진행되는 거 같은데, 내가 이해한게 맞아?

응. 그렇지. 나는 지금 그 프로젝트 중에 앱 개발 프로젝트를 맡은 거고. 
각 전략 팀원들이 다른 프로젝트에 소속되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면 돼.
그래서 프로젝트 마다 같이 일하는 연관 부서들도 달라져.


그럼 장기적으로 오빠는 어떤 커리어를 꿈꿔? 
이런 쪽 프로젝트를 좀 더 맡아보고 싶다, 혹은 이 쪽으로 전문성을 키워보고 싶다, 뭐 그런건 없어?

언젠간 나도 나만의 사업을 시작해 보고 싶어. 
하지만 그건 조금 뒤의 일인 것 같고, 여기서는 물건을 다뤄보고 싶어. MD 직무랑 비슷한 업무랄까?
‘비슷하다’고 이야기한건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 그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상품 소싱이라기 보다는 ‘PB 상품 개발’에 가까워서 그래. 
회사 내부에서 그걸 담당하는 곳이 있거든.

그런 프로젝트를 맡아서 내 사업처럼 뭔가 주도적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일을 경험해 보고 싶어.



나중에 상품 기획 쪽 팀으로 옮기고 싶다고 했는데, 이런 부서 이동은 지금 회사 내에서 종종 있는 일이야? 
대기업은 부서 이동이 쉽지 않은 것 같던데 스타트업은 어때?

여기는 사실 생긴지 오래 안된 곳이라서 아직까지는 팀을 바꾼 전례가 없어..그래서 잘 모르겠어.
전례가 없다보니 쉽지 않을 거 같기도 해! 뭐 따로 잡 포스팅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우리 회사가 또 작은 편이 아니잖아, 만약 10명 이하의 회사라면 나 이거 해볼래, 라고 이야기 하고 다른 종류의 일로 옮겨가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을거 같은데, 여긴 그런 규모가 아니거든.
잡 포스팅같은 걸 하기엔 회사 규모가 그렇게 큰건 또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아는 상황이니 또 좀 그런데, 아주 작은 건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옮기기도 어려운? 그런 상황이지.


음..그러면 다른 회사 옮길 때나 도전해 봐야 하는 일인건가?

글쎄..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만약 우리 회사가 지금은 다루지 않는 상품을 다루게 되거나, 채널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게 된다면 그 때는 전략 팀에서 그 기획을 맡을 사람이 필요할 테니, 그 때 기회를 잡을 수도 있어!


그럼 지금 회사에 만족해?

음..100% 만족하지는 않아. 그렇지만 대기업에서 여기로 옮긴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아. 


처음 스타트업 선택한 기준은 CEO랑 가까이서 일하면서 그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었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어때?

음..CEO랑 얼굴을 안보는 건 아냐. 일주일에 한 2번 정도는 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좀 부족하다고 생각해. 정말 CEO로부터 제대로 배울라면 ‘같이’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약간 ‘보고’를 하고 가이드를 받는 입장이거든. 
그래도 CEO를 아예 못보던 환경에서 지금 환경으로 옮겨오면서 느끼는 점은 많아. ‘아 저 사람은 이래서 성공했구나’ 하는 것들 같이.

이 사람은 백그라운드가 전략쪽이라서 그런지 생각하거나 전략을 세우는 게 정말 논리적이야. 확실히 숫자에 기반해서 의사 결정을 하지. 그런 점을 본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실제로 스타트업들 중에서 데이터 기반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빅데이터를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는 여기밖에 없는 거 같아. 그만큼 데이터 분석을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

그리고 고객들에게 진짜 잘해. 


오 그래? 그럼 지금 회사 있으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뭘까?

진짜 스타트업을 차려서 이 정도 단계까지 키우는 게 쉽지 않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어.
정말 초기에 망할 뻔 했던 위기도 많았고, 이런 저런 고생을 많이 했더라고. 나름 우리 회사 CEO도 정말 똑똑한 사람이고 커리어 패스도 엄청 좋은데, 이 사람도 이렇게 고생을 하다니..쉽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
온라인 커머스라고 하면 사람들이 엄청 멋진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모습들을 상상하겠지만, 실제로는 수박 100개 씩 트럭에 싣는 일에 참여하는건 물론이고, 하나부터 열까지 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야..
CEO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업이란 게 참 쉽지 않구나..하고 느꼈어. 만만하게 다가갈 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고.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다양한 경험 많이 해본 거 같네. 그럼 대기업이랑 지금 회사랑 가장 큰 차이점이 뭔 거 같아?

가장 큰 건 내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실제 적용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거겠지?
내가 뭔가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 대기업에 있을 때보다 그렇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대기업에 다녔던 이후로 스스로 뭔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 뭐 하나를 하려고 해도 윗 사람에게 승인을 받아서 처리해야 했거든. 그래서 점점 뭔가 길들여지는 느낌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걸 많이 버리고 원래 모습처럼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


그럼 반대로! 대기업에 다녔을 때의 장점은 뭐가 있어?

뭐 아무래도 돈을 더 많이 받는다는 점 아닐까?ㅎㅎ그게 아무래도 차이가 많으니까..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해. 물질적인 것들은 아무래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크지. 
그리고 가끔은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 내가 하는 일이 회사 내 그 누구도 해 본 적 없는 일일 때가 있어.
나도 해본 적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게 맞나?’하면서 확신이 안설 때가 있는데, 내 위에서 나에게 이렇게 해야한다고 가이드를 주거나 가르쳐 줄 사람이 없으니까 이럴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때가 있지. 


그래도 그러니까 회사 내에서 오빠가 자율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것도 그렇지.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오빠가 아는 누군가가 오빠랑 비슷한 선택을 하려고 해. 그러면 오빠는 어떻게 조언해 주겠어?

음.. 나랑 비슷한 상황이라면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 할거 같아. 
아무래도 리스크가 큰 선택이잖아. 삶의 방향성이 바뀌는 거니까...
나랑 잘 맞는 회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말이야.


그럼 아예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나이에 따라 다른 것 같아. 왜냐면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환경에 잘 맞는 사람이 있고, 또 아닌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2-3년 정도 일해보고 나서 내가 스타트업이랑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대기업이나 다른 종류의 기업을 찾아봐야 할 텐데, 너무 늦으면 사실 쉽지 않으니까?
일단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보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추천하는 편이야.



스타트업과 맞다 안맞다는 정확히 어떤 의미인걸까?

예를 들어 라이프 스타일이 안맞는 경우가 있겠지?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9to6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적합한 곳이야. 그리고 연봉이 중요한 기업 선택 기준인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맞지 않는 곳이고. 

나는 뭐 운 좋게 정시 퇴근을 하긴 하는데, 이게 약간 프로젝트 특성이랑 연결된 부분이라, 프로젝트가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그렇지만 야근에 그렇게 민감한 편은 아니라서 나는 괜찮아.


그런데 스타트업에서 커리어 시작하는 것이 ‘매우’ 추천할 만하다고 했잖아? 그렇게까지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가 뭐야?

비즈니스를 제대로 알고,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타트업이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나는 대기업에 있으면서 내가 뭔가 비즈니스를 한다기 보다는 서류 작업 위주로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어. 특히 내가 스태프 (경영지원) 쪽 직무라서 더 그런 점이 컸던 것 같아.

일단 실제 비즈니스를 겪어보고 싶으면 창업을 하는게 가장 좋은데, 실제로 그러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까. 정말 괜찮은 founder와 함께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는 것도 좋거든.
나도 여기 있으면서 대기업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이 배웠어.


그럼 아까 오빠 나중에 사업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 여기에 있으면서 오빠의 미래 사업 계획에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일단 ‘무슨’ 사업을 해야 할까, 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내가 잘 아는 사업이면 가장 좋겠지만, 모르더라도 적어도 내가 공부를 하면 알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것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까 개발 관련해서 이야기한 거랑 이부분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보면 돼.

그리고,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와 관련해서는 좀 시스템을 초기부터 만들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 
우리 회사가 지금까지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스타트업 답지 않은 대기업스러운 시스템 덕분이라고 생각해.
나는 대기업에 있으면서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 사람인데, 여기서 일하면서 시스템이 갖춰진 기업이 어떤 점에서 좋은 지 알게 됐고, 나도 나중에 사업을 하게 됐을 때, 초기부터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을 들었지.


미래에 하고 싶은 사업 분야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생각해 본 것 있어?

음... 나는 온라인보단 오프라인 채널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어. 
내가 아무래도 개발에 대한 역량이 없는데, 온라인 쪽에 있어보니까 이런 개발 쪽에 대해 잘 모르면 성공하기가 어려울거 같더라고. 
근데 내가 지금부터 개발을 배우자니 이들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채널은 오프라인이라고 생각하게 됐지.



그렇구나, 좋아! 꼭 꿈 꾸는 바 이루길 바라.
그럼, 독자에게 마지막 한마디 하고 인터뷰 끝냅시다.


음..일단 커리어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본인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잘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나만해도 내가 퇴사한 직장이 나와 다른 유형인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직장이 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정확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게 필요하지.

그래서 대학생 때 공부 이외에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봤으면 좋겠어.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아 나는 이런 쪽이랑 잘 맞는구나, 이런 거랑은 잘 안맞는구나, 하고 알 수 있도록 말이야. 나는 후회되는 게 그거야. 나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한 편이었는데, 학교 지식은 사실 필요 없는 것들도 많고, 잊혀지는 것들도 많아서..딱히 지금 나와서 생각하면 학교에서 공부했던게 지금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나 싶더라고. 

그리고 만약에 사업을 하고 싶다면, 취미를 하나 만드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 진짜 이 걸 주제로 말하면 나는 한 두세시간은 끊임 없이 재밌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 할 만한 것 있잖아. 운동이든 뭐든. 진짜 한가지 분야의 덕후가 되면 그게 어떤 것이든 간에 장사를 할 수 있겠더라고.
뭐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양말을 진짜 좋아해. 그래서 막 전 세계 양말 수집하고 다니는거야. 그럼 누군가는 저런거 취미 가져서 어디다 써먹냐고 하겠지만, 그런 사람이 양말 장사하면 이길 사람이 없거든. 
아 그리고 어디에서 본 건데, 어떤 사람은 윷놀이를 엄청 좋아했어. 솔직히 누군가 나 윷놀이 좋아한다고 하면 정말 사소해 보이잖아. 그런데 그 사람은 윷놀이를 소재로 웹툰을 만들어서 또 대박을 치더라고.

사업을 하려면 아이템을 잡아야 하는데, 그런데에 전문성을 갖추기에는 덕후가 최고고, 또 사업에는 그 사업이 잘되든 안되든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덕후라면 장사가 잘 안되더라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동기가 생기는 거 같아. 
그래서 덕질을 해 보는 거 추천!

그리고 창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라면 기회되면 창업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사실 대학생 때만큼 리스크 없는 때도 없거든. 창업을 해보면 진짜 배우고 느끼는 게 많은 거 같아. 이것도 추천!

같은 직장인인 사람들에게는 내가 최근에 느낀 걸 말해주고 싶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안맞는다 생각이 들더라도 쉽게 퇴사해 버리면 안된다는 것. 나는 정말 쉽게 퇴사했거든. 그래서 이런저런 고생도 많이했고. 
재미없는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보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봐.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그런 과정이 있어야 나중에 나와서 후회가 없는 거 같아.



수고했어.
쉽지 않았을 텐데, 솔직한 답변 고마워, 오빠.



대기업 회계/스타트업 인터뷰 끝.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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