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3년차), 남자
해외마케팅 ① 생각하는 마케팅스러운 직무, 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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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신기하다, 포르투갈어면 언어쪽 전공 살려서도 다른 일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응. 맞아 나도 처음에는 고민없이 언어를 살릴 수 있는 일을 사실 했었지.
해외 영업, 해외무역쪽으로 전공을 많이 살려서 취업을 하는데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해서 첫 사회 발을 내딛였던 것 같아.
내가 가진 포르투갈어라는 무기가 당시 취업 시장에서 환영받는 언어였거든. 그래서 더 막연하게 내가 좋아하는 업무, 인더스트리 이런 생각보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돈 많이 주고, 선배들이 취업하는 쪽으로 가야지 했었던 것 같아.
어땠어? 솔직히?
나는 그래서 첫 직장을 중공업쪽에서 실질적으로 포르투갈어 전공을 우대 받아 취업을 했지. 그런데…
그런데?
7개월만에 그만두었어. 사실 내 전공을 우대받고 들어가다보니 언어를 살리고,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그런 업무인가보다 했는데 거의 현장에서 커뮤니케이터? 였던 것 같아.
너무나도 내가 그리던 모습이랑 정반대였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배경, 교육환경, 언어적인 부분이랑 제일 안 맞았던 것 같아.
중공업, 헤비 인더스트리라서 더 그랬을 것 같다.
응, 중공업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라서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
그래 공감해, 그래서?
뭔가 만들어내서 반응이 빨리빨리 오는 산업군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고, 그게 내겐 화장품이었어.
사실 화장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 업계랑 그걸 유통하는 유통업, 예를들어 MD 이런 직무로 옮겨야겠다 생각을 했지.
다시 해외마케팅 업무로 돌아와보자, 출장 많이 다녔을 것 같아.
맞아, 사실 입사하고 신입 1년차 치고 엄~청 많이 다녔을 것 같아.
입사 동기에 비해서도 많이 간 편이었고.
어디어디 갔었어?
첫 출장지가 카자흐스탄이었고, 그 외는 이란,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내가 담당했던 브랜드들과 해외 지역이었어. 혹은, 신규 시장 개척의 느낌으로 간 적도 있었고.
카자흐스탄/이란은 조금 의왼데..? 중동이잖아, 당시엔 왜?
내가 당시에 메인으로 맡았던 브랜드가 비욘드야. 그리고 실질적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유통만 하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처음에 그곳으로 미팅을 하러 갔던 건,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어 가보자! 이런 출장의 목적으로 갔었어.
직접 가서 어떤 제품들 위주로 취급할 건지, 매장을 만든다면 어디에서 하는게 좋을지, 거기에서 꼭 매장 하나를 열어야 겠다는 자신감과 의욕에 가득차서 미팅을 했던 것 같아.
실질적으로 생겼어?
결국엔, 응. 그 회의 이후로 구체화 되면서 매장이 생겼어..ㅎㅎ
그리고 항상 출장을 가면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마트나, 매장들을 보고하는 시장조사를 다녔었어.
주로 시장조사라는건 매장가서 어떤 제품들이 해당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어떤 제품들이 매대에 많이 진열되어있는지를 사진찍고 적어오는 거지.
다른 출장지들도 비슷하게, 같은 이슈로 갔던 거야?
응 맞아, 앞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꾸려나갈 건지에 대해서 이야기 많이 했었어.
한번은 홍콩에 갔는데, 신규 바이어들 만나서신규 라인이나 신규 브랜드 소개하고, 런칭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맨땅에 헤딩하는 식도 많았던 것 같아.
담당했던 브랜드가 총 몇 개였어?
나는 화장품만 했고 비욘드, 후, 오휘, 이자녹스, 수려한, 더마리프트, 캐시켓, 케어존을 담당했어. 업무의 경중이 다르고, 얼마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외 마케팅만 보면 딱 열명이었는데, 이 열명이 생활용품/화장품 포함해서였어.
그럼 해외마케팅팀은 전반적으로 브랜드, 국가 별로 일이 갈려?
기본은 국가로 갈,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프리미엄인지, 매스티지로 브랜드를 구분해서 나뉘어지는 것이 맞는 것 같아.
해외 마케팅 했던 일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일은 뭐야?
인도네시아 비욘드 런칭했을 때..? 우리회사 같은 경우에는 해외영업이랑 해외마케팅이랑 짝으로 업무를 진행해.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엔 이미 계약 체결 상태에서 내가 조인을 했는데, 계약 이후의 업무는 해외마케팅이 팔로업을 하거든.
제품 수는 몇 개를 넣을 거고, 주력 제품은 어떤 제품으로 하는지, 런칭 시기는 언제이고, 인테리어, VMD, 허가 관련 업무. 등등
정말 계약 이후부터 짜잔~ 매장 오픈까지! 필요한 업무를 다 해야 했었어. 그러다 보니 해외마케팅은 이런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업무를 다해봐서. 굵직 굵직한 티비 광고 말고는 다 해봤던 것 같아. 잡지 광고도 했고, 오픈 캠페인도 해봤구.
어려웠던 건?
국내 마케팅도 비슷하겠지만, 해외적인 이슈인지라 제품의 허가, 통관 이런게 조금 복잡했던 것 같았어. 통관 서류 업무가 너무 많았어서 인도네시아가 잘 기억에 남는 걸수도…
그 곳의 식약청 규정같은게 상당히 까다로웠거든. 제품 하나에 필요한 서류가 11개였나, 이랬던 것 같아. 하나라도 없으면 수출이 안되거나 혹은 수출이 되더라도 판매를 못하는거지.
해외 마케팅 일을 하면서, 제품 개발 해보고 싶지는 않았어?
해보고 싶었지. 해외 전용으로 특별 용량이나, 케이스 변경 업무를 했었어. 해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용기나 제품의 규격 이런게 다 다르거든.
예를들어 국내 소비자들은 튜브타입이면 해외 소비자들은 펌핑 용기를 선호한다거나. 거울이 꼭 제품에 붙어있어야 한다거나 이런거에 맞춰서 제품 변경하는 업무들이 조금 있었어. 이 외에도 추가적으로 제안해서 만들고 싶은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항상 바틀넥은 MOQ(최소구매수량, minimum order quantity)였어.
여러 개 국가를 묶어서 개발을 한다면 MOQ야 충분히 개발할 수 있었는데, 한 국가에 해당하는 제품들로는 안되니까.
사실 국내에서는 매출이 잘 안되서 단종하는 제품인데, 해외에서는 매출이 잘 되어서 계속 만들고 싶고 이런것도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역으로 그 니즈에 맞는 제품들을 제안하거나 그런식으로 해외 바이어의 니즈를 조금 맞춰가려고 했던 것 같아.
제품개발을 알아야, 이 제품이 어떻게 탄생하고 없어지는 지를 아니까 더 마케팅의 세세한 부분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더 주도적으로 제안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냥 단순히 화장품 회사라고 생각하면, 보통의 남자들은 많이 힘들어 할 것 같은데 어땠어?
나는 음, 보통의 남자들 보다 좀 더 따져보고 화장품을 썼던 것 같아.
고등학교 때부터, 어떤 기능이 있는지 보고, 내 피부타입에 어떤게 잘 맞았는지, 안맞으면 새로 사기도 했고.
나는 까무잡잡하고 지성피부거든. 일단 화이트닝 제품들 많이 썼었거든. 실질적으로 톤-업 제품들도 많이 썼었고, 제품 쓰고 나서 뭔가 트러블이 생기면 다른거 사고 그랬어. 관여도가 다른 남자에 비해서 컸던 것 같아, 그래서 이 분야에 일 하게 된거에 대해서도 부담이 없었어.
이런 점을 혹시 면접에서 어필 했었어?
나는 사실 영업으로 입사해서, 이런 질문은 없었는데 만약 했다면, ㅎㅎㅎ 잘 대답 했었을 것 같아.
화장품 회사를 다니는 남자로서, 힘든점이 있다면 뭐야?
아무래도 여자 직원의 비중이 높다보니.. 그게 참 힘들어. 의사소통 하는 부분이 조금 힘든 것 같아.
알잖아~~~~^.~(웃음)
근데 왜 퇴사를 왜했어?
화장품이라는 업계는 나한테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
다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직업, 회사를 놓고 봤을 때 다른걸 하고 싶어서 꿈을 찾아 갔었지.
나는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고, 같이 병행을 하자니 너무 힘들다고 생각이 들었어.
내가 하려고 했던 일은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야되는 일이었는데, 해외쪽 일을 하다보면 업무 특성상 해외를 나가야 하는 일도 많기도 하고 밤 늦게 일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거든 시차가 다르니까. 그래서 그만 뒀던 것 같아.
그리고 너무 마이너한 일을 하다보니,
향후에 큼직 큼직한 일을 하는 내 모습이 상상이 안되는 것도 있었고.
지금은 그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어?
웃기지만, 지금은 다른 화장품 회사에서 상품기획 업무를 하다가 홍보팀 업무를 하고 있어.
고마워~~~~~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