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p Side Jul 06. 2017

전략기획실에서의 커리어 시작

4년차 (퇴사), 여자

https://brunch.co.kr/@upside/129



그러면 왜 여기로 온거야? 알고 온거야?

우선 나는 어쩌다 여기 온 케이스인데, 원래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 (RA; Research Assistant)도 하고, 학교 경영대에서 컨설팅 학회도 하고, 전략쪽으로 쭉 커리어를 만들고 싶었었어. 그래서 우리 회사 인턴십 때도 전략기획부서를 지원했고, 인턴도 실제 전략팀에서 했었어. 전환이 되고 우리 회사 전략실에 가서 일을 하겠구나 싶었는데, you know… 알다시피 대기업 인사가 본인의 희망을 반영해주지 않자나…ㅎㅎㅎ

 
그때 바뀐거야?

응응 입사를 했더니 내가 기획팀에 배정되어있더라고


왜지 ㅠㅠ?

내가 인턴 했었을 때 모셨던 팀장님이 기획팀으로 가셔서 그분이 나를 데리고 가셨어. 그 덕분에 졸지에 기획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고. 학생 때는 기획이 뭔지 잘 모르잖아? 회사 생활을 해도 잘 모르는 분들도 많고. 나는 처음에 취업사기 당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지 ㅋㅋㅋㅋㅋ

 
처음에 힘들었었겠다.

완전 멘붕이었지. 재무랑 친하지도 않았고, 잘 하지도 못했고.. 그런데 나름 배우는 것들이 많았어. 회사의 리소스 흐름이 어떻게 되는구나, 기업이 이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개별 단위 조직을 어떤 식으로 매니징하는구나.. 학교 다닐 때는 전혀 개념이 없었는데 투자회사를 통해 어떤 식으로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는 지를 배웠었지.

사실 투자회사 관련된 일을 했었다는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 많은 회사들에 지분 투자 할 수 있고, 외부 펀드도 운용할 수 있을 만한 기업이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 
 
사실 이거는 cash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수익이 많이 잡히더라도 못하는 기업들이 꽤 많어. (Cash는 실제 들어오는 돈이며 수익은 재무제표 상에 잡히는 돈으로 다른 개념이다. 이익이 크더라도 현금이 많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나마 우리는 현금이 많이 들어오는 비즈니스 구조이고, 내가 다른 대기업의 경영기획실에서 일을 했다고 해도 쉽게 경험하지 못할 것들이었으니 나에게는 참 가치가 있었어.
 

보통 사람들이 엔트리 레벨에서 사업을 실질적으로 할 수 없는 전략실, 기획실에 가는게 좋지 않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내 개인적으로는 자기가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부여받지 못하는게 가장 큰 것 같은데. 자기 의사결정에 대해 위에서 혹은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야 끊임없이 수정하고, 사업적 직관을 살릴 수 있잖아?

사실 거기에 대해서 나도 대답하기 이른 페이스 인 것 같아. 3-5년 정도 더 근무를 했었으면 말해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느낀 점을 얘기하자면 본인이 어떤 커리어 패스를 밟고 싶느냐에 따라 많이 다를 것 같아. 내가 진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면 너가 말한대로 의사결정권이 적은 것에서 오는 아쉬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나는 사실 사업을 직접 하는 사람보다는 특정 function의 전문성을 살려서 커리어를 쌓고 싶었거든. 지금은 그게 기업재무 쪽이고.

회사의 지분이나, 회사 전체를 사고 파는게 비즈니스인 업들이 있잖아. 가령 PE나 VC. 그쪽을 가고 싶은 입장에서 나의 경험들을 돌이켜 봤을 때 나는 대기업의 관리 조직에 있던 애야가 아닌 오히려 industry, 즉 field 쪽에 있었던 사람으로 비춰질 수 가 있어.
 
나도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결국 내가 어느 곳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내 경험이 주는 가치가 명백히 다를 것 같아. 나는 우리 회사에서 사업부서와 직접 얘기를 해가며 관리해보고, JV나 분사를 시켜본 경험이 있는데, 이것에 가치를 두는 것은 industry 혹은 function마다 다르거든. 내가 가보고 말해줄께 ㅋㅋㅋ

사실 우리 회사에서 오래오래 살아남으려면 사업부서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게 맞을 지도 몰라. 그런데 나는 애초에 우리 회사에서 임원까지 단다는 생각을 안해봤고, 현재 industry에 집중하기보다 function의 전문성을 길러서 나의 커리어 패스를 밟아가자는 생각을 했어. 유학도 그것의 일환이고. 이것이 Title 하나 더 따는 것일 수 있고, Title을 통해서 기회를 더 잡는 것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애초에 나는 이런 커리어 패스를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후회는 없어. 


 

그렇구나. 사실 나도 같은 부서에서 일을 했지만 너네 실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었는데 덕분에 잘 알게 되었네. 경영기획실 분들이 전화를 많이 해도 이제 이해가 잘 될 것만 같아 ㅠㅠ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시고 맛있는 것 먹으러 가시죠?

나도 경험이 일천하고, 더 배워가야하는 입장이지만 한 마디를 하자면..나는 항상 내 자신에 대해 잘 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같이. 우리나라에서 직업을 구할 때가 되면 일단 공채는 다 쓰고 얻어 걸리는 것들을 가잖아. 이게 정말 안타까운 것 같아. 
 
너도 잘 알겠지만 취업을 하게 되면 사실 일어나서 눈 뜨고 있는 동안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게 될텐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고찰하지 않으면 자칫 본인이 괴로워질 수 있거든. 요즘 취업이 너무 어려워서 사실 하나 취업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어디든 뽑아주는 곳 가야지라는 마인드보다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니 이런 곳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다음에 너 MBA 졸업할 쯔음에 만나면 어디서 일하고 싶은지 물어봐야겠다!

ㅎㅎ 맞어 어려운 질문 ㅠㅠ
 
무튼 관련되어 조금 더 얘기를 풀면 내가 우리 회사 들어올 때, 학교 선배들이 정말 좋은 직장에 가서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었어. 상장 회사 중에 인당 매출이 가장 높은 회사라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좋다라는 것을  평가하는 잣대는 어른들의 것이었던 것 같아. 
부양해야할 가족들이 있고, 때문에 꽤나 높은 월급과 안정적인 근속 연수를 요하는..
나는 전혀 거기에 해당 사항이 없었는데, 그냥 좋은 직장이구나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

사실 완벽한 직장은 없잖아?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있고, 그 요소들 중에 나에게 중요한 것에 나만의 가중치를 두는 것인데… 우리 회사는 분명 어른들의 기준에서 좋은 직장이지만 하나라도 더 도전해볼 수 있는 직장인가는 잘 모르겠어.


 

ㅎㅎ 나도 다니면서 적극 공감하는 바야 동시에 고민이 되기도 하고.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ㅎㅎ

나도 그랬었어 ㅎㅎ 그래도 이 글을 보는 사람이 대학생이라면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각 회사들은 어떤지 판단한다는게 어렵겠지만) 회사들에 대해 꼭 고민해보고 기준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나는 사실 없었던 것 같고..

 
그걸 알면 애늙은이지 않을까? 나도 꾸준히 고민하는 문제인데 정말 어려운 것 같아. 
MBA 잘 다녀오고, 방학 때 놀러 갈 테니 큰 집을 렌트하도록! 석딩 파이팅!!
 


돈을 쓰고 싶은대로 쓴다면 얼마나 걱정이 없을까.
하지만 회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돈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는 조직이다.

분명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만, 그 예산에 대해서는 누군가 제동을 걸어주어야 한다.
예산을 거절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슬프지만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니까 서로를 미워하기보다 이해를 해주어야 한다.

이 평범한 진리를 인터뷰를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
우매하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경영) 기획실 주니어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