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개발, 남자, 2년차 이직
Q. 어느 메신저 회사든, 그 회사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적은 걸로 알고 있는데, 형은 어떻게 들어가게 되셨나요?
IT업계에 다소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됐어. 구글 인턴쉽을 했는데, IT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이 게 일종의 티핑 포인트였거든. 좀 더 설명을 하자면, IT는 업계가 상당히 좁아. 빠르게 회사들이 생겨나고, 해외에서 한국으로 신규 진출하는 기업들도 많아. 이렇다 보니 결국은 기존에 IT 업계에서 종사하던 사람들을 경력으로 쓰게 돼. 그만큼 ‘공채’의 개념으로 사람을 뽑는 경우는 줄어드는 것이고.
‘인맥’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야. 다만, 처음 이 업계에 발을 디디는 진입장벽을 넘느냐 마느냐가 이 곳에서 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 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구글에서 인턴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공고를 보고 지원하여 된 것이지만, 내가 지금 이 회사에 들어가게 된 것은 구글에서 했던 일과 비슷한 직무에서 일 하는 다른 IT 업계 사람들을 알게 되다 보니 자리가 났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 비해 빨리 알게 되어서였거든.
처음 IT에 발을 들일 방법 찾게 되니 그 이후는 connecting the dots 처럼 조금 자연스럽게 되었던 것 같다.
Q. 그러면 형은 처음에 어떻게 IT 업계 쪽에 발을 들이게 되셨는데요?
일반적으로 적용할만한 얘기는 안 될 것 같지만, 마케팅이라는 직무에 대한 관심이 시작이었어. 특히 P&G에 관심이 많았거든? 사람들의 삶과 밀접해 있는 제품을 만들고 브랜딩도 잘 하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당시에 자리가 잘 안 났어.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도 있었고. 그러다 마케팅을 꼭 해 보고 싶다는 열망에 산업과 회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마케팅 자리가 나는 곳은 다 찾아보고 지원했었지.
그러다가 눈에 보였던 게 구글 마케팅 인턴이었어. 당시만 해도 어떤 회사의 마케팅이냐보다는 내가 경험하게 될 것이 마케팅인지 여부가 중요했었는데… 마케팅의 본질은 똑같다 생각 했기 때문이야.
그 이후에는 위에 말한대로지. 업계 안에 있다 보니 먼저 보고 듣고 알게 되는 것들이 훨씬 많아졌고 이 쪽으로 계속 커리어가 쌓이더라.
Q. 직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원인이었던 거네요! 그 중에서도 시도를 위한 노력이 더 강하게 작용했을 것 같아요. 다시 주제를 직무 이야기로 바꿔볼게요. 어떠한 장단점이 있었나요?
음… 장단점이라. 장점은 말 그대로 해외사업 ‘개발’의 경험인 것 같아. 내가 전혀 다른 시장에서 사업을 일구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돈이 많은, 망할 리스크가 적은’ 스타트업이 된 기분이야. 적은 인원이 생소한 시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몰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한테 이렇게 많은 권한을 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담당 국가 내 사업에 대해서는 내가 중심이었어. 해 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볼 수 있어서 스스로 놀라며 일을 했던 것 같아. A라는 국가를 담당하는 해외사업팀이라면 그 나라에서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은 내가 전부였거든. A 국가에서 우리 회사 비즈니스 담당자로서 현지 업체 경영진들, 정부 고위 인사들을 만나 일을 하기도 했고. ‘우리 나라에서 내 나이에 이런 일을 해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어ㅋㅋ
또 다른 장점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 (통신사, 마케팅 에이전시, 현지 정부 인사)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험이야. 사실 수치화 하기 굉장히 어려운 부분들이지.
자연스럽게 단점(?)으로 넘어가는 것 같은데, 내가 하루하루 배우고 터득하는 것들이 숫자나 결과물로 명확히 잡히지 않는 부분이 많아.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내가 해외사업개발 5년차다’라고 했을 때 ‘다른 사람보다 협상력이 50% 높다’고는 할 수가 없잖아?
또 달리 표현해 보자면… 얻는 것은 굉장히 많은데, 레쥬메로는 한 문장으로 담겨버리는 그런 배움들?
다른 단점은, 그 누구도 나한테 어떻게 일해야 할지를 가르쳐주지 않아. 물론 이 것은 벤처로 시작한 IT나 외국계 기업들(경력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의 다소 일반적 특성이라 할 수도 있겠어. 정글에 던져 놓고 알아서 살아남아라! 하는 거야. 이메일 쓰는 방법이나 컨택 포인트를 잡는다든지,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사전 지식 같은 게 없어. 가르쳐 줄 사람이 없기도 하고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도 하다. 다 새로운 시장 진출이니까.
Q. 그렇다면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실수를 통해 반드시 배우는 사람, 그럴 의지와 능력 혹은 태도가 있는 사람.
내일 당장 내가 담당하는 시장에 일이 터져서 철수하게 되었을 때 바로 짐 싸서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 특히 회사 설립 초기 사람들이 그랬어.
정리하자면 ‘포기하지 않는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들’.
Q. 포기하지 않는다 쪽에 더 강세를 주시네요
ㅎㅎ 맞아. 음… LINE이 일본에서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사례가 이에 대한 좋은 뒷받침이 될 수 있겠다. 네이버가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수 년간 여러 서비스를 시도했어. 모조리 엎어지고 ‘해 볼만한 것 다 해봤는데, 마지막으로 이 메신저만은 해보고 철수하자’라고 했을 때 결국 성공 반열에 놓인 것이 LINE이거든. 카카오도 비슷했지. 여러 비즈니스로 시도와 실패를 계속 하다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결국에는 성공 반열에 올랐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글로벌 메신저 회사의 해외사업실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
Q. 그렇게 일을 하시는 분들의 배경이 또 궁금하네요.
대졸 신입은 찾기 힘들지. 1) IT 업계 특성 2) 해외사업실의 특성 두 가지 요소가 작용하다 보니. 대졸 신입을 뽑을 이유와 여유 모두 없어서…
대졸 신입은 이제는 거의 안 뽑는 것 같다. 해외사업실의 마지막 공채 출신이 2013년인가 2014년인가 그래.
Q. 해외사업실 인턴은 상대적으로 많이 뽑는 것 같던데요? 그리고 경력직은요?
맞아. 그런데 수시로 뽑아. 대기업 인턴처럼 상반기 몇 명...이런 식이 아니야. 게다가 팀별로 수요가 생기면 그때 그때 뽑고. 그래서 어렵지 싶다. 정말 열심히 주변에서 찾아보지 않는 이상 기회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기 힘드니까.
경력직은 의외로 IT업계 외부 종사자였던 사람들이 많아. MBA 졸업자, 대기업 출신, 컨설팅 출신 등. 일반화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
Q. 왜 그런 걸까요?
그만큼 IT업계는 유망하다는 (혹은 유망하게 여겨진다는) 증거 아닐까 싶어. 속해 있는 업계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IT를 많이 염두에 두는 것 같아. 또 많은 분들이 창업하다 오신 분들이야. 일의 특성이 유사하기도 하고.
Q. 글로벌 메신저 해외사업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배경 외에 역량 측면에서는 어떤 특징들이 있나요? IT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은 많이 필요하나요?
그건 아니야. 상품을 만드는 것은 개발자들이지만, 이 상품을 운영하고 홍보하고 결국 판매되도록 하려면 비즈니스 영역이 붙게 되니까.
우선은 영어로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해. 이유는 위에서 설명 했지. 그 다음으로는 담당자가 관련 시장의 언어를 잘하는 경우도 있어(다 그런 건 아니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삼성 물산 같은 종합 상사도 특정 국가 대상 영업을 하면 그 국가의 언어를 잘 하는 사람을 선호하잖아?
그 다음으로는 위에 말했듯 컨설팅, MBA 출신들이 있어. 매니지먼트 경력 및 능력이 검증 된 사람들 위주.
Q. 일 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적이 있다면요?
딱 하나만 말하기 힘드네. 해외사업실 업무의 특성 상 큰 이벤트가 결과적으로 딱 나오질 않았어. 그것 보다는 하루하루 자잘자잘한 성공과 실패가 반복됐었는데… 그들 중 작은 성공들이 결국 내 보람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작은 실패들이 더 많기도 했고 (웃음) 시련을 통해 성장했으리라 믿지만.
Q. 이직을 하게 되신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음…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야. 어떤 서비스, 기획이 만들어지려면 그 시장에 맞는 리서치와 기획, 개발 및 마케팅 등등이 종합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필요하잖아? 그런데 조직이 커지다 보니, 진출한 국가 간 우선순위도 생기고… 의사 결정 과정이 전에 비해 느려지기도 하고.
그리고 고민하던 시점에 내가 가진 능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겨서 결정을 하게 됐어.
Q. 앞으로 글로벌 메신저 시장의 양상은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전 세계 어디든 스마트폰이 있는 곳이라면 메신저 시장이 포화 된 상태라고 봐. 뒤집기에는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을까. 가지고 있는 리소스와 유저에서 얼마 만큼을 끌어 내느냐가 앞으로 핵심일 거야. 신규 유저가 아닌 기존 유저와 리소스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가야지.
Q. 메신저 서비스끼리 경쟁을 할 때, 무엇이 승패를 결정하는 걸까요…?
1)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로 2) 먼저 들어가기. 솔직히 말해 수 많은 메신저 앱 중 하나가 딱 베스트 메신저라고 말하기는 힘들 수도 있어. 어떤 측면에서 보면 WhatsApp이 메신저로서는 더 알맞을지도 몰라. ‘무료 문자 메시지'라는 본질에만 신경 쓰는,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앱이거든. 하지만 먼저 시장을 차지하는 순간 그걸로 이미 승패는 결정지어져 있다고 봐야 해.
Q. 형의 향후 커리어 목표는 뭐에요?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나는 커리어 목표가 없어.
Q.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 말은 반쯤 농담이고ㅋㅋ 이렇게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에서 최고를 끌어내자'라는 생각이 더 강해.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는데, 준비된 사람이 그 기회를 잡는다고 생각해. 그리고 기회를 잡도록 도와주는 것은 현재 나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 했는지 여부라 믿거든.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중에 가서는 결국 개인이 들고 있는 컨텐츠의 싸움이 될 것 같아. 그래서 고민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기회를 만나서 그 때 그 때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을까고.
그래서 큰 커리어 골이라고 대답해 줄 만한 것은 없어 ㅎㅎ 지금부터 1년 후 이상의 미래는 정확히 계획 하고 싶지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을 안 하는 주의야.
Q. 아직 IT 쪽에 발을 들이지 못한 백지 상태(?)의 사람은 그러면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을까요? 저도 굉장히 궁금해요.
여기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없으면 결국 발로 뛰는 수밖에. 인사 담당자한테 메일을 뿌려 놓고 혹시 포지션이 열린다면 알려 달라고 해 놓는다든지, 설명회 한다는 정보가 있으면 바로 가서 듣고 거기서 일 하는 사람과의 인연을 맺는다든지… 이렇게 해서 ‘된다'는 말은 못 하겠어. 하지만 안 하면 길을 찾을 기회조차도 만들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
Q.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음…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뻔한 얘기 해주고 싶지가 않아서 그런가 봐. 왜냐하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심스러워. 무슨 말을 한들 그게 도움이 잘 될 수 있는지도 자신이 없네.
현실적인 이야기 하나만 할게 그러면. 제 2 외국어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영어에 힘 쓸 것. 만약 글로벌 메신저의 해외사업실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혹은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직무에 지원하고자 한다면) 최소 자격이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라서… 아닌 것은 아닌 거고 맞는 것은 맞다고 명확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Part 2 종료
익숙함 속에 생소함이 있는 자리였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메신저들이지만 이 서비스들을 운영하고 영업하는 세상의 이야기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보기에 문제 없이 돌아가는 것들 뒤에는 무수히 많은 노력과 실패, 그리고 성공이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 주신 인터뷰이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편집자주 https://www.facebook.com/downtoupside/ 로 가시면 차후 인터뷰어 프로필을 보고 질문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지 좋아요를 통해 브런치 외적인 정기 구독이 가능합니다)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