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Brand Manager, 남자, 2년차(퇴사)
진정한 발견의 항해는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것이다.
-Marcel Proust
바야흐로 마케팅의 시대다. 과거에 마케팅이 광고, 영업의 이미지가 강렬했다면 요즘의 마케팅은 전천후다. 사람들은 모르는 잠재적인 욕구를 파악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입히고, 상품을 디자인하고, 실제로 고객의 손에 쥐어주기까지.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마케팅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책임지고, 세상에 내가 기획한 상품을 내 놓고, 제품들을 내 자식같이 여기며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마케터다.
이번주 Up Side interview는 국내 소비재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한 분을 만났다.
실제로 마케터로 일을 하면서 어떤 업무들을 하는지, 어떤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는지 함께 들어보기로 하자.
하셨던 일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LG생활건강에서 ABM으로 일을 했었어요, 회사 내에서 에벰이라고 부르고 Assistant Brand Manager의 줄임 말이에요. ABM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프로덕트(브랜드)에 대해 혼자서 A to Z를 모두 관리 하는 일을 하죠. 어떤 제품의 기획부터 시작해서 소비자한테 전달 될 때 까지 모든 것을 컨트롤 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어요.
마케팅을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는 실전을 경험해보고 싶으면 소비재로 가라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왜 그런 걸까요?
물론 제 생각이긴 한데, 책임과 권한의 차이 인거 같아요. 주니어들도 하나의 프로덕트를 혼자서 담당하게 되니까 팀으로 같이 일하는 것과는 차이가 나죠.
줄기를 나눠보면 마케팅을 하는 대상에는 유형이있고 무형이 있잖아요. 그리고 유형 제품에서는 다시 스마트폰, 자동차와 같은 제품과 샴푸, 화장품 같은 제품으로 나뉠 거에요. 여기에서 일하는 방식에 조금 차이가 나게 되요. 가령, 갤럭시 S7을 마케팅 한다고 하면 아무리 적어도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일을 할텐데, 엘라스틴 같은 제품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 한 프로덕트를 책임 지는 일이 많아요. 한 마디로 한 제품의 마케팅 전반을 홀로 담당하게 돼는 거죠. 소비재 마케팅이 '마케팅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어요.
아, 한 개의 제품을 한명이 도맡아서 하니까 굉장히 빨리 경험이 쌓이겠군요.
그럼 처음 주니어로 들어 갔을 때 바로 프로덕트 총괄을 하나요 아니면 BM들을 돕는 Assistant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일단은 사업부를 봤을 때, CEO가 있고 그 아래 MKT이 있죠. 그리고 그 안에 크게 세가지 파트로 나뉘어요. HG, CM, 그리고 Coca Cola bottling, CCB라고 해서 이렇게 세가지가 있어요. 저는 HG, 생활용품 쪽에 있었고, 여기도 네 개의 부문으로 나뉘죠. Personal Care, Oral Care, Fabric Care, Home & Baby Care으로 나뉘어요. PC는 엘라스틴, 온더바디와 같은 샴푸, 바디 브랜드를 담당하고, OC는 페리오같은 치약 브랜드를 담당해요. FC는 샤프란, 테크와 같이 빨래와 관련된 브랜드들이 많고, H&BC는 홈스타와 같은 집안 청소에 관련된 브랜드와 베비언스라는 아기와 관련된 브랜드를 담당해요. 아, 명절 때 선물을 주고받는 선물 세트팀도 있어요. 브랜드들이 참 많죠?
부문을 담당하는 부문장을 MD(Marketing Director)라고 하고, 그 안의 팀장을 BM(Brand Manager), 그리고 그 밑에 ABM이 있어요. 큰 의사결정은 MD와 BM이 내리지만, 작은 의사결정들은 ABM이 바로 내립니다. 하루에도 의사결정을 하는 것들이 수십가지에요. 그리고 제품 기획을 할 때는 ABM들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근데 저는 소비재에서 마케팅을 한다고 하면 이런 두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나는 애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기저귀 마케팅을 맡는다던가, 나는 남자인데 여성들이 주로 쓰는 제품을 마케팅 해야 한다던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거 같아요. 이런 일로 에피소드들은 없었나요?
예를 들면 이런게 있어요. 저희가 기저귀 브랜드도 있어요. 토디앙이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그 기저귀를 담당하는 마케터가 남자에요 (웃음) 근데 어차피 기저귀는 여성분들도 잘 모르잖아요. 모르는 게 있으면 직접 다 해봐요. 기저귀를 직접 차보거나 이런 경험을 해보죠. 만일 왁스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왁스를 다 발라보죠. 평소에 바르지 않던 사람이라도.
오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을 해나가는 거군요. 아까 또 재미있는 대목이 있었던게, 마케팅을 하면 보통 여자 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 성별을 나누거나 이러려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남자 마케터로써?
이런 답변하면 좀 그런데.. 없었어요 (웃음 웃음)
전혀?
음 성비를 이야기 하자면, 남녀 성비가 5:5 정도에요. CM(Cosmetics)은 2:8 정도에요. 화장품 마케팅을 할 때는 아무래도 화장품에서 여성용 시장이 크기 때문에 여자 마케터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확실히 감성이 어필되는 부분도 있구요. 하지만 생활용품에서는 화장품보다는 그럴 여지가 덜 한 것 같아요.
또한 보통 사람들이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면 창의적이고 감성적이고 이런것만 생각하는데. 그것 말고도 하는 일들이 정말 많거든요. 예를 들면, 숫자에 대한 감각과 상황에 따른 올바른 의사결정 능력에 대해서는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부족하고 그럴 일은 없다는 거죠.
숫자 감각이라고 하셨는데 매출 관리를 말하는 거죠?
회사에서 KPI라고 있잖아요. 제가 다녔던 회사 같은 경우는 그게 매출이랑 영업이익, 비활성 재고 등이 있었어요.
비활성 재고? 그건 뭐에요?
음 우리가 쓰는 모든 생활용품에는 유통 기한이 있어요. 약 2-3년이에요. 그런데 유통 기한이 얼마 안 남은 물건들이 있다면, 이걸 얼른 소진해야하잖아요. 날짜가 지나면 이건 버려야 하니까. 이런 기조로 봤을 때 비활성재고 기준이라는 것을 고려해요. 생산을 언제 했는데 몇 개월동안 창고에서 나가지 않았어요. 그럼 이건 비활성 재고가 되는 거에요. 우리가 만들었는데,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서 매출로 이어지지 않은거죠.
이런 비활성 재고를 처리하는 것도 KPI 중에 하나로 삼아요. 매출과 영업이익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관리하는 제품에 대해 책임감도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숫자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 비단 남녀 마케터에 대한 능력 차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죠.
아 그렇군요. 그럼 이제 독자들이 해주신 질문 하나 여쭤볼게요. 마케터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시다는 분이 있었어요. 그 때를 되짚어 본다면 어땠나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꽤나 루틴한 일상이 지속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오자마자 매출 보고, 관리하고 그런 그림?
일단은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출근을 9시라고 하지만 사업부마다 달라요. 9시에 맞춰 하는 곳도 있고, 8시에 출근하는 곳도 있어요. 보통 출근하자마자 전날 매출부터 보죠. 말씀하신 것처럼 매일 봐요. 매일 매일 체크해서 내가 생각했던 목표랑 비교도 하고, 어떤 이슈는 없는지 이런 걸 다 파악을 하죠. 그래야지 BM이든 MD든 ABM을 호출했을 때, 바로바로 대답할 수 있게끔 다 파악을 해두죠. 물론 사람에 따라 루틴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중간중간 발생하는 이슈들이 많아 루틴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정말 많이 발생하거든요 (웃음)
어떤 이슈요?
가령 상사랑 A라는 제품의 생산에 관해 언제까지 보고 드리겠다고 합의를 했어요. 그런데 언제까지 전달 하기로 한 디자이너가 다른 일이 발생해서 그 일정을 못 맞추겠다고 말하는거에요. 그럼 디자이너를 찾아가서 재촉하기도 하고, 열심히 해달라 부탁 드려보기도 하고... 이런 상황의 일은 제가 예측한 상황이 아니잖아요. 또 생산을 예를 들어 본다면 공장에 발주를 넣었는데 이슈가 터져서 제품이 제때 안나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유관부서들과 연락을 해서 스케줄 조정을 하기도 해야하구요.
와 그럼, 이거 저거 이슈 대응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정신 없겠네요..
그렇죠. 우리가 Assistant BM이긴 하지만 어쨌든 하나의 프로덕트를 담당을 하다보니까, 모든 의사결정을 제가 해야해요. 그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선결정 후보고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생산, SCM, 디자인, 영업, 로지스틱스 등등이 다 저한테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낸 뒤 제가 컨펌을 해야 일이
진행이 되죠. 이렇다 보니 예측 하지 못한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나요. 제가 컨펌을 하고도 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상황을 하나의 장표 혹은 메모지에 정리를 해두죠. 잊으면 바로 이슈로 바뀌게 되는거에요.
일반적으로 마케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Fancy함, Trendy함 이런거랑은 좀 거리가 먼 일을 하는 것 처럼 느껴지네요. 쭉 들어보면, Trend를 캐치하는 능력보다는 책임감과 디테일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마케터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자질같은게 있나요?
이 질문에는 마케터라는 큰 직군 보다는 소비재 마케터로 좁혀서 대답을 할게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오너십이에요. 제가 다른 회사는 안 다녀 봤지만 보통은 퇴근을 하고 나면 일과 일상이 분리된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저희는 퇴근 후에도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요. 밤에도 갑자기 뭐가 하나 고장났다, 일정이 밀리겠다 연락이 오고 이러면 그 때 의사결정을 내려야하죠. 내가 프로덕트 책임자니까. 주말도 물론이구요. 오너십이 없다면 이런 사건 사고들을 언제든 맞부딪혀 해결하지 못해요. 그래서 오너십이 제일 중요!
두번째로는 아무래도 소비자들과 맞닿아 있는 B2C 산업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해야 해요. 예컨데 주말에 이런 카페에 오게 되더라도 사람들이 뭘 하고 노는지 계속 관찰하고 뭐 올리브영이나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서도 현재 트렌드가 어떻고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해요. 소비자의 입장과 생각을 계속 습득 해야 해요.
마지막으론 커뮤니케이션 능력. 유관부서의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요청을 하는 것인지 이면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야하고, 때로는 불가능한 상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들을 설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의사결정의 권한자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해요.
(편집자주 https://www.facebook.com/downtoupside/ 로 가시면 차후 인터뷰어 프로필을 보고 질문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지 좋아요를 통해 브런치 외적인 정기 구독이 가능합니다)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