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ant Brand Manager, 남자, 2년차(퇴사)
그럼 이제 입사 전으로 잠깐 돌아가볼까요? 마케터로 성장하기 위해 했었던 경험들이 궁금해요.
저한테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먼저 저는 경영학과가 아니었어요. 인문학을 전공 했고 이후 복수전공으로 통계학을 공부했죠. 그런데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커리어를 설정했는데, 사실 마케팅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마케팅 전략을 공부하는 학회에 들어갔어요. 들어가서 마케팅 프로젝트들을 경험 하고 여러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었죠.
두번째로는 제가 개인 사업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되게 필요로 하는 제품이 있었어요. 알죠 뭔지?
그럼요 (웃음)
그걸 만들었는데
오호 그걸 학부때 만든 거였어요?
네, 학부 4학년 때 만들었어요. 시험 기간 직전에 떠올라서 (웃음) 그때부터 했는데, 회사에서 하는 일보다 더 많았죠. 제품 기획, 디자인, 재고 관리 등 회사라면 유관부서들과 해결할 일을 혼자 다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제품 기획이 나랑 잘 맞는구나 느끼게 되었어요. 여기에 더해서 회사를 지원할 때 서류나 면접이나, 일했던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어요.
세번째로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인턴을 하며 배우게 된 것도 많아요.
거기서는 특정 제품의 가치 체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그것을 어떻게 더 돋보이게 할 지 관련된 일들을 했었는데 배우는게 정말 많았어요. 이렇게 세 가지 인 것 같네요.
일련의 증명 과정을 많이 거치신 것 같아요. 학회를 통해 배우고, 제품을 만들어 보고, 회사 생활까지,. 그럼 입사하고 나서는 뭐가 제일 보람찼어요? 이미 제품 만드는 보람은 경험 하셨을 테고.
역시 마케팅의 A to Z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제품 기획을 통해 성과를 냈을 때에요. '이 제품을 어떻게 만들고 브랜딩 할까'의 고민 단계부터 시작했었죠.
소비자들이 혼동할 수 있는 제품의 디자인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제가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또 소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불편한 점을 모두 개선시켰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전에 여행을 떠나서 얻었던 영감을 제품에 접목시켰다는 점은 제가 아직도 뿌듯해하는 사실이에요.
이렇게 브랜드를 수정하니, BM, MD들의 반응도 좋았고,결국에는 소비자 반응까지 좋아졌어요. 영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품 자체가 더 잘 빠져서 나오니 세일즈 하기 좋아져서 그만큼 매출에 좋은 영향이 가기도 했고. 이런 일련의 과정과 성과가 가장 보람찬 기억이네요.
없던 걸 만드는 작업은 굉장한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럼 반대로 제일 힘들고 지쳤던 부분은 없었나요?
많죠.. (웃음) 아시겠지만. 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마케터를 꿈꾸고 되고 싶어하지만 밖에서 보는 ‘마케터들이 하는 일’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밖에서는 안 보이는 수많은 발길질, 백조가 우아하게 떠 있지만 안에서는 열심히 물장구를 치듯이, 그런 일을 해야 해요.
예를 들면 커뮤니케이션이 쉽지가 않아요. 각 부서마다의 논리가 있고, 불합리하게 여겨질 때도 있고. 근데 이런걸 설득을 해야 하는게 힘들고, 예상치 못한, 나를 낙담시키는 사고도 많이 발생을 해요. 나는 분명히 A로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B가 되어서 나온다던지.
여기서 더 문제인거는 그게 무려 10,000개나 생산될 수도 있다는 거죠 (웃음) 그럼 이제 상사는 ‘네가 더 확인을 했어야지’라고 하고.. 이러면 힘들어지죠. 그리고 같이 일하는 모든 분들이 프로페셔널하면 좋은데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니까. 이럴 때는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으로써 힘들 때가 있어요.
하긴 A to Z를 모두 담당한다는게 정말 쉬운일은 아니죠. 사람한테도 많이 치일 것 같고. 근데 굉장히 빨리 책임과 권한이 생긴 편 아니에요? 보통은 회사 안에서 주니어로 여겨지고 누군가를 도울 시기인 것 같은데.
일단은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사랑 조금 달라요. 어떤 곳은 1년씩 교육 시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회사는 바로 투입해요. 그래서 2-3주간 그룹연수를 받긴 했지만, 그 이후에는 바로 실전이에요.
경험으로써 성장시키는 스타일이군요. 들어가기 전에 갖추고 있어야 하는 능력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건 없어요? 개발자는 개발 능력이 필요한 것 처럼.
그런건 딱히 없지만 굳이 말한다면,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도움되는 기본적인 마케팅 지식들이 있겠네요. STP라던가, 4P라던가...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의 용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 대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머리에 넣고 들어오면 한결 수월하다는 의미에요. 어찌하였든 큰 그림을 아는 것과 아닌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제품 기획’을 한다는건 국내 소비재 마케터들의 특권 아닌가요? 외국계 소비재 회사랑 비교해 봤을 때.
그렇죠.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프로덕트를 개발할 수 없느냐 있느냐’에요. 외국계 같은 경우는 한국 시장이 작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한국오피스에서 원하는 제품을 기획하고 힘들고, 설령 기획이 통과되더라도 최종 컨펌되는데 몇 개월의 시간이 걸려요. 이런면이 변화에 대해 빠르게 대응해야하는 소비재 업종 특성상 국내 기업이 외국계보다 빠를 수가 있죠. 근데 저는 기획부터 개발까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저랑은 잘 맞는 회사였죠.
이직이나 퇴사를 하는 주변 마케터들의 커리어 패스는 어떤가요?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고, 다른 곳 가는 경우도 많아요. 소비재 마케터들의 경우 한 곳에 오래 있어서 매몰되지 않는 이상 원하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죠. 저 같은 경우 링크드인에 정보를 업데이트 해가며 관리 했는데, 2년 정도 지나니 외국계 소비재던 다른 업종의 국내회사던 이곳저곳서 연락이 많이 왔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마케팅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한마디를 남긴다면 어떤 말을 해주시겠어요?
생각을 해보지는 못한 질문인데..
음.. 마케팅 구루인 잭 트라우트가 한 말인데, 'differentiate or die?' 어쨌든 마케터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가장 큰 무기는 '차별화'인거 같아요.
차별화된 경험이 차별화된 마케터를 만들 수 있고, 또 회사든 어디든 그런 사람을 원하는 것이죠. 물론 성실성 등의 기본 내공은 알아서 갖춰야하는 점이구요.
그런 의미에서는 1인 사업도 괜찮은거 같아요. 1인 사업을 하게 되면 남들이 겪지 못하는 일도 많이 겪게 되고 그만큼 의사결정 경험들도 다양해지죠.
음 저는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든 생각인데, 수용력이 높은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예를 들면?
차별화랑 비슷한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최대한 많이 듣고, 보고, 경험하려고 노력 해야 아는 만큼 보이게 될테고 (맞아 맞아) 그 안에서 다른 것을 찾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의 해요. 열려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한번 마케터는 계속 마케터거든요. 이게 20대의 마케터와 40대의 마케터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봤을 때는 어쨌든 나이들면 관리자가 되겠지만 관리를 하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냄새를 맡는 능력은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어느 상황이든 나이가 어떻든 간에 한번 마케터는 계속 그런 예민한 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마케팅 전공을 하지 않은 후배가 와서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기본적으로 나는 왜 마케팅을 하고 싶은가? 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해요.
저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 영향력을 제품으로 주고 싶었어요.
제가 만든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낭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리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관련된 경험을 해봐야해요.
그래야 학교에서 마케팅을 공부한 다른 친구들과 겨룰 수도 있겠죠.
[Editor's note]
학부 시절이 떠오른 인터뷰였다. 꽤나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했었고, 마케터를 꿈꾼 적이 있었다. 실제로 마케터가 되는 꿈을 이루고, 그 다음 목표를 열정적으로 이뤄나가고 있는 인터뷰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마케터를 꿈꾸는 분들을 응원한다.
(편집자주 https://www.facebook.com/downtoupside/ 로 가시면 차후 인터뷰어 프로필을 보고 질문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지 좋아요를 통해 브런치 외적인 정기 구독이 가능합니다)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