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서비스, 남자, 6년차
Part 1 - 팀장으로서의 삶 https://brunch.co.kr/@upside/44
Part.2
스타트업 그리고 직업으로서의 개발자
다녔던 회사도 꽤나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에 속하잖아. 그런데 스타트업이랑 비교해 봤을 때 뭐가 다르다고 생각해?
스타트업이랑 다른 건 우선 사람이지. 우리 회사는 사람들이 되게 똑똑하고 되게 잘해. 이게 장점이고 단점으로는 월급 받는 걸 너무 잘 하는 사람들이 있어.
뼛속까지 직장인이라는 뜻이지?
응 (웃음) 스타트업 같은 경우엔 그렇지 않잖아.
그러면서 서운한 마음도 들어? 팀장으로써. ‘스타트업처럼 일해줬으면 좋겠다~’ 뭐 이런거.
근데 팀이 크면 클수록 권한도 적어지고 애정도 쪼개지는 거 같아. 또 어떤 나의 책임감도 적어지기 때문에 더욱 더 직장인의 면모를 보이고. 작은 팀일수록 조금 더 열정이 있긴 한 거 같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당연히 잘 됐으면 좋겠지만 조직이 너무 커버리면 내가 기여하는 부분이 너무 작아지잖아. 이걸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내가 무슨 일을 해도 티도 안나. 이러면 애정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 그런 면에서 작은 팀이 좀 더 재미있는 거 같아. 난 작은 팀이 좋더라.
나오기 전에 했던 그 사업도 원래 굉장히 작은 팀으로 시작한 거 아니야?
응 원래 혼자 하다가, 두 명이 하고, 네 명이 하고, 여덟 명이 하게 되고 이런 식이었어.
그럼 그 사업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어?
음.. 뭐가 있을까? 그냥 실제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많이 쓰고, 좋아하고 그리고 매출이 일어나고 이런 과정 자체로 재미있는 거 같아.
신규 아이템을 하면서 재미있는 거는 이런게 먹힐 것이다 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 자체가 증명이 될 때가 참 재미있어. 그리고 사업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하나는 내가 이 사업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야. 개발 뿐만 아니라, 마케팅이든 뭐든 모든 접근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거든. 그게 바이럴이든, 회사랑 제휴를 하는 것이든. 그 중에서 골라서 하는 건데 시도를 해봤을 때 그게 증명이 되면 참 재미있는 거지.
뭐든 하게 된다는 그 말이 참 와 닿는다. 누구에게나 있는 성향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말인데 개발자의 커리어도 두 가지로 나뉘는 거 같아. 어떤 사업을 하는 그러니까 기획도 하는 개발자의 길이 있고, 진짜 개발 그 자체에 특화된 커리어를 쌓거나. 이런 내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음 그런데 내 생각엔 기획을 하고 싶어 하는 개발자는 별로 없는거 같아.
없다구??? (놀람)
없다고 보면 돼. (웃음) 아니 물론 참여하고 싶어 하고 의견을 내고 싶어 하는데, 그게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되게 많아.
도대체 왜 그런거야? 시각이 달라서? ㅋㅋㅋ 기획을 하려고 코딩을 배운게 아니라서? 왜지?
기획도 그렇고 개발도 그렇고 둘다 트레이닝이 되어야 하는 건데, 둘다를 동시에 잡는 건 너무너무 어려운거지. 나도 개발을 하고 있지만 정말 최고의 개발자냐고 하면, 그건 아니거든. 또 최고의 기획자냐? 그것도 아니야. 난 사실 내가 굉장히 애매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이런 사람이 많지 않고, 이렇게 되려는 사람이 많지도 않고 해서 내가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니까 특이한 사람은 몇 명만 있으면 돼. 나머지는 정말 개발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런 기획자가 있는거지. 그리고 그냥 개발 할 수 있는 게 나의 역량이라서 개발자인 사람도 있고.
주변을 보면 둘다 잘하려다가 둘다 놓치는 경우를 종종 봐. 기획자라고 기획을 무조건 더 잘하는 건 아니긴 한데, 개발자가 그거보다 더 잘하진 않을거란 말이야. 개발자가 기획이 답답해서 기획을 한다고 해도 그 개발자가 그 기획자보다 더 잘할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그래서 너무 자만하면 안돼. 개발자들도. ㅎㅎㅎ 기획자들이랑 서로 존중해야지.
그런데 기획을 잘 한다는 건 어떤걸까? 개발자는 전문가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기획은 그렇지가 않은거 같아서.
기획이 좀 어려워. 기획이라고 하면 보통 쉽게 생각하는데, 그 안에 사업개발 파트가 있고 실제로 화면 그리는 파트, 운영, PM 등 안에 세부적으로 업무 분야가 다양한데 그걸 퉁쳐서 기획이라고 부르니까.
기획이라는 직군은 네이버에서 만들었다고 하더라. 해외에서는 기획이라는 직군이 없잖아. Product Manager, UX designer, Business Developer 이런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기획자라는 말이 없지.
한국에선 기획자들이 화면도 치고 그러는데 사실 이건 디자이너의 몫이거든. 그래서 참 애매한 직군인거 같아. 그래서 기획자들이 참 힘들지. 뭐든 다 잘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
완전히 동의해. 왜냐면 사실은 다 그 안에서 성질이 다른 일들을 해야 하는 거니까.. 각각의 심도 있는 공부도 당연하게 필요한 분야들이고.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기획자”가 되려고 이 회사에 들어오는 데 진짜 대단한 기획자는 잘 못 봤어. 기획자는 성공한 서비스가 있어야 인정을 받는데, 그건 쉽지가 않거든. 운이 좋아야지. 자기 힘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니까. 쉽지가 않아.
그래서인지 난 요새 기획자랑 디자이너랑 개발이랑 점점 헷갈리는 거 같아. 일을 하다 보면.
기획자는 다 하는거야. 기획자는 디자인 개발 말고 전부다. 짜치는 일 정말 많이 하고, 피곤하고. 사업 개발은 보통 실제로 사업 부장 급에서 하는 거고. 나머지는 위에서 시키는 거 대로 화면 잡고, 준비하고 뭐 마케팅 팀 따로 없으면 마케팅 플랜도 짜고 하는거지.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긴데, 주변에 개발자 친구들 많을거 아니야. 한국 IT 업계는 약간 개발자 대우가 안좋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주변 여론은 어때?
아니. 그렇지 않아. 음… 대부분은 안 좋은데. 이렇게 보면 또 안 좋다고 할 수 도 있겠네. 하지만 커리어패스 잘 만들고 하면은 굶어 죽을 일 절대 없는 직업이지.
맞아 요새 못 모셔와서 안달인 회사가 많잖아
그렇기 때문에 커리어패스 잘 정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 회사를 정할 때, 이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이 회사는 진짜 비즈니스를 잘 하는 회사인지, 나는 여기서 얼마나 클 수 있을지 등 잘 따져보는 게 정말 중요해.
나도 그렇고, 스스로 개발능력을 쌓아가고 그걸 증명하는 것도 함께. 내가 지금까지 뭘 공부했고, 어떤 경력들을 쌓아 왔고, 어떤 회사를 들어갈 건지 정하는 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쿠팡에 들어갈 건지 다음에 들어갈 건지 네이버에 들어갈 건지 이런 거. 뭐 이력서 넣어서 다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처음에 잘 시작하는게 은근히 중요하긴 중요한데 시작만 잘 하면 나중에 옮겨가긴 되게 쉬우니까. 그러니까 이직이 제일 쉬운 직군이라고 보면 돼. 뭐 대우는 그렇지 않지만, 전문직에 가까운 직업이랄까?
뭐 실제로 우리회사 연봉 테이블만 봐도 개발자가 제일 대우가 좋거든.
맞아 나도 그렇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응 기획자가 제일 낮은 페이 레벨에 속해. 야근도 많이 하는데, 쉽지 않지.
선배도 컴퓨터 공학 전공한거잖아. 커리어 패스를 보면 스타트업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대기업으로 옮겨온 케이스인데. 처음에 스타트업은 어떻게 시작 된 거야?
재미있어서 시작했지 사실. 처음에는 그냥 개발자처럼 거기를 열심히 파보니까 ‘어, 이런게 되네?’ 이러다가 신기해서 계속 만들어 보니까 사람들이 좋아했고 그래서 더 크게 만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거지.
거의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이렇게 진행이 되는 것 같아. 스타트업은 운도 따라줘야 하고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결국 운이 따라줘야 하는 거지. 그때 떠올랐고, 그때 실행했고. 그게 운이 좋았으면 성공하는 거 같아.
모든 사람이 그래. 페이스북도 사실 비슷한 맥락이잖아. 다르지 않지. 물론 환경이 더 좋아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았을 지는 몰라도 똑같아.
‘운이라는 게 진짜 중요한 거구나’하고 나도 요즘 많이 느껴.
운이 모든 것인거 같아. 근데 운이 맞으려면은 잘 하고 있어야해. Reputation도 잘 쌓아야 하고, 잘 하고 다녀야 하고, 예의도 바르게 지켜야 하고, 뭐 이런 것들을 다 포함해서.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사람으로 연결 되니까.
기회도 기회지만, 사실 기회는 다 사람에서 오는 거라고 난 보는 편이야.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게 참 중요하지.
근데 내가 볼 땐 선배도 엄청 사교적이고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네트워킹 관점에서 따로 챙겨?
음.. 예전에는 인맥이라는게 중요하다고들 해서, 인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 그냥 니가 잘하면 돼. (웃음)
니가 잘하면 어떻게든지 연락이 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그래서 인맥을 억지로 만드는게 제일 바보 같은 거 같아. 나는 그게 가짜라고 생각해. 왜냐면 알면 뭐해 (웃음) 상대방 명함 받고 그러는게 사실 중요하지 않잖아.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도, 별로인 걸 알면 그 이상으로 뭔가가 이뤄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연락이 와. 업계라는게 IT 업계 뿐만 아니라 다 좁아가지구 한다리 건너서 연락 오면, “이친구는 어때요? 취직 시켜도 괜찮을까요?”라고 묻고 그럼, yes or no가 나오니까.
나한테 물어본 그 사람이 나랑 친하냐, 취업하려고 하는 그 친구랑 더 친하냐에 따라 답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어쨌든 답이 쉽게 딱 나오니까. 그래서 언제나 잘 하는게 중요하고, 사람들에게 무조건 잘해주면 좋아.
페이스북에서 본 이야기긴 한데, 잘해주면 이 사람이 나를 앞으로 호구로 볼지 아니면 내가 고마워서 더 잘해 줄지가 나오거든. 그래서 우선 잘해주고 보는 건 참 중요해.
그래서 나를 호구로 본다 싶으면 안 만나면 되고, 앞으로의 관계도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건, 나와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권력 관계가 형성 되건 거의 똑같은 스탠스로 진행이 되는 거 같아.
결국은 이런데 안달 내지 말고 그냥 내가 잘 하면 되는 거 같다.
하긴, 나도 예전엔 많은 사람을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했었어. 그럴 때가 있었던거 같아. 한참 선배들 많이 알고 이런 게 중요하다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도 다른 일들을 경험해보고 하니까. ‘역시 나 잘하는 게 최고군.’ 싶더라구.
맞아. 그리고 사실 이런 것도 다 겪어봐야 알아. 겪고 나면 피곤하고, 시간낭비였고 이런걸 알아야 사실 할 수 있는 거지. 만나봐야 피곤한 사람은 이렇든 저렇든 안 만나는 게 맞아.
우리가 계속 ‘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는데, 코딩이야기로 돌아오면 그 분야도 발전과 변화가 빠르잖아. 그럼 그 공부를 계속 하고 있겠네?
사실 개발자들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공부를 하게 되어있어. 예를 들어, 새로운 폰이 나오거나, 안드로이드 새 버전이 나오면 할 수 밖에 없잖아. 그리고 참 재미있는 건, 오래 개발한 사람이 아니라 창업 쪽에서 성공 케이스가 나오는 건, 늘 그 친구들은 새로운 것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애들은 새로운게 나오면 새로운걸 먼저 배우고, 그럼 또 거기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데, 매일 하던 것만 하는 사람은 기회를 찾기 어렵지.
다시 말해서 개발자는 평생 공부를 할 수 밖에 없고, 또 그걸 재밌어 하는 사람 만이 개발자를 할 수 있는 거 같아.
맞아. 사실 그걸 못 견뎌 하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피를 무서워 하는 사람이 수술이 많은 의사를 하기 힘든 것처럼….?
그렇지. 뭐 월급쟁이는 할 수 있겠지. 나쁘지 않아. (웃음)
그런데 예전에 다른 친구한테 내가 코딩 배워보고 싶다고 하니까, 코딩도 외국어 배우는 거랑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어. 선배가 봐도 그런 거 같아?
음.. 그치 일종의 외국어긴 한데, 그 외국어를 배우기 전에 로직이라는 것을 좀 알아야 해. 논리적으로 어떤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시작해야 하지. 이게 첫번째고 그 다음이 언어인거 같아.
자바를 배우던 파이썬을 배우던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 같은 느낌은 확실히 나. 근데 이제 어떤 논리로 하는지 알면, 이런 언어들을 배우는 것이 너무너무 쉬워져.
로직 이야기를 해서 말인데, 컴퓨터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대표적으로 개발자들은 이진법을 쓰는 일을 해서 그런지… 실제 성격이나 행동들도 굉장히 이진법적인거 같아.
사람은 뭐 너무 한쪽에 집중하다 보면, 전반적으로 그 방향으로 모든게 맞춰지는 거 같아. 아마 그래서 일하는 절차라던가 스타일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는 거 아닐까? 그래도 생각하는 방식이 논리적인 거지, 성격이 그렇진 않을 거야. 그건 개인마다 다르니까. (웃음)
응 yes or no로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굉장히 당황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많고, 그래서 당황하는 일도 많고 그런거 같다. 명료한걸 좋아하지 아무래도.
인터뷰는 Part 3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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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laimer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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