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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Jul 01. 2016

브랜드/디자이너| ① 나는 취~향저격 비쥬얼 디자이너

제품 패키지 디자이너, 소비재, 여자, 10년차

마음속에는 한참 그리고만 있었던 꿈, 디자이너.  
나도 한 때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선택의 시간이 총 3번이 있었다. 물론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 이외에도 센스라든지, 시야라든지, 상상력이라든지, 거침없는 그 디자인속의 숲에는 이 모든것들의 한계가 없어보였고, 과감히 그 벽을 오를 자신이 없었던 필자는 주어진 기회를 모두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시각적 비주얼이 중요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필자는 실제로 그런말을 많이 듣게 된다. 
"OO야! 디자이너에게 어떤 디자인이 더 좋은지, 물어봐. 디자이너들은 다 감각있잖아." 
그래서일까, 디자이너들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고, 디자이너로서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감각을 조금 더 묻고싶었다. 
히트제품 제조기이자 필자와 같이 일하는 책임 디자이너님께 직접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감각있는 그녀만의, 10년차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드디어 들을 수 있었다. 



안녕 책임님! 회사에서 어떤일을 하는지 말해주세요~! 

나는 현재 생활용품 패키지 디자인 담당으로서, 딱 브랜드를 정해놓고 디자인을 하지는 않지만, 브랜드는 홈케어, 섬유쪽디자인을 전반적으로 하고 있는 중이야. 처음에는 패키지 디자이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몰랐어. 패키지의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패키지를 어떻게 만드나? 하는 막연한 고민을 하기도 했었어ㅎㅎ
기본적으로 패키지 디자인이라는 것은, 제품디자이너의 몫인 용기의 외각 라인 디자인을 정하는 것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걸 다 한다고 생각하면 돼. 전반적인 디자인의 컬러감을 어떻게 할 건지도 우리가 결정하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일단 제품의뢰가 들어오면 회사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상품을 키울건지타겟층과 제품컨셉을 파악하고 그것을 비주얼적으로 구현하는거야. 로고, 컬러, 혹은 상품 컨셉에 맞는 상자 디자인이라든지, 레이블 디자인을 비롯해 전체적인 브랜드 무드에 맞는 비쥬얼 디자인을 해주고 있어.


그럼 책임님, 출근하면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거에요

하루 일과는 일단 8:20분쯤 출근, 퇴근은 5시 30분에 하고 보통 전날 메신저 목록에서 부재중 메신저들을 확인하고 요청 메일들을 확인한 다음에, 오늘 업무를 뭘 해야하는지 정리하는 편이야.
 
그리고 디자인의 업무는 하루하루 딱딱 쳐내는 일이 아니라서, 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한다기 보다는 어제 하던 시안을 더 발전시키고 완성도를 높히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해. 

1차 시안을 마케팅 부서에 보여주기로 한 공유일에 맞춰서 일정을 짜고 내부 결제해야 할 시간 계산을 해서 작업을 완료하는 편이야. 개발하는 제품 하나의 1차 시안을 보여주는데에도 자료를 찾거나 머리로 구성하는 시간이 오래걸리니까 계속 다음 프로젝트, 혹은 앞으로 개발될 제품들을 별도로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발생되는 부수적인 것들도 처리해야해~


그럼 지금 메일 체크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그런데, 지금브랜드에서 디자이너가 관여하고 있는 정도가 어느정도에요
업무의 스콥이랄까?

일단 내가 속한 디자인센터는 매번 한명의 디자이너가 한 브랜드의 제품만 담당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되기 때문에 수치적으로 관여도를 말해보자면 브랜드 당 한 20%정도?야.

아무래도 해당 브랜드의 마케터마다 이미 제품에 대한 생각이 다 있고, 브랜드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기 때문에 내가 주어진 방향성 이외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 일이 현실적으로 늘 쉽지 않아.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제품들을 좀 구분해서 하게 되는거 같아.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제품들을 디자인하니까 아무래도 빨리빨리 목적에 맞게 진행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인 것 같네.
 
마케터랑 제품 컨셉에 대한 킥오프 미팅을 할때 방향성을 재시하는 방법의 예를 들자면… 브랜드 담당마케터가 디자인 가이드를 가지고 왔을때 더 나아가서 어떤식으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지 계속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야. 만약 이번 제품에 사회적인 메시지/요소가 들어가야 하면 점자를 그래픽화한 디자인을 넣자!는 조언을 줘. 이런 과정에서 마케터랑 함께 논의도 하고 제품 컨셉을 발전시키는게 개인적으로 재밌게 느껴졌어.  


사실 그렇게 하다보면, 디자인 가이드를 넘겨준다고 하지만, 레퍼런스를 많이 알고 있어야할 것 같아요. 
시장조사나 트렌드 파악 이런거 많이 다니는 편이시지요?

나는 다른사람에 비해서 많이 가는 편인 것 같아. 보통 주 단위로 1-2번은 꼭 가고, 그거를 눈치봐서 못가는 사람도 꼭 있고 그나마 우리회사 디자인센터는 자기 스케쥴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자유로운 분위기거든. 보통은 시장조사 중 타사가 어떤 제품을 냈는지, 타 기업 위주의 자료를 좀 찾는 경우가 많아. 나는 보통 그런데서 인사이트를 얻기 보다는 아예 분야가 다른 레퍼런스도 많이 찾아봐.
 예를 들어, 딱히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을 때나한테 쌓여있는 번외의 아이디어들이 새로운 디자인을 할 때 반영이 되는 것 같아. 그래서 항상 시야가 넓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평소에 조금 많이 돌아다녀야 되는 것 같아. 

새로운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도 교류를 많이하고, 많이 놀고, 돌아다니고, 그게 전부 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구체적으로 설명이 될까요? 자주 가는 동네가 있나요~? 

신제품 등으로 바쁜 시즌이 아니면, 한남동이나 이태원쪽, 그리고 요즘에는 망원이나 연남동쪽에도 작은 개인 샵들이 있거든.
그리고 문래동에도 약간 배고픈 아티스트?들이 자리잡은 길이 있어서 자주 다니고 많이 보는 편이야. 영감을 주는 걸 찾는거지! 정말 잘 하는 사람들 있잖아, 때로는 그분야가 의상일 수도 있지. 의상 같은 것 보고 창의적이라고 느끼면 완전 자극되던데!
 그 외에 해외 패키지들 보러, 신세계SSG도 가고, 퀸즈마켓 등 새로 생기는 트렌드는 한번 꼭 가서 보는 것 같아. 

그래도 가장 좋은건 책을 많이 보는 것 같아. 잡지도 있고 디자인 서적도 있는데, 그냥 ‘독서’. 여행책도 좋고, 그게 진짜 좋은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창의적인’ 사람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때마다 자극받는 것 같아. 


근데 책임님, 사실 디자인이라고 하면, 그 디자이너로서의 영역이 넓은데, 왜 하필 제조업에서 소비재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나는 처음에 광고 디자인을 했어. 졸업전에 미국 광고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일을 하다가 바로 한국에 와서 광고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거든. 근데 미국 광고회사의 분위기랑 한국 광고회사랑 너무 달랐어. 디자인은 안하고 남의 쓰레기통 치우고 이런게 이해가 안되는거야 할일도 없는데 일요일에 출근해야하고, 그래서 내가 하려는 광고의 어떤 크리에이티브와는 별개의 업무랄까… 이런게 정말 회의감이 들어서 분야를 바꿔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어서.
 
나는 해외에서 학교를 나왔으니까 주변 사람들이 왜 미국에서 일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재미가 있는게 중요하거든. 그래서 그때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이면서도 과감하게 이 분야에 뛰어들었던 것 같아. 로고 디자인이나 BI 디자인이 너무 좋아서 홍대의 작은 스튜디오들도 찾아가서 면접도 보고 그랬지. 혼자 artistic한 쪽으로 생각도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고. 

그래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로고 디자인이나 브랜딩도 하고 광고랑도 연관된 분야인 패키지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완전 취향저격인거야. 처음엔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했었지. 
그렇게 몰입되어서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히트 상품도 나오더라고^^!


그럼 이제 일을 하면서, 히트상품을 나올 때 보람찰 것 같은데 그럼 기억나는게 있나용

내가 일단은 화장품을 오래했거든, 처음 입사했을 때 화장품하면서 로드샵 개발 하고 이랬을 때가 기억에 나네. 히트상품 이런 개념보다도, 몇년 전 로드샵 개발을 위해서 TF팀을 결성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는 나 한명으로 수많은 제품들이 다 나왔을 때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 덕분에 ‘Red dot’받은 제품?

제품의 이름이 ‘패치의 신’이라고해서 각각의 패치를 동물과 연결지어서 그림을 그렸어. 동물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컨셉을 잡은거지. 예를 들면, 팬더의 고민은 다크서클. 패키지의 모습을 팬더가 눈밑에 다크서클 방지 패치를 붙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다거나, 뭐 이런식으로 재밌는 동물 시리즈를 냈는데 그걸로 Red Dot을 받았으니까 그게 가장 기억에 남지.




그럼 한 브랜드의 전체적인 제품 라인을 담당해서 디자인한게  조금 더 기억에 남는다는거죠?

로드샵을 준비하다보면, 시간 대비해서 수많은제품이 쏟아져 나와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었음에도 제품 하나를 내는 것 보다 전체를 구성하고 막 모든제품라인을  다 디자인 하는 일이다 보니까 더 재미있게 했던거 같아. 

왜냐면 보통 한 브랜드의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한 디자이너가 전담으로 하는 게아니라, 여러 디자이너가 하니까 큰 브랜드의 look이 안나올때가 많거든. 그래서 브랜드 아키텍쳐를 이해하고 전체적으로 가격대별로 나눠서 디자인을 할 수 있으니까 재밌더라구. 

싸보이는 디자인과 비싸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그 세개를 명확히 나눌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디자인을 하는거지. 그렇게 재밌게 디자인 하다보니 저절로 히트상품도 나오고.


오! 책임님 화장품쪽에 있었구나, 생활용품 쪽은 어때요?
 
응, 그리고 생활용품쪽으로 발령이 나면서 분야를 또 한번 바꾸고 나서는 혼란이 왔지. 
화장품은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예뻐야하는데 생활용품은 직관적으로 표현하면서 디자인이 예뻐야하는거야. 어떻게 하면 예쁘게하면서 직관적이게 해야할까가 너무 큰 과제였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 그때 슬럼프가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열심히 했던 특이 제형의 섬유유연제 디자인을 냈을 때? 매출 13배가 한방에 떴는데, 그거에 대한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 아까 말했듯이, 우리회사는 제품을 빨리 출시해야하는 FMCG 직군이다보니, 한 제품을 가지고 내가 몇 주를 끌고 있을 수는 없거든. 그래도 그때는 막 시간을 쪼개서 무드 보드도 만들고, 방향성도 A/B/C 이렇게 세가지로 해서 마케터한테 보여주고 했을 때 엄청 고마워했던 기억이 있어. 결론적으로 디자인도 잘나오게 되었고.
 
그리고 막 이것저것 매스적인 치약도 담당 디자인하다가, 조금 프리미엄 치약을 만들어 낼 때,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많이 했던 것 같아.출시가 안된 것 중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에 맞춰서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도 했었고, 그런게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 


아, 역시 책임님! 완전 인정받으셨겠네요?

음 그럼 그럼!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회사는 마케팅 중심의 회사이다보니 이렇게 히트상품이 나왔을 때 디자이너는 조명을 잘 받지못하는 것 같아. 

회사에서 인정하는 내부적인 상 같은 것 볼때도, 브랜드를 고안한 마케터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약간 디자이너는 조연 같은 느낌이랄까?잘하는 조연 같은 느낌.
 



마케터들이 근데 보통 가격 책정같은거 하다보면, 원가율 때문에라도 디자인적인 요소가 배제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게 항상 고민일 것 같은데 어때요

난 그래서 항상 선택을 하지. 
이거를 버릴거면 이거라도 고집을 부려서 지킨다든가. 형압의 큰 의미가 없다면 형압을 빼고, 다른 디자인적인 요소를 밀어붙인다던가. 똑 같은 인쇄를 종이를 다르게해서보면 느낌이 다 다르거든, 그게 진짜 고민이야. 내가 디자인을 열심히했는데, 비용적인 이슈로 구현이 안되면 너무 슬프지.

그래서 어떤 가격대에 설정된 제품인지 디자인 시작할 때 알고,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치게되는 것 같아. 이거는 슈링크(수축필름)로만 되겠구나, 그럼 디자인에 이러한 제한이 있겠다 라고 스스로 가지를 치고 접근하게 되었어.


지금 디자인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어요? 가이드가 넘어오고?

 크게 나누면 화장품의 경우와 생활용품의 경우가 갈릴 것 같네.
화장품은 보통 브랜드별로 담당 디자이너가 있어. 담당 디자이너가 마케터랑 조율해서 일을 진행해. 장점은 한 디자이너에게서 통일된 브랜딩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이지.
 
생활용품의 경우는 좀 달라. 업무가 너무 많다보니 딱 담당을 정해서 진행하기 힘들어. 마케터가 디자인가이드를 파트리더에게 보내면 파트 리더가 일을 배포하고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별 장/단점을 고려해. 그럼 정해진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함께 미팅을 진행하면서 큰 방향성을 통일하고, 세부 디자인은 나눠서 진행하게 돼. 굵직한 디자인에 강한 사람은 세제, 뭐 이런 식으로.
 
방향성 정하는 과정을 좀 더 설명해 보자. 알아야 할 것은 가격대/출시 시점/컨셉/타겟 등이야. 내가 쓸 수 있는 리소스부터 알고 일정을 조율하는 거지.우리 회사는 이 과정에서 일정이 많이 빠듯한 편이야. 시작하고 나면 2주 정도 후에 1차 시안이 나와야 하거든…


그러면 항상 같은 절차로 진행이 되는거에요

Top-Down이냐 아니면 반대냐로 일이 진행 돼. 후자의 경우부터 얘기하자면, 1주일 정도 자료조사를 하면서 방향성을 여러개 정해. A, B, C 이런 식으로. 그럼 이 중에 선택해서 심화시키지. 선택의 폭을 넓히고 그 중 집중을 하는거야.
 
다른 방식으로는… 애초부터 마케팅과 미팅을 해서 방향성을 A로 정하고, 한 방향성 아래 다양한 시안을 가지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기도 해. 이러면 디자인 팀 내부에서 작업 및 보고를 하고, 2주 데드라인이 다 될 때 즈음 마케팅 팀과 다시 확인을 하지.
 
이런 방식들로 일이 진행 되는데, 한 번에 한 프로젝트만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어떤 프로젝트는 방향성부터 정해야 할 때 다른 하나는 마무리 되어 갈 때도 있고.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시점이지. 브랜딩도 해야 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마케팅 팀과도 최종 OK 사인이 나면, 이제 CEO 보고까지 가는 거야. 그 이후로는 ‘교정’이라는 프로세스야. 디자인 시안이 양산될 수 있는지 사양을 뽑아보는 절차. 시제품/ 샘플을 뽑는 거야. 주로 거래하는 교정집에 디자인 데이터를 주면 샘플이 나와. 샘플 보고 괜찮다 싶으면 이제 개발팀에 보내고. 내가 맡는 일은 여기까지야. 디자인 샘플하고 특이사항에 대한 노트까지 개발팀에 보내주는 거지. 


 


Disclaimer
Up(業)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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