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연구소, 6년차, 남자
오늘 만날 취재원은 인터뷰이에게 조금 특별하다.
큰 회사의 연구원으로 있을 때 알기 시작해서 같이 프로젝트도 해보고, 이후 창업을 하기 까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살 지 고민을 함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요즘 전도유망한 직업을 뽑자면 개발자가 빠질 수 없고, 초등학생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세상이다.
그런 개발 기술을 가진 인력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 중, 첫 선택이 연구 개발직이었던 한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몇 년 일하다 나온거지?
6년차에 나왔지. 만 5년 2개월 일했고! 경제, 전자 등 이런저런 분야의 사람들을 다 모아서 차세대 스마트폰을 만드는 연구소 TF(Task Force)가 꾸려졌어. 초반에 7-80명으로 시작했는데,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200명까지 늘어난 큰 조직이 됐지.
그러다가, 연구소 실적이 처음 계획 처럼 나오지 않으면서 조금 힘들어 졌던 것 같아. 각 사업부가 제품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에어컨 사업부, TV 사업부 이렇게 말이야. 그런데 우리가 진행하는 ‘스마트폰’은 각 사업부 입장에서 봤을 때 목표도 아니고 실적에도 영향이 없으니까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어. 그리고 연구소 측도, ‘사업부에서 뭘 알겠어?’ 라는 식으로 나오니까, 이래저래 갈등도 많고 문제가 많았어.
그럼 몇년차에 TF로 간거야?
연차로 치면 2년차 말이었던거 같아. 그 뒤로 여기 쭉 있었고.
연구소 라이프는 전반적으로 어땠어?
연구소는 전반적으로 룰이 없어. 우리 회사의 경우 오래 걸려도 좋으니까 연구 실적을 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회사에 있었어. 그래서 그런지 내가 입사했을 때도 천천히 배워가면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있더라고.
처음 연구할 때 예를 들어줄게. 티비 소프트웨어 만드는 일을 했었는데, 당시 연구실의 목표는 기존의 티비 소프트웨어를 스마트 티비 전 단계의 웹베이스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일이었어. 그때 회사에서는 구성원들에게 공부도 시켜주고, 천천히 배워가면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었어. 기본적으로 연구소는 공부를 많이 시켜. 스터디 그룹하면 밥도, 책도, 강사료도 무제한으로 지원해주는 등 스터디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어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지. 신입으로서는 되게 좋았어. 공부할 시간을 진짜 많이 줬거든.
아, 급하게 일부터 시키지 않고?
응응
근데 오빠 석사부터 하고 온거잖아, 그럼 전공에 맞게 뽑는거 아니야?
응 그렇지 전공 따라서 뽑지.
서류면접 이런건 다 똑같은데 기술면접을 할 때, 면접 오기 전 날에 통보를 하는거지. 어떤 연구소에 갈 수 있는 지 몇 개의 안을 주고 그 전에는 개인이 1지막, 2지망 이렇게 알아서 지원해. 나로 치면 네트워크 쪽, 소프트웨어 쪽 등을 말씀해주셨어.
면접 이후로는 어떻게 배치되는데?
면접 당일엔 각 지원자가 회의실이 5개가 있으면 각 회의실에 들어가. 그리고 나한테 관심 있는 각 연구소 사람들이 오면, 그 사람들이 내 이야기, 그러니까 내가 전공 분야 논문썼던거, 프로젝트 했던 것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나를 뽑고 싶은 연구소에서는 나한테 동그라미를 치는거지. 얘 뽑고 싶다고. 그러면 나중에 연락이 와. 어디어디에서 나를 뽑겠다고 했는데 넌 어디를 가고 싶니? 이렇게.
근데 나도 모르잖아. 어느 연구소가 좋은지 (ㅎㅎ) 그래도 일단 하나를 고르고, 임원 면접을 봐. 그리고 그 임원이 오케이 하면 뽑히는거지.
그럼 안에는 레벨이 어떻게 돼? 다 석박사들인가?
응응 학부졸업자는 없고 다 대학원 나온사람들이야. 최소 석사이고 박사는 과장급으로 들어가고.
그럼 안에서 동일한 레벨로 일하지 않겠구나?
사실 큰 차이 없게 일한다고 봐야해. 박사가 직급이 좀 높게 시작하긴 하지만 일하는건 비슷비슷하달까?
그리고 안에서 직급체계는 다 연구원이 다 붙어. 주임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런식으로. 그리고 독특하게 연구임원이라는게 있는데, 연구만 할 수 있는 임원같은 거야. 임원하면 사업을 신경써야 하는데 연구만을 위한 임원을 만들자 해서 만들었어.
약간 교수님 같은데?? 느낌이??
응 그런데 이걸 위에서 어떻게 써먹었냐면, 나의 충실한 부하인 쟤를 임원을 시키고 싶은데 티오가 없는거지. 그러면 연구임원으로 보내고 그랬어. 원래 그러라고 만든게 아닌데, 연구 실적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앉혀놓고 그런 느낌? 대통령 되면 자리 하나씩 주는 것처럼 말이야.
물론 원래 의도대로 연구위원이 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드시는 분들도 계셔.
그럼 프로젝트들은 어떤 단위로 이뤄졌어? 개인단위는 아니었겠지?
그치 혼자 하기 어려운 단위의 주제가 많았어. 다 팀 프로젝트로 이뤄졌어. 위에서 연구주제가 내려오면 그거에 따라 팀을 짜고 연구를 하지. 어떨 땐 bottom up으로 올라가기도 해. 한달에 한 두세번씩 아이디어 내는 자리를 만들어서 그걸 모으고, 특허도 내고.
우리회사는 참 특허에 집중했어. 그 당시에 기술력을 증대시키려고 특허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특허 내는걸 장려했었지. 사업부는 정신이 없으니까 연구소에서 특허 관련 일을 많이 했었고.
나도 그런 일을 했는데, 변리사랑 특허 낼 것들 다 준비하고 팀 회의를 주관해서, 변리사한테 피드백 받고, 가능한건 진행하고~
그럼 연구소를 사업부랑 비교해서 한번 이야기해줄래?
같이 일을 하는데, 차이가 뭐냐면, 사업부는 사업의 A부터 Z까지 전체를 총괄해. 제품을 만드는 것부터 파는것까지 전부를. 그런데 시즌마다 주기적으로 제품이 나와야 하니까, 스케줄이 굉장히 빡빡하게 짜여져 있어. 이 다음년도 플랜까지 이미 다 있는거지. 그런 계획된 스케쥴에 사업 진행상황을 맞추는게 사업부의 임무야.
그래서 다른 걸 못보지. 지금 6월이면 9월에 이 제품 나와야 하니까 그때부터 미친듯이 만드는거야. 이때 연구소를 포함한 유관부서를 다 불러 모아 회의를 해. 우리 같은 경우에는 사업부와 새로이 개발된 것을 제품화 할 지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어. 새로 개발된 것들이 있으면 그 중에 사업화 할만한 것을 골라서 양산화할지 말지에 관해서. 그렇게 양산을 시작하면 아이템 외 만든 연구원도 따라 보내는 거지.
이때 사업부에서 탐낼만한 인재다 싶으면 자기들이 데리고 있으려고 하지. 여기서 같이 일 안할래? 이렇게. 무튼 양산을 시작하면서 제품 양산하는 공장 옆 기술원에 연관된 사람들이 다 모여 합숙하며 제품 나올때까지 일을 하지. 그래서 이런 타이트한 일정에 늘 시달려야 하는게 사업부야.
반면 연구소는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일 한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여긴 실적이 잘 안나. 연구도 실적이 나와야 하는데 ㅎㅎ
연구소의 실적은 뭐야?
이게 진짜 애매해. 특허를 냈다 이러면 특허 실적을 내주긴 하는데, 이건 사이드 실적으로 들어가고. 메인 실적은 연구소에서 제품화 된 것이 가장 크지. 그래서 아무리 연구를 해도 그게 제품으로 양산이 안되면 실적 관점에서 무슨 소용인가 싶지.
단계를 나누면, 예를 들어 내가 특허가 두개다. 그리고 다른 친구는 녹음기랑 계산기를 만든 애다, 그리고 이 사람이 낸 제품이 잘 팔린다고 하면 그걸 실적으로 더 쳐주는거지. 내가 특허 두개 낸 것 보다는 더 좋게 인정해주는 편. 그러다 보니까 연구소가 사업부랑 친하려고 하고 사업부가 원하는거 만들어 주고 하다보면 특허를 만들고 멀리 내다봐야하는 연구소 원래의 방향성을 약간 잃어버리기도 하는거지.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야.
어렵다. 연구소의 입장을 생각하면 연구를 쭉 해나가는게 중요한데, 전체 회사 입장으로 보면 또 이익 창출도 중요하니까. 상용화 되어서 돈을 버는거.
사실은 미리 2-3년 앞을 준비해 놨다가, 그 후에 신제품 만들 때 딱 만들어 놓은거 쓰고 이러면 좋은데. 그게 안되고, 그때 그때 당장 하고 있는 걸 녹여내니까....
다시 말해서 버퍼를 2-3년씩 주는게 전체적으로 가장 좋은데.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문제점이랑 비슷해 보이네. 쪽대본 받아서 찍고 이런거. 오빠는 그럼 다른데서는 일을 안했나?
정규직으로는 안했지. 대신 미국에 있을 때 인턴? 같은건 많이 했어.
어떤 데서 일했는데?
어떤 데서 일했는지는 Part 2 [ 대기업 연구소는 어떻게 연구할까 ]에서 이어집니다.
Up Side의 인터뷰는 개인적 경험 및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특정 회사의 상황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