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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Sep 16. 2016

R&D/신소재 | ① 나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원이다

R&D연구소,6년차, 여자




오늘의 인터뷰는 업사이드 필진에 새롭게 합류한 공돌이가 어렵게 어렵게 모셔온 글자 그대로 뼛속까지 이공계인의 이야기이다.


인터뷰이와 필자가 함께 아제로스를 탐험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필자가 현실세계에 적응 못하고 방황하던 사이에 그는 벌써 6년차 회사원이 되어있었다.


과를 정하는 순간 이미 진로가 어느 정도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공대생!


공대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소재개발자 - Part 1. 시작.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이공계 전공으로 졸업하고 관련 계열 회사를 다니고 있는 회사원이고, 개발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


먼저 내가 왜 이 전공을 택하게 되었는지부터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내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에 화학 계열이 나한테 제일 잘 맞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과 분위기도 힘들지 않고 괜찮다고 하고 사실 무엇보다 학부 때 배우는 내용이 재미있어보여서… 그래서 재료공학과를 선택했어. 그리고 취업이 잘 된다는 얘기도 있었거든.


 그런데 대학원 다니다가 막상 '아, 취업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알아보니 어느 회사의 어느 부문에서 내 전공을 필요로 하는지 알기도 어려웠지만, 대부분 필요하다고 내거는 전공이 화학과, 전자과, 기계과가 많긴 많아서 뒤늦게 좀 아쉬웠어. 그래도 선택의 폭이 많이 좁지는 않았어.


위에서 얘기한 전공계열들보다 심화도가 떨어져서 그렇지 분야로서만 보면 커버는 할 수 있었거든. 다만 핵심적으로 일하기에는 내가 익힌 지식이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들어서, 좀 더 내 전공과 관련성이 확실한 사업을 하는 회사를 찾게 되었어.  그러다보니 후보군이 많진 않았어. 지금 회사는 화학계열의 소재 회사이고, 소개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들도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리고 출퇴근하기에 집하고 거리도 가까웠고...



출퇴근 이야기가 나온김에 출근부터 퇴근 까지의 하루 일과를 간략히 알려줘.


출근하면 같이 일하는 파트에서 오늘 할 일을 다같이 체크하고 업무를 나누어 시작하지. 중간에 새로 들어오는 요청이나 변동사항이 있으면 바로 공유하고 업무를 재계획하기도 하고. 부서 회의가 있는 날도 있고. 화학 계열의 개발 부서이다 보니 거의 모든 업무는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결과를 정리하고 보고하는 형식이지




요즘 추세를 보면 많은 경우 재료과(신소재과)나오면 반도체 계열을 선택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사실 대부분이 반도체 계열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야, 회사로 취업하는 경우에 그런 경우가 좀 많은 거고, 재료과에서 다루는 분야가 화학공학쪽이나 바이오, 에너지(배터리 같은) 쪽으로도 넓은데, 이런 쪽은 대학원이나 연구소 쪽으로 진출해서 계속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내가 학교 다닐 때 반도체쪽을 별로 안 좋아했어,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신소재과는 보통 커리큘럼이 어떻게 되지? 내가 아는 신소재과 사람들은 반도체쪽 수업만 하루종일 들었다고 하던데.


뭐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 학부 강의 내용이 전자기, 금속, 세라믹, 바이오, 고분자 그런 식으로 다양한 분야의 개론 같은 것들이 많았어. 반도체에 관련된 수업의 비율이 좀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은 나도 했어. 고학번이 되고 대학원 수업까지 듣게 되면 좀 더 미래지향적이거나, 구체적이거나, 심화적인 과목들이 다양했지. OLED에 관한 과목도 들었고, 나노물질에 관한 것도 있었어.



그럼 석사때는 어떤걸 했었어?


카본나노튜브(탄소나노튜브, carbon nanotube, CNT)와 그래핀(graphene) 같은 탄소물질 연구




그게 지금 다니는 회사랑 연관이 있나? 뭐 먼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 감각으로 생각해보면 카본나노튜브는 약간 반도체 내지는 전기쪽이랑 친해보이는데.


CNT나 그래핀이나 그런 물질들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탄소로 이루어졌는데 특수한 구조 때문에 전기적 특성이 좋아서 활용할 구석이 많았고, 또 그런 특성을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해 물질 자체를 개선시키는 연구도 많았어. 당시에는 카본나노튜브보다도 거기에서 파생된 그래핀이라는 것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활발했는데, 투명 전극, 플렉시블한 투명 디스플레이같은 데 적용하는 것이 특히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


나는 박사 진학을 하지 않고 취업을 하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학교에 리크루팅 온 회사 부스가 있으면 찾아가서 면담을 했지. 그 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CNT에 관한 연구 내지는 개발을 하는 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어. 사실 취직 할 수 있을까 어떨까 걱정도 되고 내 나름대로는 슬럼프였는데 나를 필요로 할지도 모르는 회사가 있다고 하니까 관심이 생겼었지.


그런데 나는 특별히 '꼭 그 곳으로 들어가서 그 팀에서 연구를 하겠다!' 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 면담을 하면서 '이공계 전공들이 회사에선 이런 저런 일들을 하는구나. 그럼 아무튼 일단은 회사에 들어가보자!' 라고 생각한 거지. 사실 (실험하다가 고생을 좀 하다보니) 좀 질리기도 하고... 다른 쪽 일을 해보고 싶긴 해서. 어,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대답을 하자면 나는 지금 전혀 연관없는 일을 하고 있어.



그럼 궁금한게. 회사에 들어가서 했던 (하는)일 하고 원래 너가 하고 싶던거랑은 잘 맞는 편이야?


음…. 너도 회사 다녀봐서 알겠지만 회사라는게 너가 뭐 하고싶다고 해서 반드시 그걸 시켜주는 것은 아니야. 가능하면 개인의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곳으로 보내긴 하지만, 아예 세부적으로 깊게 관련된 게 아니면(특히 학부나 석사 졸업생들은 이수한 전공의 심화도가 박사 졸업생이나 경력직보다는 적은 게 사실이기 때문에) 적당히 인원이 필요한 부서에 배치하는 일이 많을 거야.


그리고 나 자체도 어차피 회사에서 할 업무는 그동안 공부했던 것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 주어지든 새로 시작하고 익힌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는 부서별로 오리엔테이션한 후에 각자 관심있는 분야 희망순위를  적어 내기도 했어. 그 때 나와 내 동기들은 대부분 관심있다는 의견을 얘기한 쪽으로 배치를 받았어.



그러면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탄소튜브로 전공을 정한 이유는 있어?


 대학원 들어가본 사람은 이런 질문을 안 할텐데 ㅋㅋ 교수님이 하라고 한거지. 그 연구실의 연구 내용들이 전체적으로 관심있어서 들어간 건 맞지만... 정말 하고 싶어서 딱 정하고 얘기하고 들어간 게 아닌 이상 보통 교수님이 연구실 연구 분야들 중에 추천하는 것으로 정하게 됨.





하긴 그 시절에는 탄소나노튜브가 진짜 뭔가 마법같아보이고 신기하긴 했지. 아무튼 석사 연구 주제 때문에 회사를 정한건 아니네. 어떤 이유로 정한건지 좀 궁금한데 혹시 알려줄 수 있어?


아 그게 지금 다니는 회사를 정한 이유는 사실 뭐 별건 없어. 이쪽 분야에 관련된 회사면 업무는 다 비슷비슷할거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 중에서 수도권에서 일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았어. 지방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고, 집에서 출퇴근이 너무 불편하지 않았으면 했고. 또, 재료공학과라는 게 화학과 전자 두 분야에 잘 걸칠 수 있는 전공이었는데 나는 전자 쪽 보다는 화학 쪽이 더 친근(?)해서 화학 계열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지.



그럼 A사가 아니라 B사를 선택한 이유는 뭐야?


아.. 그건 위에도 말했듯이 전자 계열보다는 화학 계열로 가고 싶었고, 그 외적인 이유로는 근무 강도 때문이야. 아무래도 A사는 빡세다는 이미지가 있었으니까. 돈보다는 시간이 좀 더 여유있는 걸 원했어. A사보다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집에서 더 가깝기도 했고.



그런데 그런 정보들은 어디서 얻었었어? 근무강도라던지 하는 일이라던지, 사실 공대생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별로 안하는 경우가 많고, 선배들이나 친구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잖아?


음.. 사실 난 정보를 많이 얻지 못했어. 우리 학교는 취업하는 사람이 많지가 않고 우리 과도 사람이 많지가 않고... 개인적으로 인터넷 취업 까페에 가입해서 알아보기도 하고, 리크루팅같은거 열심히 가서 학교에 온 선배한테 여러모로 물어봤었지. 그때 찾아왔던 선배가 자기는 칼퇴근도 자유자재로 한다고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개발하다가 영업마케팅이나 기획으로 직무를 변경할 수 있다고도 해서 그거에도 끌렸었고.



직군전환 기회가 있구나. 신기하네? 근데 개발자가 영마나 기획에 필요한건 알겠는데, 반대는 어때? 전체적으로 직군 전환 기회는 좀 많이 있는 편이야? 너는 바꿔보고 싶어?


음, 일단 영업이나 마케팅에서는 기술 아는 사람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 개발자 출신을 좋아해. 일이야 배우면 되니까.


그래서 회사 내에서 가끔 어느 직군 어느 부서에서 사람을 구하는 공지가 올라올 때가 있는데(직군 이동 가능), 영업/마케팅, 기획 쪽에서 요구 조건을 보면 'OO아이템 개발 경력 O년 필요'같은 것도 있어. 반대 경우는 사실 있을 수가 없지. 개발자라는 것은 (우리 회사는 이공계 전공자들이 개발을 하게 되니까) 오로지 이공계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직군이기 때문에 원래 전공이 이공계와 무관하다면 올 수가 없어. 특수한 경우라면 원래 개발직군이었다가 다른 직군으로 옮겼던 사람인 경우? 여건이 된다면 다시 개발로 올 수도 있을거야.


나는 취직할 때는 개발에서 경력 쌓으면서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좀 높아지면 다른 직군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요즘은 그래도 개발직군이 업무도 더 재미있고 분위기가 좀 더 자유롭지 않나 싶어서, 잘 모르겠어.



그러면 만약 학부생때나, 석사때로 돌아간다고 하면 그래도 다시 이 회사에 취업을 할거야?


Part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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