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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p Side Sep 18. 2016

R&D/신소재 | ② 아무거나 연구하고 개발하는건 아냐

R&D연구소,6년차, 여자

소재개발자 interview- Part. 1 https://brunch.co.kr/@upside/68



소재개발자 - Part 2. 시작.




학부생때나, 석사때로 돌아간다고 하면 그래도 다시 이 회사에 취업을 할거야?


 나는 지금 회사가 엄청 좋거나 나쁘거나 하지가 않아.사실 회사를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 보다 팀이나, 프로젝트때마다 만나는 고객사가 어떠냐 또 그 고객사 내에서도 어떤 팀이냐에 따라서 바뀌는게 훨씬 큰 것 같아서, 잘 모르겠네.



음.. 김빠지는걸 ㅠㅠ 그럼 회사에서의 일과라던가? 프로젝트? 그 프로세스를 간략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


이건 회사마다 좀 다를텐데 뭐라고 해야될까, 고객사에서 어떠한 사업 계획을 가지고 우리 회사에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경우 고객사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과제가 주어지는거로 시작이 되지. 

보통은 사업성 검토도 하고, 이 프로젝트의 리드타임같은 것도 검토도 해 보고, 관련 특허도 확인을 해보지. 그리고 지금 수준이나, 앞으로의 고객사 요청에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 기본적인 확인을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를 수행해보기도 해.


고객사가 원하는 데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통상 거기에 맞춰서 기간을 잡고 개발을 진행한다고 보면 되는데, 고객사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재료들을 모으고 있는 중일거잖아? 그러니까 고객사가 제품 출시하기 훠어어얼씬 전에 우리가 개발을 끝내서 걔네가 원하는 테스트를 다 통과하고 원하는 물량을 맞춰서 갖다줘야겠지? 결국 이런 과제는 대부분의 과정이 고객사의 일정과 연계가 된다고 볼 수 있지.



그래도 통상 얼마 정도 걸린다 그런게 있을거아냐


아냐 없어, 고객사 일정에 맞춰서 진행하다보면 예정보다 빨리지기도 늦어지기도 해.  그런데 아이템마다 다르고 과제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서 일반적으로 어떻다고 말  하기가 애매해.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나같은 경우는 프로젝트 기간이 1~2년이면 일반적인 것 같아. 전에는 다른 부서에 있었는데, 그 때 개발하던 아이템은 3년정도 했었어. 양산까지 다 했는데 오래 팔지 못하고 단종되었단 얘기를 듣고서 좀 슬펐지만.







그럼 너네 입장에서 만들긴 만들었는데 단종된건 실패야? 단종되거나 그러면 막 좌절하고 그러는게 있어?


어.. 제품 출시를 했는데 단종이 된 건 개발 실패는 아니고 그냥 매출이 없어진 거지.

 고객사가 원하는대로 A라는 제품을 만들어서 가져다 줬으면 그 제품이 재료로 들어간 고객사 상품이 추후에 어떻게 되었는지와 관계없이,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은 가져다준거잖아? 그럼 개발한 입장에서는 실패는 아닌데, 다만 회사는 사업을 하는 조직이다 보니 매출이 없어지거나 줄어들면 당연히 경영 면에서 좋지 않아. 내가 좌절(?)하지 않고 괜찮다고 하는 건 순수하게 개발자의 입장에서 '개발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에 관해서야.



그래도 개발하는 부서가 매출목표라던가 그런게 없을 수가 있나? 연구랑 개발은 다른거잖아


그렇지 연구는 좀 미래를 바라보고 하는거고 꼭 어떤 성과물이 안나와도 되긴 하는거지만, 매출을 내야하는 개발팀의 입장에서는 꼭 산출물이 제때 나와야 되지.


매출 목표에 관해 얘기를 하자면... 현재 시장 상황과 앞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규모를 보고 판단을 내린 경영 관련 부서에서 그 해의 경영 계획을 짜겠지. 개발 부서는 예정된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개발을 잘 하는 것이 주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어떤 시장이 있는지, 계획이 대충 어떤 규모인지는 개발 부서와 영업/마케팅 등 유관부서가 같이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하지 않나 싶기는 하지만, 내 직급이 거기까지 가진 않으니 자세한 건 모르겠어.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때나 가장 보람되었던 기억들은 어떤거야? 


고객사가 뭐 요청을 하면서 내일까지 주세요 라던지 월요일 아침에 주세요 이런식으로 납기를 짧게 줄때? 그게 제일 힘들고 제일  뿌듯할 때는 역시 개발한 결과가 어느 정도 목표를 만족하기 시작할 때? 생각보다 금방 성공할 때?


음… 이게 얼마나 신나는지는 잘 이해가 안될 수도 있겠다.



응? 고객사에서 원하는 결과는 당연히 성공 시켜야되는거 아니야?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


응??? 어떻게 모든 개발이 성공해. 개발이 실패할 때도 있지 당연히. 안 되는건 안 되는거지.


물론,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




…. 그래도 되는거야?  매출 목표 이런게 없어?  실패하면 돈은 누가 벌어


아 그러니까 아이템이 하나만 있는게 아니니까. 아이템의 종류도 한 두가지가 아니고, 한 아이템에도 grade가 한 두가지가 아니야. 이미 개발에 성공해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아이템들도 있을 거고, 또 신규로 개발하는 것들 중에 그 모든 아이템이 실패하면 안 되지(그러면 회사 망해...). 단순히 아이템, 아이템, 이라고 표현을 하니까 감이 잘 안 잡히나 본데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유니클로에서 파는 물건들의 종류는 여성의류, 남성의류, 아동의류, 그리고 그 안에서도 속옷, 상의, 하의, 모자, 양말, 기타 악세사리 등등.. 많은 항목으로 나누어지겠지. 만약 유니클로에서 히트텍을 열심히 개발하다가 실패했다면? 다른 옷들 팔리고 있으니까 망하지는 않잖아. 그리고 다른 옷들 팔아서 벌고 있는 돈으로 또 다른 것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겠지.



그렇구나. 그럼 너는 개발 업무는 언제까지 하고 싶어? 아까 마케팅이나 기획도 관심있다고 했었고, 또 개발 업무도 싫지 않다고 했엇잖아, 그나저나 관리직이라는게 따로 있나? 우리나라 R&D는 개발 경험 좀 생기면 관리자 되서 정치해야되고 그런 인식들이 좀 있잖아? 


내가 꼼꼼하게 처리하는 면은 좀 있는 것 같은데 공학 쪽의 능력? 재능? 그런게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조금 가지고 있어서, 좀 불안해. Staff 업무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직군 전환 공고가 뜨면 관심있게 지켜보는 중이긴 한데, 아직까지는 확실히 옮겨야겠다는 결심은 안 서

음 그리고 관리자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모르겠는걸, 개발일정 관리나 고객사 대응을 과장급 이상부터 서서히 하게 되는데 이분들이 다 실무(=몸 쓰는 일)를 안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실무에서 손 떼고 관리만 들어가는 자리를 얘기하는거라면 그룹장님 정도 되려나, 흠…. 그리고 내가 정말 무심해서 그런가, 나는 우리 나라 R&D에서 경험 좀 생기면 정치해야 한다는 인식은 없었어서 생각 안 해봤는데.



그럼 마지막으로 너네 회사나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어? 


진로를 연구 개발쪽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일을 정말 하고 싶은지 잘 할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해보기를 권하고 싶어. 내가 대학원 다닐때 우리 대학원 오려던 사람의 진로상담 같은걸 해줬던 적이 있는데, 그 분은 고민하더니 결국 의전을 가셨더라고(내가 의전을 가라는 얘기를 한 건 아니야).


아무튼 나는 이 길이 가다보면 스트레스를 좀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느 길이나 그렇겠지만... 자기가 연구라는 길에 잘 맞는지 생각을 좀 해보는게 맞다고 생각해.  


아 그리고 회사에서 리크루팅 많이 올텐데, 그런거 귀찮다고 무시하지 말고, 꼭 가보는걸 추천하고 싶어. 가고 싶은 회사가 아예 없으면 뭐 그건 할 수 없지만 관심있는 분야가 있으면 선배들한테 회사 생활은 어떤지, 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가 있잖아?  회사에서도 좋은 인재가 필요해서 학생들 만나서 설득하려고 리크루팅을 오는거니까, 적극적인 자세로 상담하면 궁금한 건 많이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소재개발자 - Part 2.  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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