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서비스 판매업, 여자, 2년 (퇴사)
제 1 금융권, 제 2금융권, 제 3금융권... 우리는 금융권들을 그루핑하여 부르지만 막상 그 실체에 대해 명확히 아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랬다. 지난번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사한 분을 인터뷰 (https://brunch.co.kr/@upside/14)했지만 여전히 은행업은 낯설기만 했다. 특히나 은행 이용을 잘 안하기에 은행업을 추상적으로만 받아들였다.
여기에 더해 무수한 광고와 함께 핀테크/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많이 두려 한 제 1 금융권에 대비되어 필자에게 제 2금융권은 더 낯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던 찰나 퇴근길에 고등학교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제 2 금융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창 시절 부터 솔직했던 친구는 가감없이 제 2 금융권, 특히 신협의 민낯을 얘기해주었다.
최대한 그 곳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애기해준 친구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인터뷰를 시작한다.
오랜만이야 (웃음) 되게 잘 일하고 있는 줄 알았었는데 퇴사했다고 해서. 너가 A시 신협에서 일했다고 했지?
응응 딱 2년 일했어.
할 말이 많겠지만 일단은 실제 거기서 했던 일에 대해서 얘기해줄 수 있어?
신협에서 업무 형태를 나누자면...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은행업 특성상 여신과 수신으로 나뉘는데, 보통 여자들이 수신에 투입돼. 그래서 나는 수신 업무를 맡았고, 여기에 더해서 팀 업무를 봤어.
팀 업무?
응응. 수신이 은행 업무 시간에 창구에 앉아 조합원을 받는 거라면(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주로 조합원님이라고 불러) 팀 업무는 업무 시간 이외에 (수신)에 카드, 공제 (보험) 등 신협 중앙회에서 각 조합으로 할당되는 사업 목표 치에 대해서 직원들에게 실적을 배분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사업을 진행하는일이야.
이외에도 협동조합이다 보니 조합원을 위한 행사가 많아 각종 행사를 계획하고 사전답사도 하고 진행하는일을 하지(웃음).
내가 신협 구조를 잘 몰라서 그런지 생소한 용어들이 많다. 설명 좀 해줄래?
응응. 그러려면 신협 시스템에 대해서 알아야 해. 신협은 협동조합으로 공동유대에 속한 사람만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예를 들어 내가 근무하던 곳 기준으로 하면 공동유대가 A시에 거주하거나 A시에 직장, 사업장이 있는 사람들이야.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조합원으로 가입을 할 수 있어.
아무튼 그러면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수 있는데, 조합원이 되면 실질적으로 해당 신협의 주인이 된다고 할 수 있지.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주식 수 만큼 분배받지만(?) 신협은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1인 1표 동등한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조합원이 되면 신협의 주인으로서 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고 1년 사업성과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오 그렇구나. 그러면 주주총회같은 개념도 있는거야?
응응. 일년에 한 번씩 총회를 하는데, 여기서 임원들 선출하고, 이익금 처리 방법에 대해 논의도 하고 배당률도 정하곤 하지. 물론 이익이 많이 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협동조합이다 보니 이익보다 어떻게 하면 조합원에게 돌려줄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한 거 같아.
이제 이렇게 자산이 형성되면 형성된 자산 규모, 직원수 등 내부 기준에 따라 실적을 중앙회에서 배분해줘. 그것을달성해야지 경영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거지. 내가 다니던 신협이 좀 규모가 있는 편이어서 그런지 그런 평가 지표에 신경을 더 썼어.
그렇구나.. 그러면 아까 카드, 공제 등 얘기했었는데 어떤 것들이 실적에 해당 돼?
우선 공제 (보험)가 있어. 신협에서 만든 보험을 판다고 보면 될 것 같아. 이게 달성하기 가장 힘든데, 실제 이거 (보험 판매) 때문에 제 2금융권이 제 1금융권보다 빡세다고 하더라고.
그 다음에는 카드. 내부적으로는 체크카드가 있고, 외부적으로는 우리랑 제휴한 카드가 있고. 나 같은 경우에는 현대카드를 팔았어.
상조 역시 마찬가지로 제휴 상조를 팔았는데, 우리는 재항군인회를 팔았어.
아 방카슈랑스 (편집자주: 은행과 보험회사가 제휴를 맺어 은행에서 보험사의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것. 보험사는은행의 전국적인 점포망을 통해 판매채널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 은행으로서는 각종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음)랑 비슷하구나.
응응 그리고 조합원 관리도 해.
아까 말한 것처럼 우리는 조합원들이 주인이고 중요하다 보니까 우리 같은 경우 조합원들 관리하는 기획팀이라는팀이 아예 하나 존재했었어. 여신팀, 사업팀, 기획팀 이렇게 세 개 중 하나니까 꽤 중요한 비중이라 봐도 되지.
조합원 관리 할게 있어?
응응 등산가야하지, 여행가야하지, 봉사활동 해야하지 (웃음)
이해가 잘 안된다 솔직히. 일반 회사들은 주주들한테 그렇게 하지는 않잖아. 회사 정보에 대해서 공개해줄 의무만가지는거지.
신협은 전국 단위가 아닌 단위조합으로 운영이 된다고 보면 돼.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해야할까나. 자산에 대해서도 독립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쉽게 말해서 ㅇㅇ 신협이라고 앞에 이름이 다르면 다 다른 신협인거야.
그래서 우리가 하는 등산, 여행, 봉사 활동 등은 기업 관점에서 냉정히 보면 고객 관리하는 거라 보면 될 것 같아.실제 여행 때문에 가입하는 사람도 있어. 그리고 조합원인 지역민들이랑 밀착해야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여담인데, 신협 끼리도 잘 보면 그래서 금리 같은 우대 조건들이 다 달라. 예금보험공사에서 은행별로 예금자 보호5천만까지 해주잖아. 신협은 독립적인 조합들의 모임이라 조합단위로 적용이 돼. 참고로 예금보험공사에서 해주는건 아니고 신협중앙회에서 예치금으로 해주는 거지.
신협은 신협이지만 A 신협에도5천만원, B신협에도 5천만까지 보호되는거지. 그래서 이거 아는 사람들은 다 분산시켜서 투자해놔. 신협마다 5천만원씩 해놓고 2금융권이 1금융보다 금리가 높기도 하고 세금혜택도 볼 수 있으니까. 너도 참고해 (웃음)
그래서 기획팀에서 어떤 행사를 기획하면 우리도 팀 업무로 동원되기도 해. 플랜 카드 만들고, 다음 날 여행간다이러면 장봐오고, 과자 배분하고 가끔 휴일에도 나가기도 해.ㅠㅠ
오... 이제 큰 틀에서 신협이 어떤 곳인지 이해된 것 같아. 다시 너의 업무로 포커싱하면 너는 수신 업무를 했던 거지?
응응. 지점에서 수신을 보는거지. 출납을 보면 자동화기기도 관리하게 되고.
수신 업무를 했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말이야? 예전에 기업은행 다녔던 지인 인터뷰 했던 적이 있는데, 사실 명확히 상으로 떠오르지 않아서.
예금 받아주고, 만기 처리해주고, 통장개설해주고, 체크카드 해주고, 전자금융 가입해주고, 아까 말했던 실적 달성하기 위해 상품 팔고...
일반적으로 내가 은행에서 하는 업무들을 생각하면 되는거네
응응 창구서 너가 했던 업무들 떠올리면 될 것 같아.
사실 나는 창구가서 딱 할거만 하고 와서 실적에 관련된 업무를 본 적이 없는데, 실적 하는 것이 빡세..?
힘들기는 한데, 솔직히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아. 나는 마음먹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나 해가 갈 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쉽지는 않아.
왜?
상품이 거기서 거기잖아 (웃음) 은행별로 큰 차이도 없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신협의 상품이 다른 은행의 상품에비해 특별하게 좋지도 않다고 생각해. 어찌 보면 평소 많이 거래 하던 동네 분들, 내방 고객분들이 사주는거야.
아 그러네.. 또 동네분들이 고객이다보니 고객 모수 자체도 한계가 있을 것 같고.
응응 그래서 못하면 자기 지인이나 가족에게 팔기도 해.
자기 돈으로 메꾼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자기 돈으로 메꾼다는게 어떤 의미야? 그리고 실제로 자기돈으로 메꾸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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