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은 바쁜 아침이었다. 희건은 회사에서 진행 중인 행사를 놓고 담당자와 가격 조정 건으로 전화하느라 정신없었고, 동주는 쇼핑몰 사이트를 몰래 열어 놓곤 상견례 때 입을 옷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수혁이 조심스레 동주에게 말을 걸었다.
“동주 대리, 완전 빅~ 뉴스. 우리 팀에 오늘 대리급으로 1명 충원된다고 했잖아. 아까 부장님이랑 걸어가는 뒷모습 봤는데 완전 몸매가 죽여.”
그녀는 또 시작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수혁을 힐끔 쳐다봤다.
“그 여자, 작은 회사에 있다가 이직한 거라면서요? 우리 회사 같은 대기업에서 제대로 적응이나 할 수 있을지 몰라.”
“동주 대리, 당신만 괴롭히지만 않으면 어떤 사람이든 다 우리 회사에 적응할 수 있어.”
깐죽거리는 그의 말에 동주는 발끈했다.
“뭐라고요?”
티격태격하는 동주와 수혁. 그때, 어디선가 ‘크음~’하는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둘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둘 사이가 아주 좋구먼! 아침부터 시끄럽고 아주 좋아. 일이 없나 보지?”
“부… 부장님… 그게 아니라…”
수혁이 애써 변명하려 하자, 부장은 손을 저으며 그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는 팀 전체를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팀장이 너무 바빠서 제가 직접 여러분과 함께 일할 분을 데려왔어요. 특히 현장 실무에 아주 능숙하니까, 이 팀에 꼭 필요한 인재일 겁니다. 저기, 김 대리! 이쪽으로 와요.”
부장이 손짓하자, 한 여자가 다가왔다. 수혁과 동주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이내 동주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수혁에게 말을 건넸다.
“저 여자, 몸매만 죽이는데요?”
“일 하나는 참 잘하실 것 같네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새 직원의 얼굴에 수혁은 실망한 얼굴이었다.
“어이, 정 팀장! 충원해달라고 해서 뽑아줬더니, 쳐다보지도 않아?”
전화기를 붙든 희건은 부장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손짓을 했다. 부장은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어?! 부장님. 브랜드 홍보 1팀에도 사람이 새로 들어왔어요?”
평소와 달리 유난히 왁자지껄한 옆 팀을 보며 동주가 말했다.
“맞아. 이쪽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업계 최연소 전문가로 데려왔어. 저 팀엔 정 팀장 같은 브레인이 없었으니, 새로운 친구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거야.”
그때 큰 박수 소리와 함께 남자 사원들의 함성이 들렸다. 새로 온 직원이 막 인사를 한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들뜬 1팀의 분위기에 모두 시선 집중이었다. 희건도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무언가에 홀린 듯 전화기를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겼다.
‘설마…’
희건은 믿을 수 없었다. 남자 사원들 사이로 보이는 저 익숙한 얼굴, 바로 지은이었다. 그토록 잊으려고 노력했던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지은은 희건을 보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정 팀장님. 저 김지은 과장예요.”
“니가... 아니, 대리님이… 아니 과장님이 어떻게 우리 회사에…”
희건은 너무 당황해 말까지 더듬었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다. 잊으려고 노력했고, 조금은 잊어가고 있었다.
“팀장님 말처럼 후회되더라고요. 그래서 경험도 열심히 쌓고, 이런저런 강의도 듣고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도 땄어요. 작년엔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로 상도 받았고요. 만월그룹으로 꼭 이직하고 싶었거든요.”
그녀의 말에 희건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사랑했던 여자가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벅찬 마음으로 겨우 입을 열었다.
“잘 왔어. 지은아.”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