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쉬는 날이라 출근하지 않는 남편, 등원하지 않는 아이, 그리고 늘 쉬는 나까지 셋이 푹 자고 일어났다. 더 자고 싶었지만 엄마아빠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 같이 놀자며 흔들어대는 아이덕에 더 잘 수가 없었던 아침. 그래도, '오분만 더 잘게'스킬을 사용하여 조금씩 시간을 벌어 나름대로의 늦잠을 잘 수는 있었다.
멀리 나가기는 좀 귀찮아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투표를 하고 난 다음, 집 뒷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요즘 등산의 즐거움을 알게 된 나는 종종 집 뒷산을 오르고 있는데, 최근 나만의 등산코스가 생겨 남편에게 알려주고 싶어 함께 가자고 꼬드겼다.
병아리 같은 아이의 당근가방에 등산하며 먹을 사과와 과자, 그리고 아이의 주스를 챙겨 넣고 출발!
조그마한 아이 등에
아이보다 작은 가방의 조화로움.
너무 귀여워♡
금방 투표를 마치고 카페인을 수혈하러 근처 카페에 들렀다. 직장 다닐 땐 매일같이 사 마시던 TAKE OUT 커피도, 일을 다니지 않으니 자연스레 발길이 끊어진다.
오래간만에 프랜차이즈 커피라니. 너무 좋잖아.
집에서 내려먹는 커피도 좋지만
사 먹는 커피도 가끔은 괜찮은 것 같다.
커피도 샀겠다. 이제 스을 올라가 볼까.
도도야 준비됐지?
지난주 산에 왔을 때 반겨주던 만개한 벚꽃들이 금방 떨어졌다. 봄이 왔다며 우렁차게 알려주던 꽃의 화사함이 참으로 짧아 괜히 아쉬움만 생긴다. 20대 초반 대학을 다닐 땐 꽃이 지는 게 빠르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30대가 되니 꽃이 피고 지는 게 찰나 같다. 정말 짧은 순간. 찰나.
꽃은 참으로 금방 피고 그만큼 빠르게 진다.
4살 때의 아이 모습이 부모에게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설마 그럴까?' 하며 넘기던 어른들의 말씀이 요즘에서야 조금씩 이해가 간다. 마음대로 하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떼를 써 실랑이를 하다가도, 화사한 햇살같은 아이의 미소 한 번이면 스르르 풀리는 나.
'아 이래서 어른들이 평생 할 효도를 다한다고 하는 거구나'
찰나 같은 지금의 너를
난 아마 평생 추억하며 살겠지.
벚꽃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는 초록초록한 잎들이 채우고
곧 푸르른 나무가 된다.
분홍빛의 나무와 달리
초록의 나무는 또 그것대로의 '시원함'이 있다.
상큼하고 귀여운 봄 햇살 같은 너는 금방 지겠지만,
또 초록빛의 너의 새로운 잎들은 그 자리를 채워주겠지.
그래서 요즘 아이의 사진을 많이도 찍어댄다.
아이의 지금이 잊힐까 봐 잘 기억해두고 싶은 마음.
소박하고 평온한 일상들을 지금처럼 기록해 두고 오래오래 꺼내볼 거다.
산을 오르는 게 아이에게 고생이 될까 봐 중간중간 의자가 보이면 보이는 대로 일단 앉았다.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먹기도 하고, 몰래 챙겨 온 텐텐을 하나 입에 물리기도 하고, 포도맛의 홍삼주스를 꺼내 시원하게 마시기도 하며 쉬엄쉬엄 오른 산.
산을 오르는 내내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당차게 길을 걷는 아이가 참 대견했다. 무서워하면서도 안아달라 하지 않고 스스로 걷는 아이는 참 씩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