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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Apr 11. 2024

벚꽃이 피고 지는 찰나.



휴일 아침. 쉬는 날이라 출근하지 않는 남편, 등원하지 않는 아이, 그리고 늘 쉬는 나까지 셋이 푹 자고 일어났다. 더 자고 싶었지만 엄마아빠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 같이 놀자며 흔들어대는 아이덕에 더 잘 수가 없었던 아침. 그래도, '오분만 더 잘게'스킬을 사용하여 조금씩 시간을 벌어 나름대로의 늦잠을 잘 수는 있었다.



멀리 나가기는 좀 귀찮아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투표를 하고 난 다음, 집 뒷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요즘 등산의 즐거움을 알게 된 나는 종종 집 뒷산을 오르고 있는데, 최근 나만의 등산코스가 생겨 남편에게 알려주고 싶어 함께 가자고 꼬드겼다.




병아리 같은 아이의 당근가방에 등산하며 먹을 사과와 과자, 그리고 아이의 주스를 챙겨 넣 출발!



조그마한 아이 등에

아이보다 작은 가방의 조화로움.

너무 귀여워♡



금방 투표를 마치고 카페인을 수혈하러 근처 카페에 들렀다. 직장 다닐 땐 매일같이 사 마시던 TAKE OUT 커피도, 일을 다니지 않으니 자연스레 발길이 끊어진다.



오래간만에 프랜차이즈 커피라니. 너무 좋잖아.


집에서 내려먹는 커피도 좋지만

사 먹는 커피도 가끔은 괜찮은 것 같다.




커피도 샀겠다. 이제 스을 올라가 볼까.

도도야 준비됐지?



지난주 산에 왔을 때 반겨주던 만개한 벚꽃들이 금방 떨어졌다. 봄이 왔다며 우렁차게 알려주던 꽃의 화사함참으로 짧아 괜히 아쉬움만 생긴다. 20대 초반 대학을 다닐 땐 꽃이 지는 게 빠르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30대가 되니 꽃이 피고 지는 게 찰나 같다. 정말 짧은 순간. 찰나.



꽃은 참으로 금방 피고 그만큼 빠르게 진다.



4살 때의 아이 모습이 부모에게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설마 그럴까?' 하며 넘기던 어른들의 말씀이 요즘에서야 조금씩 이해가 다. 마음대로 하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떼를 써 실랑이를 하다가도, 화사한 햇살같은 아이의 미소 한 번 스르르 풀리는 나.


'아 이래서 어른들이 평생 할 효도를 다한다고 하는 거구나'


찰나 같은 지금의 너

 아마 평생 추억하며 살겠지.



벚꽃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는 초록초록한 잎들이 채우고

곧 푸르른 나무가 된다.


분홍빛의 나무와 달리

초록의 나무는 또 그것대로의 '시원함'이 있다.


상큼하고 귀여운 봄 햇살 같은 너는 금방 지겠지만,

초록빛의 너의 새로운 잎들 그 자리를 채워주겠지.



그래서 요즘 아이의 사진을 많이도 찍어댄다.

아이의 지금이 잊힐까 봐 잘 기억해두고 싶은 마음. 



소박하고 평온한 일상들을 지금처럼 기록해 두고 오래오래 꺼내볼 거다.



산을 오르는 게 아이에게 고생이 될까 봐 중간중간 의자가 보이면 보이는 대로 일단 앉았다.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먹기도 하고, 몰래 챙겨 온 텐텐을 하나 입에 물리기도 하고, 포도맛의 홍삼주스를 꺼내 시원하게 마시기도 하며 쉬엄쉬엄 른 산.




산을 오르는 내내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당차게 길을 걷는 아이가 대견했다. 무서워하면서도 안아달라 하지 않고 스스로 걷는 아이는 참 씩씩했다.



앞으로 크면서 걸어갈 모든 길들을

오늘처럼 씩씩하게 걸어가길.


무서워 하면서도 한 발자국씩 걸어 나갔던 오늘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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