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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Apr 15. 2024

완벽함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것




며칠 전, 작은 방과 큰 방의 가구들의 위치를 바꾸었다. 컴퓨터를 두고 사용하던 작은 방은 매트리스를 가져다 놓으며 침실로 만들었고, 기존에 침실로 쓰던 큰 방에는 컴퓨터를 가져다 놓았다. 본래 나는 이사 오기 전부터 작은 방을 침실로 쓰고 싶어 했었는데 보통 그렇게들 사용하지 않으니 내가 유별난가 싶어 그냥 큰방을 침실로 사용 했다.


이사를 온 지 4달째, 작은 방을 쳐다볼 때마다 여기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은 방에서 잘까?

- 뭐든 상관없어.


상관없다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다음날 아침 바로 가구를 옮겨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주방은 이렇게 써야지, 여기엔 가구장을 짜 맞춰야지, 여기는 침실이니깐 침대를 넣어야지' 라며 완벽하게 배치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지만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오늘의 집이라는 사이트에서 가구 배치를 미리 해볼 수가 있는데 정말 수십 번을 배치해 봤지만, 살아보지 못한 집이라며 나는 끝끝내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냉장고 장이니 간접조명이니 하는 것들도 넣지 못했다.


'완벽하게 배치를 끝내야 하잖아. 내 마음이 바뀌면 어떻게 해.'




식탁 하나도 지금의 자리를 찾아오는 데 3번 정도 변화가 있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식탁등 아래에서 밥을 먹는 게 가장 편하다는 것을 알았고, 식탁 주위에 있던 가구는 모두 침실로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주방은 이렇게 써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으면 아마 내 몸이 피곤할 일은 없었을 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봐야만 확신이 드는 내 마음을.




완벽함이 목표였다면 아마 나는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지 못했을 거다.


세상에 얼마나 좋은 식탁들이 많은데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 와서 조립했겠는가. 하지만 난 완벽함이 목표가 아니었다. 그냥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이 필요했다.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이 적당히 나무느낌이 나면 나에겐 충분했다.


미니멀라이프 역시 그렇다.

소파, TV하나 없는 거실과 옷 몇 벌 없는 옷장, 먼지 한 톨 없어 보이는 주방.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니멀라이프의 모습을 추구했으면 아마 따라 하기에만 급급해하다가 중간에 포기했을 거다. 여러 책들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느끼며 '아 나도 냄비나 정리해 볼까', '안 입는 옷 몇 벌만 버려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자, 나만의 미니멀한 삶이 만들어졌고 책 속의 저자들처럼 '물건이 없을수록 관리하기가 편해요.'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 주관적인 거였다.

내가 관리하기 편한 물건의 개수도, 물건의 종류도, 그리고 '관리'라는 것에 대한 사람의 생각도.



나라는 사람이 온전히 나답게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거기에 완벽함을 더할 필요는 없다.




결국 완벽함이 목표가 되지 않으면 모든 게 가능해진다.

소파도 있고 TV도 있고 TV테이블도 있지만 나는 미니멀리스트라며 매일같이 글을 써대는 나를 보아라.




'나답게 살아가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될 이유는 너무도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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