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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Apr 09. 2024

날 위해 쓰는 돈, 아까워하지 않기.

요가를 하며 배운다.


3년 전 아이를 낳았을 때부터가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요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의 시작점. 배우고 싶으면 '그냥 가서 배우면 되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변명을 해보자면 정말 핑계가 아니라 나에겐 요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아이가 어릴 땐 당연히 아이 케어를 하느라 시간이 없었고, 아이가 돌이 되기 전부터 다시 일을 하러 나갔으니 시간이 없었다. 늘 시간이 부족해 시작하지 못했던 요가. 언젠가는 요가를 배우고 말리라 되뇌고 또 되뇌던 나에게 직장을 그만두며 드디어 시간이 생겼다.


- 와! 드디어 요가를 배울 수 있는 거야?



어떤 요가원을 다녀야 할까? 인터넷에 집 근처 요가원을 검색해 보았다. 집 근처에 4개 정도의 요가원이 있는데 4군데 전부 내가 배우고 싶은 시간대에는 수업이 하나도 없다. '이걸 어쩌지. 방법이 없을까?' 며칠간의 고민 중 요가 선생님으 나의 오랜 친구 J가 생각났다.


10년 지기인 J.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인 친구가 얼마 전 방문요가 수업을 시작했다고 말해줬던 게 떠오른 거다.


'나도 방문요가 수업을 들어보면 어떨까?'


아이를 등원시키고 점심 먹기 전 시간 방문수업을 들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여보세요'라는 말이 들리기 전까지 친구를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계속 걱정하던 게 무색할 정도로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당연히 돼지!'라며 흔쾌히 나의 제안을 받아주었다. 심지어 지인할인이라며 할인도 해준 천사 같은 J.





그렇게 요가를 시작한 지 1달째.


내가 배우고 있는 요가는 '하타요가'다. 하타요가는 한 동작을 긴 호흡으로 오랜 시간 유지하며 호흡에 집중하고, 자신의 몸에 깊게 집중하는 요가의 수련법이다. '하타요가'의 긴 호흡으로 오랜 시간 유지하는 자세 덕분에 요가 수련 중에는 늘 팔이 부들부들 거리고 다리가 덜덜덜 떨리며 땀이 정말 비 오듯이 쏟아진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괜히 무섭고 두려운 일이고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6년 전 헬스장을  PT수업을 10회 끊어놓고도 괜히 무서워 10번 동안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벨리댄스 학원을 다닐 때 역시 그랬다. 모두들 즐기면서 춤을 추는 데 난 뭐가 그렇게도 부끄럽던지, 큼직큼직하게 동작을 하지 못하고 늘 후회했었던 날들.


언제나 돈과 시간을 쓰면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깔짝이기만 던 나는 이번에 요가를 시작하면서는 다시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정말 열심히 배워야지!



일주일에 2번. 온전히 내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이 시간만큼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내 자세와 호흡에만 집중을 하게 되는 1시간. 짧은 시간이지만 이 1시간은 나에게 큰 울림을 줬다.


언젠가부터 날 위해 돈을 쓰면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거에 은근한 거부감이 있었다. 특히, 아이를 낳고나서부터 심해졌다. 자격증이 남아야만, 좀 스펙에 도움이 돼야만 수강료를 지불하고 무언가를 배우던 나. 처음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 하기도 했다.


돈 아까운데 유튜브나 보면서 따라 할까?




이런 나에게 방문요가 수업은 얼마나 큰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겠는가?


어느새 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째. 단 한순간도 돈이 아까운 적이 없다. 아, 이런 게 배우는 거구나. 자격증이 남지 않아도 스펙이라는 것에 도움 되지 않아도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건 그 자체로도 훌륭 걸 알게 되었다.


요가 동작을 배우고 바른 자세들을 배우며 내 몸을 사랑하는 방법을 하나씩 깨우치고 있는 요즘.


더 이상 날 위해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




두 팔이 내 몸을 지탱해 준다.

그간 한 번도 쓰지 않은 듯한 물렁한 등 근육을 이용해 척추를 곧게 세운다.

고관절이 열리고 다리를 뻗어낸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는다.

몸의 움직임을 천천히 느낀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순간.


큰일이다. 요가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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