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에 결혼해, 어느덧 결혼 5년 차가 되었습니다.
평소 내 글을 읽으면 남편은 항상 비슷한 반응을 한다. 글이 참 담백해. 담백해서 좋아.
'담백하다'라- 깔끔해서 좋다는 건가? 문체가 담담하다는 것인가. 어려운 용어를 잘 몰라 쓰지 않는 내 글이 쉽다는 뜻일까. 무슨 뜻일까를 한참 동안 생각해 봤지만 답이 나오질 않는다. 어쨌든 좋다 했으면 된 거지 뭐- 하고 늘 넘어갔던 담백하다는 말. 문득 어느 날 심심해서 무슨 뜻일까 하고 국어사전에 검색해 보니 '담백하다'는 말은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라는 뜻이었다. 나름 좋은 뜻 같이 느껴져, 앞으로도 담백한 글을 써야지 하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브런치에 우리 부부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어떤 제목이 좋을까. 한참 제목을 생각하던 중 '담백하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늘 내게 담백한 글이라 좋다던 남편, 생각해 보니 내 글보다 담백한 건 남편이었다. 담백한 성격을 가진 이 남자가 좋아 연애를 시작했고, 그 성격하나로 결혼을 결심했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25살 사회초년생이던 우리는 같은 직장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27살, 2년이 안 되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의 연애를 종지부 찍고 결혼을 하게 된 건 그냥 좋아서였다.
대단한 직업을 가진 것도 엄청난 자산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우리 둘이 투룸 오피스텔을 신혼집으로 정하며 철없이 결혼했던 건, 욕심이 없던 남편과 두려움이 없던 내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언제나 잔잔하고 고요히 내 곁을 지켜주는 남편이 좋아서 했던 결혼.
만난 지 7년 차, 결혼한 지 5년 차, 부모가 된 지는 2년 차가 된 우리.
그냥 적당히 미래를 준비하고, 적당히 현실을 즐기며 사는 우리가 적당량보다 조금 더 즐겁게 살고 있는 건 담백한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실속 없이 본인을 부풀리기만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은 있는 남편덕에 천천히 내 자존감이 채워졌다. 남들에게 별 관심이 없고 그저 자기 자신과 가족에게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남편 덕분에 남눈치 많이 보던 내 성격이 조금씩 변했다. 매일 밤, 나와 함께라 좋다며 늘 안아주는 남편 덕분에 늘 잘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솔직하고, 담백한 너 덕분에.
담백한 사람과 함께라 즐거운 내 일상을 글로 쓰려하니 조금은 두렵다. 괜히 오글거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은 그와 함께하는 일상이기에, 평범한 하루하루를 써 내려가려 한다. 브런치북에 종종 연재될 우리 부부의 일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 비슷비슷하게 사네'하는 공감이 되기도 하고, '나도 이랬던 적이 있었는데' 하는 위안이 되기도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