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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an 02. 2024

화장대 대신 화분

화장대 없는 삶도 나름 괜찮아.



이사다고 친정엄마가 화분을 하나 선물해 주셨다.



집에 있던 나무를 예쁜 화분에 다시 심어줬는데 예뻐서 좋고, 침대방 빈자리에 딱 맞는 사이즈라 더더더 좋다.



이 화분 옆으로는 부부욕실이 있다. 주로 우리 부부가 사용하는 욕실이고 별일 없으면 거의 이 욕실을 이용한다. 친정엄마가 준 화분이 있는 위치에는 원래 작은 화장대를 둘까 했다.





화장을 평소에 잘하지 않지만 보통의 집들이 이런 위치화장대를 놔두고 있으니 나 역시 화장대 자리라 생각했다. 이사오기 전 집에서도 늘 화장대는 쓰지도 않으면서 욕실 옆에 뒀고, 크기만 큰 화장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이상하다 생각한 적도 없었다.






이삿짐을 싸는 날, 화장대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라며 묻는 이사센터 사장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화장대요?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 그냥 버려달라 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화장대 없는 집.


화장이라고는 크림을 바르고 팩트를 바르고 립스틱만 바르는 나에게 쓸데없이 컸던 화장대. 필요 없지 않을까? 하며 버리고 온 화장대는 이사 온 집에서 생각대로 필요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욕실 한편에 간단한 화장품들을 뒀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로션과 크림을 바르고,

간단히 화장을 하면 끝나는 외출 준비.




미니멀한 삶을 추구한다 해서 욕실장이 아예 비워져 있지는 않다. 수건도 알록달록하니 막 접혀 있고, 피부에 바르는 로션이니 크림이니 하는 화장품들도 나름 여러 개가 있다. 그럼에도 화장대는 필요하지 않다. 이 사실을 오랫동안 모르고 살아왔다. 별생각 없이 버린 화장대와 그로 인해 더 간단해진 외출준비.




화장대의 빈자리가 느껴지지도 않고

아쉬움이 생기지도 않는 건

아마 그동안 외출준비를 간소화했던 우리 부부의 습관 때문인 것 같다.




침대방 옆 화장실 입구는 오랫동안 화장대 자리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 그리고 때마침 선물 받은 화분. 화분 덕분에 화장대 없는 지금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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