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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an 19. 2024

요즘 내가 좋아하는 것들

괜히 내 하루가 소중해진다.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과몰입을 잘하는 편이라 

두세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한 1주일 2주일 정도를 내내

영화생각을 하게 되는 게 싫어서-

(곡성보고 한 달내내 그 영화 이야기만 했음)



그런 나에게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뜬 영화 <소공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영화를 찾아봤다.



영화 <소공녀>는

집이 없는 주인공이

여기저기 친구들의 집을 떠돌아다닌다.


그러면서 보게 되는 친구들의 삶과

떠돌아다니는 중에서도

위스키와 담배는 자신의 취향이라

포기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고 말하던 장면이 자꾸만 생각난다.




'취향'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너무 어려운 단어다.


네이버나 구글 같은 데 검색해 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경향',

'하고 싶은 마음이나 욕구 따위가 기우는 방향.'

이라고 뜨는데

정의도 사실 이해가 안 간다.


음 그러니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

그니까 결국 좋아하는 것들을 말하는 거지?



그럼 내 취향은 뭐야?




1. 거실 테이블


최근 가구 배치를 바꿨는데, 

구석 창가에 있던 테이블이 

거실 중앙에 오게 됐다.


요즘 내 최애 공간이 된 테이블!



여기서 밥도 먹고,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는 데

진짜 너무 좋다.


처음부터 이렇게 가구 배치를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별로인 것 같대서 안 한 걸 후회 중이다.

진작 했어야 했어.


엄마 취향과 내 취향은

늘 달랐는데 말이지-





2. 시장 칼국수와 김밥



내 인생 칼국수집을 찾았다.


너무 맛있어서 

맨날 먹으러 가는 시장 칼국수집.


여기는 김밥도 많이 시켜 먹는데,

밥이 엄청 찰져서 칼국수와 조화롭다.


가격도 저렴하고,

회사랑 가까워서 자주 가는 곳!



2월에 시간 많아지면

남편도 꼭 데리고 와야지!




3. 마열라면


나의 열라면에 대한 사랑은 꽤 오래됐다.


10년 전, 대학시절

술을 진탕 마신 다음 날은 언제나 해장은 열라면.


최근 나의 열라면이

'마열라면' 버전으로 나왔다 해서, 

먹어봤는데


순식간에 마열라면에 빠져버렸다.






특히 집에 있던

양파나 파를 같이 썰어서 넣어주고




두부도 함께 넣어주면

다른 건 절대 못 먹게 되어버린다.



스트레스받는 날은 무조건 마열라면인데,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최대한 참고 있다.





4. 도하와 산책하기


매일매일 나가진 못하지만,

거의 주에 하루 이틀을 제외한

5일 정도는 아이와 산책을 한다.


걷다가 바람이 불면 

아 추워하면서

나에게 폭삭 안기는 도하와의

산책은 늘 행복해-





아무것도 없는 길을 걸으면서도

늘 신기해하고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면


아무리 힘들었던 하루라도

그냥 행복한 날로 마무리된다.






5. 도하의 어린이집 등원


보통 일찍 출근해서 집에 없는 아빠를

찾으며 깨어나는 도하.


얼마 전에는

아빠를 찾으며 살짝 열린 문 사이로

저렇게 기어 나왔다.


너무 귀여워서 한 컷 찍음 

ㅎ_ㅎ



아침식사를 간단히 챙겨주고,

옷을 골라 입히고,

가방을 멘 아이의 손을 잡아

어린이집에 함께 가는 그 짧은 순간이

나의 모닝커피가 되었다.



출근할 거야?

카페인 들어간다 얼른 눈을 떠!

하고 소리치는 것 같은 모닝커피-






6. 퇴근하고 바라보는 노을


필로티 층에 꼭 살고 싶어

다른 집들은 쳐다도 안 봤다.


그때 당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필로티 층들은

애초에 몇 집 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단지 뷰집과 옹벽 뷰집 2개 중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한참 고민하다 단지 뷰 집은

아파트에 둘러 쌓여 있어 답답할 것  같아

옹벽뷰를 선택했는데,

최근 들어 내가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이 되었다.


퇴근을 하면 옹벽 위로 멀리 보이는 산과

그 위로 떨어지고 있는 가로등 조명.

그리고 보랏빛의 하늘이 보인다.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노을이 참 좋아

퇴근이 설레는 요즘.






7. 남 편


원래부터 너무 좋아하는데


요즘엔 

좀 귀여워서

더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다 보니

별 거 아닌 거에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었고,

이미 내 취향들을 알고 있었던 나는

하루 온종일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며

살아가고 있었음을 알았다.



괜히 

내 하루가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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