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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지 않는 스타트업을 꿈꾸다

소실대탐, 작게 잃고 크게 번다

20년 5월 5일, 오후 2시 전 직장 대표가 나를 찾아왔다. "만약에 우리 회사가 문 닫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문을 닫는다니,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그전까지 아무런 언질도 없었다. 물론 회사 상황이 그렇게 좋지 못 하단 건 알았다. 그러나 1주일 전에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 걸 보고 대표의 사업 지속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이날 망.했.다. 사실은 그전부터 망했었다.


 흔히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을 하는 작은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자영업과 다르게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사람은 주식시장 상장 혹은 M&A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길 기대한다. 하지만 모두 '성장'에 빠져서 '생존'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나는 생존 지향적인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우리 회사는 성장보다는 생존이 우선이다.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세계화, 온라인 비즈니스가 발전하면서 사업의 복잡도는 더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예상'은 무의미하다. 무엇이 성공할지, 무엇이 실패할지 예상할 수 없다.



 그러니 최대한 오래 버텨야 한다. 그리고 운이 찾아올 때까지 침착히 기다려야 한다. "이 아이템은 진짜 잘 될 것 같아!"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에 젖어서 추가 인력을 채용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다간 망하기 십상이다. 추가 인력을 채용했다고 우리 회사가 성장할 확률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망할 확률은 급격히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선 오래 버틸 수 없다. 스타트업은 당장 수입원이 없는 회사가 많다. 그래서 고정비가 높아지면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진다. 물론 현금을 많이 가진 회사는 괜찮다. 그런 회사 대표님이라면 이 글을 읽고 있진 않을 것 같지만.


 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탐대실보다는 소실대탐 하고 싶다. 요즘엔 그게 가능하다. 조금만 잃고 많이 벌 수 있다. 어떻게 많이 벌 수 있는데요?라고 물어본다면 잠깐 당신을 진정시키고 싶다. 돈 벌 생각을 하기 전에 생존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 생존력은 기초체력이다. 생존력이 있어야 성장력도 생긴다. 생존했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하려면 생존해야 한다. 생존은 성공의 필수요건이다. 기초체력 없이 강도 높은 스포츠를 하고, 수준급 선수들과 경기하다가는 다칠 확률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망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망하지 않는 방법 첫 번째 시리즈

기대하지 말라

 좋아질 것이란 환상을 버려라. 기대조차 하지 말자. 사람은 한 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기 마련이다. 경기가 불황일 때, 경영자들은 "우리 회사는 다를 거야"라고 자기 최면을 열심히 건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 성장하는 회사는 극소수일 뿐이다.


 그저 앞으로 다가올 하락세를 어떻게 견뎌낼지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대비가 된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 운 좋게 상승세가 오면? 너무 다행이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할 때 결과론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말 그대로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것이지, 경영자의 통찰력 덕분에 살아난 것이 아닐 확률이 높다. 위에서 언급했듯, 요즘 시대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고 싶은가? 이 아이템은 실패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시작하자. 그럼 처음부터 여기에 많은 돈을 쏟아붓진 않을 것이다. 아이템에 투자하기 전에 검증부터 해보자. 잃어도 괜찮을 정도의 최소한의 비용만 들여서 해보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공개하라. 반응이 좋으면 그때부터 고도화시켜도 늦지 않다. 이 단계에서 많은 아이템은 실패한다. 그럼 좀 어떤가? 난 푼돈을 잃었을 뿐인데. 개의치 않고 바로 다음 아이템으로 넘어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대박 상품이 나타난다. 그때까지 버티고 싶은가? 기대하지 말라. 기대는 무리한 자원 투자로 이어진다. 운이 좋으면 잘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운이 안 좋으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위험한 이유

  <기브 앤 테이크, 애덤 그랜드>에서 소개된 마이클 조던의 사례가 있다. 그가 어느 구단의 구단주로 있을 때 일이다. 자신이 뽑은 신인 선수가 팀에 큰 기여를 못하지만 무리하게 계속 출전시켰다. 조던은 본인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때문에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게 그 선수에게 더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했던 것이다. 경영자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많은 금액을 투자한 아이템이 실패했을 때 쉽게 털어버리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대표가 스스로의 실패를 쉽게 인정한다면, 그 회사의 직원들은 운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을 약한 리더라고 착각하지 말라. 애덤 그랜트는 '테이커'일 수록,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남을 돕진 않는 사람, 에고(자존심)가 강해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이 공격받으면 '자신'이 공격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그들은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을 질투해 남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남들도 자신에게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테이커의 성향은 가끔 카리스마로 포장된다. 강력한 리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그 반대이다. 조직이 비극으로 가는 지름길을 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다니는 회사의 대표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빨리 이직하기를 추천한다. 자신의 판단 미스를 인정하는 대표라면 오히려 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다.



대구 경북 기반 스타트업 텐투고

프라이스 엔지니어 이재홍

e. 10togo.manager@gmail.com

https://thepriceengine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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