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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생 와디즈 펀딩 일기 ep1. 아이템 선정

복잡계 비즈니스의 완벽한 성공전략 소실대탐

담배도 끊은 내가 절대 못 끊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커피.

나는 하루에 아메리카노를 3잔씩, 약 4년간 마셔왔다. 어느 순간 커피 없이는 스스로 힘을 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실제로 아침에 일어나면 몸을 깨우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모닝커피를 기상 후 1시간 내에 매일 마시면, 이 호르몬의 분비 양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본 적이 있다.


나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지경까지 갔다. 불면증을 심하게 겪기도 했다. 수면시간이 줄어드니 피곤하고, 생산성이 줄어들어 야근을 하면서 또 커피를 더 마시는 악순환에 빠졌다. 더군다나 빈속에 커피를 많이 마셔 위가 많이 상해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작년부터 커피를 하루에 한 잔으로 줄이려고 하고 있다. 지켜질 때도 있고, 못 지킬 때도 있지만 여전히 1잔으로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담배를 끊어본 경험이 있어서 안다. 습관을 완전히 없애는데 2~3년 정도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커피를 줄이는 노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커피를 하루에 한 잔만 마셔야 하기 때문에 나는 그 한잔을 최고의 커피로 마시고 싶었다. 그렇게 커피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핸드드립을 내려 마신다. 이젠 웬만한 카페보다 내가 직접 내린 커피가 더 맛있다. 그렇게 나는 커피 원두 판매 브랜드까지 준비하게 되었다. 




'커피 원두'를 선택한 이유 

첫 째, 좋은 스토리

내가 와디즈 펀딩 일기에서 지금까지 구구절절 커피 얘기를 한 이유가 무엇일까?

와디즈에서는 스토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선정할 때도 이런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둘째, 조달의 용이성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들은 모두 직접 로스팅을 하신다. 원두는 이분들에게 도매로 구입하면 된다. 어차피 동네 카페에 원두를 공급하시는 분들이다. 인터넷으로 팔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복잡하게 국내외 공장에 연락하고 물류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특히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해양 물류의 경우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


셋째, 위험 부담 제로

미리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다. 펀딩이 성공한 후에 카페에 가서 원두 로스팅을 해오면 된다. 내가 재고를 잔뜩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공산품처럼 복잡한 문제도 없다. 실제로 OEM, ODM 모두 너무나 신경 쓸게 많다. 일단 중국에 소규모로 생산을 맡기면 한 번에 제품이 제대로 나오는 경우가 잘 없다. 사실 이는 일부 한국 공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다 보면 재생산에 들어가야 하고 펀딩 날짜를 지키지 못해 곤욕을 치른 경우를 많이 봤다. 커피 원두의 경우 예비용으로 여러 명의 카페 사장님과 컨택만 해놓으면 공산품에 비해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판단했다.


넷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

나는 커피가 너무 좋다. 커피 없는 내 인생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커피로 펀딩까지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덕업 일치의 사례가 아닐까? 나는 펀딩을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성공을 예측할 수 없다면?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두 번째(조달의 용이성)와 세 번째(위험 부담 제로) 이유가 핵심이다.

나는 와디즈 펀딩 역시 복잡계 비즈니스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복잡계란, 단순히 복잡한 상황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 다양한 변수들이 서로 엮여 있어서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하고 싶다. 예측 불가능함이 핵심이다. 어떤 아이템이 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문가도 모른다. 전문성과 대중성은 다르다. 평가를 하는 것은 대중이다. 주식시장도 전형적인 복잡계 영역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대형 변수가 나타날지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아무도 없었다. 이 정도로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 복잡계 영역이다. 


그러니 한 아이템에 너무 빠져서 큰 비용을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해도 내 사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만 투자해보자. 그리고 어떤 아이템이 성공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최대한 여러 아이템을 시도해보자. 린스타트업 개념은 와디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커피 원두 아이템의 경우 복잡한 프로세스 없이 아주 빠른 실행 속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산품으로 도전한다면, 믿을만한 제조업체를 찾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이 들 것이다. 하지만 아이템 하나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이 늘어날수록 복잡계 영역에서 '운'의 수혜를 받을 확률은 낮아진다. 뭐가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여러 가지를 해보고 운에 맡겨야 한다.

복잡계 얘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 '예측 불가능함' 말고도 복잡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멱함수 분포'이다. 비율은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튜브가 전형적인 멱함수 분포의 세계이다. 당신의 영상이 1만 뷰가 넘었다면 축하한다! 해당 영상은 전 세계 상위 3%에 속하는 영상이다. 우리에게 뜨는 영상은 다들 1만 뷰가 넘은 영상이겠지만, 그것이 상위 3%라면, 묻혀버린 영상이 도대체 얼마나 많을지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대부분 실패하고 극소수만 성공하는 곳이 복잡계이다. 그래서 나는 와디즈 펀딩 역시 실패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시작한다. 극소수만 성공하는 곳에서 내가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괜찮다. 실패해도 괜찮을 정도의 아주 적은 비용만 투자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얻은 나의 경험적 지식으로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소탐대실이다. 




이렇게 나의 와디즈 펀딩 도전은 시작됐다. 

앞으로 브런치에 내 준비과정을 세세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이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 경북 기반 스타트업 텐투고

프라이스 엔지니어 이재홍

e. 10togo.manager@gmail.com

https//thepriceengine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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