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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미래의 VC가 읽은 게놈오디세이

씽큐베이션 12기

20살 때부터 내 꿈은 벤처캐피탈리스트(VC)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다. 물론 중간에 다른 직업들을 꿈꾸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하고 싶은건 VC가 유일하다. 지금은 창업가로 살고 있지만, 평생 직장이 없듯, 평생 같은 사업하라는 법은 더더욱 없다. 아무쪼록, 미래의 VC로서 <게놈 오디세이>의 한 줄평을 남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곧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릴 '유전자 분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는 책이며, 동시에 그 시작은 얼마나 초라했는지도 알려주는 책이다.  

어떤 산업의 태동기부터 부흥기까지 스토리를 담은 책을 읽다보면, 부흥기 보다는 태동기에 관심을 더 갖게 된다. 일반 대중들은 하이라이트인 부흥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상용화가 끝나고 소비자로서 혁신 산업이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나 제품이 되어야 그들에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미 부흥기가 시작된 것이다. 어쩌면 벌써 부흥기가 끝나고 있는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업가이자 미래의 VC인 나는 태동기에 관심이 있다. 대중 소비자들이 새로운 혁신 산업에 관심을 갖기 전에 먼저 뛰어 들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태동기가 얼마나 오래 갔고,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는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왔는지가 궁금하다. 그 길이 내가 가야되는 길이기도 하니까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유전자 공학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감히 예측하건데, 인터넷 혹은 스마트폰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의 삶을 바꿔버릴 수 있는 분야 같다. 요즘 뜨는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등의 기술들도 물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삶 자체를 확 바꿔버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유전자 공학은 정말 인간의 거대한 역사 흐름을 바꿀지도 모르겠다. 


그런 스케일에 걸맞게, 굉장히 많은 자금이 투입되었고, 전세계에서 많은 연구실 조명이 밤에도 꺼지지 않으며 쏟아부은 결과 지금의 상태까지 온 것이다. 결국 1000억원(내 기억이 맞다면..)에 가까이 들던 유전자 검사 비용이 이제는 10만원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비용이 떨어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결국에 상용화 단계의 가격까지 내려와서,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정말 필요하다면 큰 고민없이 해볼 수 있는 가격까지 내려왔다.


상용화 수준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는지 알게 되면 나는 경외감을 느낀다. 마치 거대한 자연경관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나약한 존재인지 느끼는 것과 같다. 20살의 패기가 넘치던 나는, 내가 노력하면 제2의 스티브 잡스나 주커버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물이 탄생하기 앞서, 컴퓨터 라는 것이 탄생해야 했고 인터넷이 탄생해야 했다. 그런 기술들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거대한 기술 진보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 조차도 정말 거대한 폭포 속에서 흐르는 물 뿐인 것이다. 그래서 겸손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라는 책의 내용이 생각나기도 한다. 


VC입장에서 한국에서는 어림잡아 5년 뒤에는 결과를 내야 된다. 즉,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한 기술 진보의 역사 앞에서 5년은 정말 귀여운 시간이다. 극초기 태동기에 투자금을 넣어놓고 20~30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짧은 회수기간은 현재 vc업계에서도 문제라고 지적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VC로서 정말 우리나라 벤처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를 포기하고서라도 태동기 기술에 투자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거대한 기술 진보의 역사에 작게나마 기여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부터 시작해서 양자컴퓨팅 등 현재 모든 기술들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기본적으로 40~50년, 길게는 100년이 넘는 시간 전부터 연구되어 오든 것들이다. 그게 이제서야 일반 소비자에게 실감이 날 정도로 구체화 된 것이다. 100년 선배 연구원&자본가들 덕분에 내가 지금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니 나도 100년 뒤에 자라서 열매를 맺을 씨앗을 지금부터 심어놔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쓰고 보니 유전자 얘기는 거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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