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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시장이 없어지진 않을 것 같아요

비즈니스융합기술연구소

긴장했다. 이 책의 주장이 틀린 이유를 찾지 못하면 아주 곤란해질 터였다. 내게 반갑지 않은 제목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광고는 필요 없다.' <The Future is Faster Than You Think>라는 책의 한 챕터 제목이다. 나는 마케팅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사람이라서 광고가 필요 없는 세상을 떠올리기 굉장히 끔찍하다. 


사실 원저에는 그냥 The Future of Advertising으로 되어 있다. 번역 과정에서 조금 자극적으로 바뀐 것 같다. 아무쪼록 이 챕터에서 주장하는 바는, 미래에 광고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하루에 접하는 광고의 수는 약 3,000개이다. 이렇게나 많은 광고가 다 필요 없다니? 도대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우선 알아보자. 


그 범인은 바로 개인화 알고리즘이다. 개인화 알고리즘은 우리 모두 익숙할 것이다. 유튜브에서 우리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 그것이 개인화 알고리즘이며, 사람이 100명이면 유튜브 피드 구성도 100개가 있다는 뜻이다. 영상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추천해주는데 광고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광고도 개인 취향에 맞게 노출해줬다. 그러니 제품도 잘 팔렸나 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렇게 2017년 기준으로 각각 한화 기준 약 950억 달러와 390억 달러를 벌었다. 


그렇게 광고 시장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개인화 알고리즘은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이제 개인화 알고리즘에게 눈이 생겼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어떤 제품을 촬영하면, 그 제품 구매 사이트 링크를 제공해주는 기술이 생겨났다. 알고리즘은 TV 앞에 앉아 광고를 보지 않는다. 그저 고객이 보고 있는 그 제품의 링크를 제공해줄 뿐이다.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스마트 글래스이든, 증강현실 안경이든 그게 어떻게 불리게 될진 모르겠다. 증강현실 안경이 보급화 되면, 우리의 시선을 추적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데이터화 된다.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내 앞자리에 누군가 앉아 맥북을 펼쳤다고 생각해보자. 우린 무의식적으로 사과 모양 로고를 힐끔 봤다가 다시 공부에 집중할 것이다. 그 로고를 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않은 채 말이다. 하지만 스마트글래스는 우리의 눈길을 다 기록하고 있다. "오? 우리 주인님께서 삼성 노트북보다 애플 맥북에 눈길을 평균 3회 더 주셨군!" 하고 당신의 충실한 인공지능 비서는 기억해둘 것이다. 그러다 몇 주 뒤, 마침 노트북이 고장났다. 그때 우리는 인공지능 비서를 부를 것이다. "헤이 구글! 노트북 하나 추천해줘." 그럼 인공지능 비서는 당신이 며칠 전에 슬쩍 눈길을 줬던 그 맥북을 추천해줄 것이다. 


위의 사례는 그저 하나의 예일뿐이다. 증강현실 안경 외에도 모든 것에 센서가 부착되고 데이터화 되면서 초개인화 알고리즘은 점점 나보다 내가 원하는 걸 더 잘고 있는 지경에 이를 날이 멀지 않았다. 그래서 초개인화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제품을 사는 것이 최고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나처럼 쇼핑을 귀찮아하는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다. 내가 며칠 전 유기농 식품 관련 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을 기억하고 유기농 채소를 추천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주장한다. 10~15년 뒤에는 초개인화 알고리즘이 쇼핑을 대신해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알고리즘은 그저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인식해서 제품을 추천할 뿐, 자극적이고 창의적인 광고 영상에 현혹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래서 광고가 필요 없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광고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잠깐 생각을 해본 뒤 다시 안정을 찾았다. 광고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부정하진 않겠다. 그러나 광고가 필요 없다고 광고 시장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광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매출의 약 98%가 광고 수입이다. 그 회사는 광고 하나로 650조 원의 회사를 만들었고 현재 미국 나스닥에서 6위에 랭크되어 있다. 광고 하나로 먹고사는 회사가 이렇게 클 수 있을 정도로 광고는 매력적인 수입원이다. 그리고 현재 나스닥 1~5위 기업 중 광고로 수익이 없는 회사는 단 하나, 테슬라 밖에 없다.


초개인화 알고리즘에 의한 쇼핑으로 전환되면 과연 이 기업들은 어떻게 수입을 올릴까? 미래를 예측해보자. 아마 초개인화 알고리즘 구독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판매 수수료 10~20% 정도가 있을 것이다. 판매 수수료는 이미 받고 있기 때문에 논외로 치자. 기업 입장에서는 초개인화 알고리즘 구독료가 광고주들이 쏟아붓는 광고비보다 더 많지 않은 이상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 광고 시장은 이 시대의 금광이다. 이걸 쉽게 포기할 순 없다. 


그래서 광고가 필요 없긴 하지만, 광고는 계속될 것이다. 광고를 필요 없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기업도 빅 테크 기업이고, 그 광고로 지금 막대한 수익을 누리고 있는 것도 빅 테크 기업들이다. 결론적으로 그들에게 굳이 초개인화 알고리즘 기반 쇼핑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결론이다. 


사실 이것뿐만 아니라, 개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진 다는 사실 역시 초개인화 알고리즘 쇼핑 시대의 도래를 늦추고 있다. 이미 애플은 고객의 활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프로세싱하는 정도를 굉장히 많이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iOS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타겟팅 하는데 광고비가 더 많이 소요되고 있다. 데이터가 줄어드니 타겟팅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벌써 정량적으로 체감이 될 정도로 애플은 고객의 데이터를 보호에 진심이다.


내가 자기 합리화를 하고 다가올 미래를 외면한 것인지, 저자들의 논리에 빈틈을 찾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솔직히 대비는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오늘 밤 발 뻗고 잘 수는 있을 것 같다.




텐투고 대표 이재홍

https://10to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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