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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씽큐베이션 13기

요즘엔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꽤나 일상 속에 들어왔다. 아마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솔직히 자신의 경험을 밝히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이제 정신의학과에 관련한 많은 오해들이 바로 잡혔기 때문이다. 이젠 정신의학과에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신병원에 입원해봤던 사람의 얘기는 들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정신병원에 갇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 곳에 내가 갇히면 어쩌나 공포감 마저 살짝 들었다.


일단 저자가 그렇게 지옥 같은 인생에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헤어 나온 것 자체가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이런 사례를 보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꽤나 견딜만한 것이라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저자는 자살 시도를 수차례 했던 사람에서, 반대로 이제는 자살하려는 사람들 돕는 사람이 됐다. 위기가 곧 기회고, 단점은 곧 장점이 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배운 것 중에 내가 즉각적으로 효과를 보는 것이 있다. 바로 수용하기. 저자가 연구한 치료 기법이 여러가지 있는데, 그 모든 기법의 근간에는 수용하기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지금의 내 삶에 100% 만족하지 못한다. 내 목표는 너무 높고, 그까지 도달하는데 많은 노력에 시간이 걸린다. 그 간극만큼 나는 괴롭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수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고, 나는 아직 모자라다는 점을 수용합니다.

내가 꿈꾸는 목표는 굉장히 많은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고, 너무 어려워서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수용합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돈을 못 벌고 있지만, 그래서 조금 힘들지만 이를 수용합니다.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이 너무 고되지만 이 역시 수용합니다.


수용의 힘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게 체감되는 가장 장점은 통제권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시련을 수련함으로써 나는 주체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이 된다. 많은 경우에, 수용하지 않으면 그저 외부 상황에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진짜로 내 잘못이 아닌데 외부 상황 때문에 일이 안 풀릴 때도 많다. 심지어 그럴 때에도 우리는 통제권을 우리에게 가져올 필요가 있다. 그래야 외부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기력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통제권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수용하기 같다. 수용하고 나면 이제 할 일은 분명하다. 고난을 수용했으니, 이제는 그걸 헤쳐나가면 된다. 너무 힘들때는 그저 버티기만 해도 훌륭하다. 


그리고, 저자의 삶에서 배워야 할 또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비판적 사고와 도전 정신이다. 그녀는 그 어느것도 근거 없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든 주장은 틀릴 수도 있고 세상에 당연한 것은 그녀에게 없었다. 이렇게 비판적인 태도와 논리적 근거를 찾는 그녀의 성격은 학자로서 훌륭한 성과를 내는데 좋은 원료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녀의 획기적인 변증법적 치료 방법 또한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의 도전 정신이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삶이 바뀌는 분기점에서 한 번도 좋은 조건에 있었던 적이 없다. 대학교에 들어갈 때, 대학원에 들어갈 때, 직장을 구할 때 등 이런 분기점에서 항상 난관이 있었다. 일이 제대로 풀리는 것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절대 꿈을 버리지 않았고, 떨어질지도 모르는 곳에 겁내지 않고 지원했다. 떨어져도 그냥 떨어지지 않고, 왜 자신이 거기에 들어가야 하는지 끈질기게 설득하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이 시대에 여성 과학자로서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던 것도 그녀의 삶이 결국 잘 풀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태도 역시 내가 많이 배워야 하는 점이다. 나는 모든걸 나 혼자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 것은 퓨처리스트에서도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녀는 이렇게 그녀의 미래를 잘 설계해간 것 같다. 퓨처리스트에 나오는 과정을 비슷하게 밟아간 것 같아서 신기하다.


책이 좀 두꺼웠지만, 한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아서 그렇게 힘들진 않다. 지금 삶이 고통스러운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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