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빈야사, 땀에 젖은 채 마주한 감사

by 이하린

발리 둘째 날 아침, 창문을 가득 채운 햇살이 나를 깨웠다.

근육통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으아아’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쉬고 싶단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요가반으로 달려가고 싶어 마음이 급했다.


이날은 폴 선생님의 파워 빈야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 이름에 ‘파워’라는 단어가 들어갈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수련이 꽤나 힘들었다.

폴은 요가반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초보자를 포함한 올 레벨의 수련자가 오는 곳임을 고려해 아사나(요가 동작) 레벨 자체는 높이지 않았다.

대신 몸 곳곳의 힘을 강하게 써야 하는 동작을 계속해서 시켰다.

아사나 레벨로 조절할 수 없다면 양으로 승부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우리는 확실히 강도 높게 몰아붙여졌다.


게다가 나와 민서샘은 자리를 잘못 잡았다.

샬라의 천장 중앙 작은 창에서 쏟아지는 태양빛이 우리 자리만 정통으로 내리쬐었다.

수업 시작 전부터 온몸과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었으니 수련 중에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30도 가까운 발리의 덥고 습한 날씨에는 덜덜거리는 선풍기 따위 별 소용이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파워, 파워, 파워뿐인 아사나를 이어가다 보니 이것이야말로 극한 수련이구나 싶었다.


폴은 유독 힘을 많이 써야 하는 동작에서 오래 머물도록 카운트를 길게 셌다.

먼저 동작에서 빠져나오려고 할 때마다 그는 속삭였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존재랍니다.”


게다가 고백하건대… 폴은 굉장히 잘생겼다.

나는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주저앉고 싶은 욕구를 꾹 눌러가며 동작을 이어갔다.


그가 아무리 잘생겨도 더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할 즈음, 폴이 드디어 우리를 눕게 했다.

그는 기타를 들고 수련실 가운데로 와 연주를 시작했다.

땀에 젖은 채로 누워서 귀 기울여본 폴의 기타 소리.

간결하게 반복되는 리듬 속에 묘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샬라 아래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웃고 떠드는 소리.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한국에서부터 지고 온 모든 걱정과 근심이 울타리 밖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사바아사나 속에서 ‘무엇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는가’를 생각했다.


서른 살 그 가을에 혼자 홀연히 속초로 떠나지 않았다면.

그날 서점에서 요가 책을 우연히 집어 들지 않았다면.

비하요가에서 비하샘과 사랑스러운 도반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힘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고 있을까.

중심을 찾긴 했을까.

그 끝에서 마주한 건 모든 순간에 대한 깊은 감사였다.

오늘의 나, 이곳까지 나를 데려온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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