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의 반란, 발리에서 생애 첫 바이크

by 이하린

발리 첫날엔 요가반 수련 말고 또 한 가지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바로 생애 첫 바이크 타기다.


발리에선 바이크 타는 게 일상생활 그 자체다.

거리를 나서면 온통 바이크 행렬이다.

그랩으로 택시를 부르듯 쉽게 바이크를 부를 수 있고, 직접 운전하는 관광객도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쫄보 중의 쫄보인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남 얘기였다.

그렇게 작고 약해 보이는 것에 몸을 맡기는 건 너무나 위험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 친구들이 미끄럼틀을 엎드리고 서고 뛰어내리며 탈 때, 나는 앉아서 내려오는 것도 무서워 엉엉 울던 아이였다.

겁 많은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

바이크들이 줄지어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직접 타볼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민서샘은 “저도 작년에 여행 마지막 날에야 타봤는데 여태 안 탄 걸 후회했다니까요. 얼마나 빠르고 재미있는데요.”라며 적극 권했다.


그 말을 듣고도 계속 피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더 버틸 수 없었다.

저녁에 민서샘이 외진 곳의 식당을 예약해 뒀는데 교통체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택시로는 도저히 시간 안에 갈 수 없었지만 바이크로는 10분이면 충분했다.


결국 나는 지는 심정으로 그랩을 켰다.

앱에 기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표시를 보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부른 지 1분도 안 되어 도착한 기사는 활짝 웃으며 헬멧을 내밀었다.

나는 잔뜩 굳은 얼굴로 두 손까지 모아 붙이고 말했다.


“저 바이크 처음 타요. 제발 천천히 가주십시오...”


눈을 질끈 감고 엉덩이 옆 손잡이를 쥐어짜듯 붙잡았다.

출발하자마자 몸이 뒤로 확 밀렸다.

“엄마, 엄마, 엄마...”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자 기사가 허허 웃었다.


그 뒤로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급브레이크라도 밟으면 몸이 앞으로 휙 넘어갈 것 같고, 옆으로 스치는 자가용에 발이 차일까 봐 겁이 났다.

다른 바이크들이 너무 가까이 지나갈 땐 내 쪼리를 쳐서 날려버리진 않을까, 별의별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목적지의 절반 정도 갔을 때였다.

기사가 거울로 나를 흘끔 보더니 말했다.

“돈 워리~ 스마일~”

그 말을 듣자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리고 문득 미안해졌다.

내가 그를 믿지 못한다는 걸 너무 온몸으로 드러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꼿꼿이 세웠던 등을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제야 바람이 느껴졌다.

뜨거운 발리의 공기 속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선선함.

거리에는 저녁이 내려앉고, 테라스마다 불빛이 켜졌다.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흘러나왔다.

아, 이게 바이크의 매력이구나.

목적지에 도착해 헬맷을 벗자 머리가 잔뜩 눌려 있었다. 쿰쿰한 냄새도 났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상쾌했다.


그날 이후 바이크는 발리에서 내 발이 되었다.

빠른 속도, 저렴한 가격, 바람을 가르는 짜릿함.

안 탈 이유가 없었다.

언제 겁을 먹었냐는 듯 바이크를 타고 신나게 발리의 거리를 누볐다.

평생 절대 하지 않을 거라 믿던 일을 해보다니.

두려움 대신 작게 피어난 용기가 나를 고무시켰다.

이 여행이 정말 특별해지겠다는 확신이 다시 한번 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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