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비행 끝에 발리에 도착했다.
숙소로 가 씻고 침대에 누우니 새벽 2시가 넘어 있었다.
습기와 향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낯선 천장을 잠시 바라보다 곧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7시 반, 휴대폰 알람이 아닌 새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누운 채 창 밖을 바라보니 청명한 하늘과 초록색 나뭇잎이 꽉 차 있었다.
‘내가 정말 발리에 왔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옆 침대의 민서샘도 일찍 일어났다.
둘 다 지체할 게 뭐 있냐며 바로 씻고 요가복으로 갈아입었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간단히 커피를 마시며 “진짜 행복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반복하다 요가반으로 향했다.
전 세계 요가인의 로망, 우붓의 요가반.
요가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라 그런지 공기 속에 편안함과 따스함이 흘렀다.
처음 온 곳인데도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았다.
우리는 오전에 바이런 선생님의 슬로우 빈야사를 듣기로 했다.
샬라(수련 공간)에 올라가 두 번째 줄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긴 머리의 바이런이 등장했다.
이미 작년에 요가반을 두 번 방문했던 민서샘이 눈을 반짝이며 속삭였다.
“기대해요, 샘. 바이런이 저 긴 머리를 올려 묶으면 비로소 게임이 시작될 거예요.”
그리고 그 게임은 진정 완벽했다.
영어로 수련을 안내받는 건 처음이라 듣기 평가가 되진 않을까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바이런은 부드러운 발음과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빈야사를 안내했다.
플로우가 좋았고 음악 또한 명성대로 훌륭했으나 가장 인상적인 건 그가 수업 중간중간 툭툭 내뱉는 마음 챙김 질문이었다.
'우리는 왜 여기까지 요가를 하러 왔는가'
'요가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무엇인가'
'수련을 통해 우리는 어떤 평화를 얻을 수 있는가'
발리의 더운 날씨로 몸이 활짝 열린 상태에서 바이런의 수업을 들으니 마음까지 완전히 열렸다.
사바아사나 시간에는 바이런이 부는 피리 소리가 샬라에 둥글게 퍼졌다.
그 안에서 내 지난 시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10대, 20대, 30대. 좋은 날 힘든 날 모두 지나 여기, 비로소 행복을 찾아낸 내가 있다.
이 먼 발리 우붓까지 와서 요가 수련을 하고, 진심으로 미소 짓고 있다.
이날 수련 끝에 남은 건 ‘행복할 것이란 확신’이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련이 있겠지만 언제나 단단한 내력으로 이겨낼 수 있겠다는 믿음.
계속 요가하는 한 다시는 전처럼 우울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매트를 정리하면서 전에 없이 충만해졌다.
발리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