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련, 매트 위에서 느낀 ‘살아있음’

by 이하린

첫 요가 수련의 기억은 아주 강렬해서 지금도 또렷하다.

빈야사가 조금 섞인 초급 하타요가였다.

움직임이 많지도 않았는데 시작한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그 수업에서 완전히 처음 요가를 하는 사람은 나뿐인 듯했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자세를 잘 못 잡아 여러 번 비틀거렸다.

중간에 중심을 잃어 '쿵' 소리를 내며 넘어지기도 했다.

민망함에 주위를 살폈지만 누구 하나 날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가 자기 호흡에 몰두해 있었다.

그 고요한 집중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도 이내 내 호흡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수련을 하는 동안 내 안에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당연하게 몸에 붙어 있다고만 여겼던 손가락과 발가락이 어느 순간 하나하나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랄까...기특했다.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와중에도 육체가 이렇게나 멀쩡히 붙어서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게 새삼스러웠다.

매트 위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바라보며 아주 오랜만에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한 시간의 수련이 끝난 뒤 매트에 등을 대고 누웠다.

스르르 눈을 감자 선물 같은 고요함이 찾아왔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탁 풀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단지 굳어있던 몸을 한 번 풀었을 뿐인데,

마음에 고집스럽게 꽈리를 틀고 비켜나지 않던 우울의 실타래가 조용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양쪽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고 스스로를 무력하게 방치했다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무도 없었다면 시원하게 소리 내 흐느끼고 싶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울적한 날들이 완전히 끝난 것 같다. 땅이 꺼지고 숨이 막히는 이전의 기분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이제야 보통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살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에 쏴- 하고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오랫동안 갈구하던 엄청난 해방감이었다.


날 이후 요가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삶의 중심이 되었다.

매트를 깔고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팽팽하게 조여 있던 신경줄이 탁 풀렸다.

하품이 새어 나오고 숨이 길어졌다. 이완의 시작이었다.

꾸준한 수련은 몸에 단단한 내력으로 쌓였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무리해서 바깥세상에 나를 맞출 필요가 없다고, 오늘 하루 잘 버텨냈듯이 내일도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이야기해 줄 여유를 찾아갔다.


낮에는 햇빛이 찬란하게 들어오고 저녁에는 화초 그림자가 일렁이는 작은 수련실에서,

나는 너덜너덜했던 몸과 마음을 바느질하듯 기워내며 점차 회복됐다.

그렇게 요가에 푹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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